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좀 적당히 좀 하세요! 참다 참다 하니까 진짜….” “당신 누구요?” 이사 온 지 2주도 안 된 어느 날, 성난 고함의 인터폰이 왔다. 조용하던 집안에 들이닥친 난데없는 호통. 놀람은 이내 불쾌로 변했다. 다짜고짜 성을 낸 연유를 따지자, 호수를 잘못 알았다는 다급한 사과와 함께 목소리는 끊겼다. 이사를 온 우리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넨 이웃과의 소동이 짧게 끝났다. 층간소음, 정말 여럿 불편하게 하는구나 싶었다. 우리 삶에서 이웃의 자리는 어디일까.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없다. 서로 현관을 공유하면서도, 천장과 바닥을 맞대고
얼마 전 전해진 연예인 설리의 비보는 평온한 오후를 보내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SNS에선 고인을 기억하는 추모행렬이 계속됐고, 포털의 연예기사 란은 관계자들의 SNS로 도배됐다. 가까운 동료부터, 방송을 함께한 스태프들, 또 생전 별다른 인연은 없지만 추모에 동참한 유명인들까지. 생전 고인이 지녔던 영향력이 새삼 실감나면서도, 한편으론 고인의 주변인들의 SNS를 샅샅이 뒤졌을 기자들 모습이 상상돼 내심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때 아닌 비난의 뭇매를 맞았다. 추모행렬 속에서 쭉 침묵을 지키던, 설리와
나름 ‘야구광’으로서, ‘롯데자이언츠’를 알게 된 이래 난 한순간도 삶에서 야구를 놓지 않았다. TV채널 1순위는 늘 야구중계였고, 경기를 못 보는 날도 틈틈이 상황을 확인하며 마음 졸였다. 다만 올해는 내 삶 몇 없던 활력소인 야구와 이별 중이다. 2019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끝나가는 가운데 롯데자이언츠는 압도적 꼴찌를 달리고 있다. 자타공인 가장 열렬한 응원열망의 소유자 롯데 팬들도 등을 돌렸다. 한창 땐 평균관중 2만명이 훌쩍 넘던 홈구장은 올 후반기 6000명 정도로 수직 낙하했고,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롯데 선수의 이름
어릴 때 살던 동네 인근 시장 안에 개고기 골목이 있었다. 낡고 비좁은 철창 안, 자신들의 가혹한 운명을 하릴없이 기다리는 개들에게 눈이 안 갈 수가 없는 노릇이다. ‘개고기’라는 붉은 글씨 아래, 포로처럼 갇혀 우울함을 토해내는 개들의 광경이 마음 깊이 박혔다. 올 여름에도 서울광장은 개고기 찬반논쟁으로 들끓었다. 동물보호단체의 다른 한편에선 개 식용 찬성론자들의 개고기 시식 쇼가 펼쳐졌다. 먹는 건 자유고, 먹는 걸 손가락질할 필요도 없겠지만 구태여 ‘찬성’까지 할 정도인가. 생명존중과 동물보호 같은 감성의 논리가 아니더라도 작
우리는 과연 건강할까. 우린 대개 ‘몸’의 건강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부터 ‘정신건강 없이는 건강도 없다(No health without mental health)’며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역설해오고 있다. 특히나 항시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질환’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제관 501호에 위치한 ‘KU마음건강연구소’는 건강한 마음을 되찾고자 방문하는 이들에게 전문적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더욱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
취미활동의 일부로 여겨지던 1인 크리에이터 활동은 근래에 들어서는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2016년부터 한국고용정보원은 1인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등록했다. 이번 달 조사된 취업포털 ‘커리어’의 설문에선 응답자의 96.5%가 ‘유튜버도 새롭게 생겨난 직업이라 볼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1인 크리에이터가 직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며 ‘겸직(兼職)’을 문제 삼는 직종과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회사 눈치에 쩔쩔매는 직장인 유튜버 대표적인 인기 콘텐츠로 떠오르는 ‘직장인 유튜버’는 대개 회사 생활의 일상을 담은
