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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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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문을 읽고!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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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박문영
등록일
2009-11-14 17:17:42
조회수
2388
경영대 쪽 건물들은 서로 이어져 있어서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맞지 않고 건물과 건물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이동이 편하다. 고려대 역에서 내려서 라이시움까지 걸어간다. 그런 다음 라이시움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엘지 포스코 관으로 바로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다.
얼마 전에 나는 여느 때처럼 라이시움을 통해 엘지 포스코 관으로 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비어있을 줄 알았던 엘리베이터 안에 휠체어를 탄 분이 계셨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이 열리는 짧은 시간 내에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거나, 윗층으로 올라가고자 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서 1층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건 누군가가 도착해서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때는 마침 내가 문을 열었고, 그 분은 그제서야 엘리베이터 속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학교로 가는 나의 '가장 편한 길'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일이 있고 얼마 후에 본교의 장애학생지원이 전국 1위라는 기사가 고대신문에 실렸다. 자연히 관심이 더욱 가서 기사를 꼼꼼히 읽게 되었다. 기사의 요점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실시한‘대학장애인학생지원체계평가’에서 본교가 62.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4개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입학 조건을 완화하고 휴게실이나 지원센터를 활성화 하는 노력은 높게 평가 되어야 마땅하다. 학생 도우미는 처음 들어보는 제도라 생소하지만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돕고자하는 좋은 취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1위의 기쁨에 도취될 일은 아니다. 100점 만점에 62.9점은 높은 점수라고 말할 수 없다. 축하하기엔 어딘가 석연찮은 1등이다.
전문 수화 통역사와 점역사가 없어 장애 유형별 맞춤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고려해 유형별 지원 평가 점수는 20점 만점에 8.7점을 받았다. 이는 아직은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점차적으로 인력이 확충되고 지원센터가 활성화 되면 일정 수준으로 발전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본교의 접근성 점수가 10점 만점에 2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기사의 내용대로 본교에는 고지에 건물이 많다. 경영 본관에서 법대 도서관으로 가는 길, 중앙광장에서 서관으로 가는 길 등등. 생각해보면 가파른 경사를 거치지 않는 이동 행로가 드물다. 이는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문제와는 다르게 쉽게 개선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이다. 엘리베이터도 있고 비교적 새 건물인 라이시움에서도 내가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오래된 건물의 사정은 어떨까, 건물 안이 아닌 야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아야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새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이미 지어진 건물은 보완할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 건설 예정이나 건설 중에 있는 건물은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몸이 불편한 학우나 교원은 소수이다. 따라서 그들을 위한 시설은 대다수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수를 위한 시설이나 서비스를 확충하고 개발하는 행위를 단순히 그들만을 위한 복지 증진으로 봐서는 안된다. 그러한 행위는 대학이 대다수의 비장애학생 또는 교원들에게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몸소 보여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좋은 스펙이나 유창한 외국어 능력, 높은 학점을 얻어 나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한 공동체의 가치를 깨우치게하는 교육에는 욕심이 없어보인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작성일:2009-11-14 17:17:42 121.88.5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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