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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문을 읽고

제목

1666호(3월 28일) 고대신문에 실린 종단 횡단의 원초적인 시민 의식의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닉네임
임동현
등록일
2011-03-29 13:26:06
조회수
3585
저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동현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졸업해서 학내 사정을 잘모르기에 가끔식 고대 신문을 읽곤 합니다.

하지만 3월 28일자 종단횡단의 원초적인 시민의식이라는 글에 몇가지 문제점이 보여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사의도는 미증유의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침착했던 일본의 시민의식을 칭찬하고 이러한 시민의식을 우리도 본받자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일본의 단결과 시민의식의 원인을, 그리고 우리의 시민의식의 미성숙을 역사적인 것으로부터 찾아와 "예로부터" 그러했다는 식으로 재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시각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상 일본의 시민의식의 성장에는 전후의 민주주의 이행과 지방자치제의 발달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였으며, 여기에 과거로부터 지속되었던 지진, 화산폭발등의 재난으로 인해서 질서의식이 더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시민의식의 미성숙은 이승만 정권이래 계속된 독재정권으로 인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임에 기인한 점이 크다고 볼수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위험이 현대적인 시민의식의 발달을 가져왔다는 역사적인 추론은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일본의 전국시대 이래 계속되는 내전은 하극상을 비롯한 사회의 불안정을 심화시켜 이른바 시민의식을 발달을 저해한 요소이며, 도쿠가와 막부이래 통일된 사회의 안정이 질서와 단결을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기자는 마치 전쟁이 단결을 가져오고 그것이 현대적인 시민의식으로 이어졌다는 논리적인 오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조는 파시즘식의 전쟁찬양론으로 이어지기 쉬운 잘못된 역사관입니다.

그리고 무엇으로 한국의 역사를 '예로부터' 도망의 역사로 규정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어느 부분에 도망의 역사가 체화되었는지가 설명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일반인들의 피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양난 시기 왕의 몽진을 두고 도망자가 생존하는 역사를 보여주었다고 설명하는 것 같은데, 이것이 어떻게 한국인에게 도망이 몸에 배게했는지 궁금합니다. 오히려 지배층이 도망을 가버리고 난후 남은 일반사람들은 의병을 비롯한 항전운동을 전개해 자신의 고향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한국전쟁도 마찬가지로 도망간 것은 이승만을 비롯한 지배층이였고, 일반사람들은 전쟁의 참화를 감내하며 자신의 마을에서 삶을 이어갔습니다. 기자가 바라보는 도망의 역사는 전체국민의 얼마되지 않는 지배층의 역사일 뿐인데 무엇을 근거로 예로부터 도망이 몸에 밴 한민족이라고 말하는지 궁금합니다.

역사를 통해 특정한 민족성이 만들어지는 것조차 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와중에 잘못된 역사관을 가지고 한 국민의 민족성을 단정짓는 것도 매우 위험한 방법입니다.

기자 개인이 한국인에게 시민의식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회의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나 고대를 대표하는 학교 신문에서 위와 같은 논리적인 오류를 가진 잘못된 역사관을 통해 마치 한국인들에게 절대로 시민의식을 불가능 할것 같다는 기사가 실린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되며, 무엇보다 이런 기사가 학내신문에 실리도록 냅둔 고대신문에도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신문에서는 기사에 대한 정정, 또는 사과 기사를 통해 이러한 잘못된 역사관이 교내에 통용되는 것을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작성일:2011-03-29 13:26:06 163.152.133.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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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 2011-04-06 14:06:25
확인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미 다음혹 나온 상황에서 제 글을 지면에 싣는 것보단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가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락처는 따로 알려드릴 방법이 있으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답변에 감사합니다.
행인1 2011-04-04 17:24:36
선배님의 글을 잇습니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책의 내용 중에 보면 재미있는 문구가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경제적 기적을 불러왔다는 '유교적 사유와 실천'은 경제발전 이후에 대두된 문화주의적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유교의 영향을 받아 근면성실한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한/일의 경제가 발전했다는 문화주의적 주장을 되짚어 올라가보면, 동아시아의 낙후를 게으름과 나태때문이라고 보는 주장들이 나옵니다. 외려 '침착함', '사려깊음', '근면함'은 근대화 이후의, 경제 발전 이후에 나타난 개념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합니다.
고대신문 2011-03-30 16:01:37
안녕하세요. 고대신문입니다^ ^

지적 감사드립니다. 올려주신 글을 지면에 싣고 싶은데 혹시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