바야흐로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다.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쉽게 접근하고, 취향에 맞게 골라 즐길 수 있는 ‘1인 미디어’는 이제 현대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생활의 창구가 됐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1인 크리에이터는 매력적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한편, 이들을 둘러싼 논의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세가 된 ‘1인 크리에이터’ ‘1인 크리에이터’는 현 시점 가장 촉망받는 직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전에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게임과 개그방송 등을 하는 ‘BJ(브로드자키)’로 불리며 B
전성기에 비해 확연히 불안해진 가창력과 유난히 잦았던 사건사고로 최근엔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일종의 인터넷 밈(meme)이 돼버렸지만, 김장훈의 탄탄한 커리어와 독보적 카리스마까지 절하되는 것은 안타깝다. 특히 그만의 호소력 있고 절절한 음색, 또 정교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가창 스타일은, 그 누구의 화려한 창법보다도 가슴에 와 닿는 신비한 힘이 있다. 2008년 발매된 김장훈의 디지털 싱글 ‘소나기(PSY 작사, PSY·김종익 작곡)’는 김장훈의 독보적인 음색과 꾸밈없는 가창 스타일, 그리고 노래의 분위기가 삼박자를 이루는 곡이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소속 여성 아이돌 그룹 ‘러블리즈(Lovelyz)’의 팬덤인 ‘러블리너스(Lovelinus)’는 국내 K-POP 가수 팬덤 중 제일가는 조직력과 충성도를 자랑한다. 본교에도 러블리너스들이 모여 ‘단합력’을 발휘하고 있는 흥미로운 동아리가 있다. 바로 서울권 대학 동아리 중 유일하게 특정 아이돌을 전문으로 응원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러블리즈 동아리(회장=장승주)’다. 그 특수성과 활발한 활동 덕에 국내 타 아이돌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그들을 만나봤다. - 러블리즈 동아리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최근 아이돌 팬들에게는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이 방문한 적 있거나 그들과 관계있는 장소를 직접 찾아다니며 팬심을 확인하는 ‘덕지순례(덕후+성지순례)’라는 문화가 유행 중이다. 특정 아이돌의 팬이라면 무조건 알고 있다는, 또 진정한 팬이라면 한 번쯤은 가봐야 한다는 그들의 ‘성지’와도 같은 명소에 찾아 가봤다. 박진웅 기자 quebec@ 사방이 BTS, ‘아미’들의 성지 2013년 데뷔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남성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은 현재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남성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높아진 인기만큼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 가요계의 음악방송과 음원차트를 장악하고, 한 해 최고의 가수를 뽑는 가요 시상식도 ‘아이돌 잔치’가 된 지 오래다. 아이돌 가수와 그의 음악은 국내가요 시장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10대의 비주류 문화에 머무르던 아이돌 문화를 이렇게 수면 위로 끌어올린 제일의 원동력으로는 한국 아이돌만의 독특한 ‘팬덤 문화’가 지목된다. 팬덤이란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문화현상 자체를 통칭하는 용어다. 지금의 거대한 아이돌 시장을 키워낸 팬덤 문화는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또 그
현 시점 한국의 젊은 층에게 가장 열렬히 지지받고 큰 영향을 미치는 음악장르를 꼽으라면 ‘힙합’일 것이다. 한국 땅에서 힙합이 성행하는 이유를 하나로 들긴 어렵겠지만, 일상적 대화에선 쉽게 하지 못할 얘기라도 ‘랩’이라는 틀 안에서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제일의 매력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현재 국내 힙합 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예 언에듀케이티드키드(uneducated kid)의 음악이 가져오는 쾌감은 특별하다. 올해 2월 발매된 언에듀케이티드키드의 2번째 EP 의 수록곡인 ‘지금(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