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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문을 읽고

제목

언제나와 똑같은 교육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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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우신(언론학부 08)
등록일
2009-03-27 14:03:38
조회수
1638
고대신문 1610호에는, “안암총학, ‘3.19 행동의 날’ 진행”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 3월 19일날 민주광장에서 안암 총학생회가 진행한 교육투쟁 집회와 관련된 기사였다. 이 날 집회에서 모인 학생은 3~4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총학생회가 주체한 행동의 날이라는 명칭을 무색하게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집회를 취재한 “안암총학, ‘3.19 행동의 날’ 진행” 기사 역시 그 분량이 많지 않았다. 다른 단신 기사들과 함께 뒤쪽 지면 구석에 배치된 자그마한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고대신문에서도 이 집회의 뉴스 가치를 그만큼 낮게 평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매년 3월, 4월이 되면 등록금과 관련한 교육 투쟁으로 캠퍼스는 현수막으로 도배된다. 그러나 정작 집회에 모인 인원은 2만 고대 학우의 힘을 모으란 것이라기에는 초라하기에 그지 없다. 언제나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에 있었던 교육투쟁과 똑같은 성격의 집회는 작년에도 있었고, 그 전해에도 있었다. 언제나 매년 그저 의례적으로 치러지기만 하는 투쟁을 바라보고 있자니, 작년에 보았던 교내 집회가 오버랩되면서 두 집회의 차이점을 알 수가 없었다. 학생들의 참여도, 동의도 얻지 못하는 그들만의 운동이 올해도 시작되었고, 아마도 언제나처럼 그랬듯이 큰 성과를 얻지 못한채 잦아들 것이다.
고대신문에서도 이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저 식상하기만한 이번 집회는 이전의 집회와 다를 것이 없다. 지면 구석에 별다른 비중 없이 배치된 이 기사를 보면서, 전 학우들을 대표한다는 총학생회의 위상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만 같았고, 그 총학생회가 주도한 이 교육투쟁이 교내에 미치는 영향력도 딱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구의 잘못인걸까? 학우들과 괴리된 채 앞에 나서서 투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일부 학생회 집행부의 문제인 것일까 아니면 본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않는 학우들의 탓인걸까, 진지하게 학우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 학교측의 문제인 것일까, 그 것도 아니라면 취업과 학점과 스펙 쌓기라는 경쟁으로 학우들을 몰아넣은 사회의 탓인걸까.
소위 말하는 운동권 혹은 비운동권의 이분법적 문제가 아니다. 어떤 한 집단 혹은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것도, 누구를 옹호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다만, 그날 집회에 모인 얼마 안되는 몇몇 학우들의 초라한 모습과, 너무나도 짧은 분량의 스트레이트 기사가 나를 너무나도 씁쓸하게 했다. 꽃이 만발하는 화사한 봄날의 어느날, 언제나처럼 시작된 개나리 투쟁을 바라보며 학생 사회 전체의 총체적인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작성일:2009-03-27 14:03:38 163.152.10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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