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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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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과 장학금의 양자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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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우신(언론학부 08)
등록일
2009-03-20 18:35:51
조회수
1721
지난 고대신문 1609호의 1면에는 ‘경제위기장학금 50억 지급’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경제위기 때문에 고통 받고 있을 학우들을 위해 본교가 마련한 경제위기극복 특별장학금에 관련된 기사였다. 이 기사에 의하면 본교는 모금을 통해 마련한 이 장학금을 학점에 관계 없이 형편이 어려운 학우 3000여명에게 지급할 방침이라고 한다. 등록금 동결과 맞물려 분명 반가운 소식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고대신문의 이 보도를 접하고 나서 반가운 마음보다는 씁쓸한 의구심과 아쉬움이 앞섰다.

이 장학금이 단순한 장학금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같은 지면에 실린 ‘평행선 달리는 학교와 총학’ 기사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 기사에서 학교측이 특별장학금을 핑계로 안암 총학의 등록금 인하를 단칼에 거절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 장학금의 재원은 분명 지금까지 본교가 쌓아둔 적립금이 아니라, 자발적 모금이었다. 정작 한푼의 돈도 지출하지 않고서 ‘사실상 등록금을 인하한 것’이라며 으스대는 본교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실제로 고파스에서도 이 문제로 몇몇 학우들간의 설전이 오갔었다. 등록금 동결 이후, 학교측은 생색내기를 하며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계속해서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얼마전 있었던 등록금책정위원회의 결렬부터 최근에 발생한 대자보 및 현수막의 강제 철거 논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모든 사건들은 등록금과 관련된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이 발생한 이유를 따져보면, 등록금 동결과 특별장학금을 핑계로 총학과 진지한 논의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학교측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은 일부 학우들만이 아니라 본교에 재학 중인 절대 다수의 학우들도 느끼고 있다. 장학금을 통한 지원만이 아니라, 다수의 학생들도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등록금의 장기간 동결 혹은 인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이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고대신문에서 이러한 점까지 잡아내지 못한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문은 단순한 사실 보도 이상의 보도를 지향해야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한 현상만이 아니라, 그 현상과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는 다른 현상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찰해야만 한다. 나아가 그 기저에 작용하고 있는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분석해야만 한다. 신문은 눈이다. 독자들의 눈이 대신 되어주는 것이 신문의 진정한 역할이다. 기자들이 땀 흘리는 이유는 보다 많은 것을 보다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는 눈이 되어주기 위함일 것이다. 고대신문이 부디 이 사실을 잊지 말고 지금보다 더 정진해주기를 바란다.
작성일:2009-03-20 18:35:51 163.152.10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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