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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문을 읽고

제목

카푸치노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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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lla86
등록일
2009-03-27 17:58:35
조회수
1650
만드느라 수고하십니다. 이번 고대 신문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봤어요.

카푸치노 청춘/Vanilla86

취업 준비 겸 공부를 하다가 바람을 쐬러 나왔다. 교내 구석구석 자리한 카페에는 후배들이 앉아 고민을 늘어놓고 있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친구 이야기부터 이중 전공 선택 문제, 학점까지 다양하다. 저마다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있는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나와는 다른 세계처럼 와 닿았다.

새내기의 설렘도 어느새 몇 년 전 이야기, 어느새 나는 봄이 와도 즐겁지 않은 졸업반이다.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선배들의 고민도 이제 내 것이 되었다. 신문에는 쉬고 있는 20대가 사상 최대 3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겨우 입사한 사람도 초임 삭감의 현실에 부딪힌다. 그나마 소수만이 운 좋게 정규직을 얻을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대다수의 기업들은 취업 재수생을 기피한다고 대답했다. 졸업한 지 1년이 지나면 그 동안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기업은 뽑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대학생들은 휴학을 무기 삼아 사회로 나가기를 주저한다. 애꿎은 등록금만 날려가며 냉혹한 현실 앞에 눈을 감아 버린다.

80년대 호황기에 태어나 비교적 풍족하게 자란 우리 세대들은 (지겹도록 들은) ‘눈물의 빵’을 모른다. IMF 선배들의 이야기도 멀다. 외모를 중시하고, 조금 더 쓰더라도 자존심 상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정치에 무관심하다.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즐기고 대부분 부모 세대의 지지 아래 부족할 것 없이 누려온 우리 세대는 이제 무엇을 겪게 될까. 어려움 앞에 쉽게 좌절하고 인내가 부족하다는 앞선 세대의 지적을 새겨 들으려 노력해보지만, 여전히 ‘그런 일’은 우리에게 없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20대는 어느 것 하나 뒤쳐지면 안 되는 어쩌면 무척 피곤한 세대다. 외모와 영어는 기본, 온갖 잡다한 조건을 다 갖추어도 ‘기본은 했다’는 위로로 끝나고 만다. 나를 중시하고 ‘생존’보다 ‘웰빙’이 더 가까운 우리 세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최대와 극한의 경쟁에 노출되어 조금씩 풍화(風化)되어가고 있다.

봄볕 아래 우리 세대가 누리는 풍요의 상징인 카푸치노를 들고 알 길 없는 현실의 냉혹함에 분노하는 불쌍한 20대들. 카푸치노 거품처럼 위태위태 흔들리는 미래, 불면 날아갈 듯한 일상의 소소함…….

힘내자. 힘낼 일 하나도 없는 것 알지만, 그래도 우리 세대가 공유한 낭만적 낙천주의와 삶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로 부딪혀 볼 일이다. 푸른 봄(靑春)이다. 다가올 치열한 여름 앞에 조금 쉬어가더라도 “힘내, 청춘!”
작성일:2009-03-27 17:58:35 163.152.9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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