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교우회보(편집국장=전용호)가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의 역사 속에서 교우회보는 매월 본교 소식부터 교우 동정, 교우회 소식을 전하며 졸업생과 본교를 잇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지난 8월, 601호를 발행해 한국동창회보 중 최다 발행의 기록을 세웠다. 1970년 8월 5일, ‘고우회보(高友會報)’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교우회보는 지난 50년 동안 매월 빠짐없이 회보를 발행해왔다. 1971년 11월 16호를 만들 당시, 위수령 사태를 다뤘다는 이유로 당국의 검열을 받아 인쇄 중 제작이 중지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7월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어수선한 시국에도 공분을 자아낸 드라마 최고의 명대사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정열로 정의하는 사랑은 때론 더 긍정되기도 한다. 감출 수 없는 감정은 마치 사랑의 순수성 그 자체로 보인다. 갓 연인이 된 이들이 ‘좋을 때’라며 부러움 담긴 축원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혼 20년 차에 이른 부부의 신혼 초 같은 애정. 극 초반 주인공 부부의 ‘완벽함’은 정열적인 사랑으로 완성된다. 극 전반에서 ‘사랑한다’는 말과 동일시되는 정열은 그들 세계에서 필수적 요소다. 남편은 정념적
젊음에 대한 자만일까, 스스로의 안위에 아주 무디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오는 ‘전염’병은 두렵다. 주변 사람들의 안위를 나는 감히 장담할 수 없다. 떠오르는 얼굴을 생각하며 마스크를 꼼꼼히 눌러쓴다. 내 전염병의 공포는 남겨짐에서 온다. 엄마에게 종종 안부 전화를 하시는 외삼촌이지만, 지난 주말 걸려온 전화는 달랐다. ‘항암을 중단하셨다는 외삼촌 처남의 소식인가.’ 짧은 순간에 비보임을 직감했다. ‘설마 할아버지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초조히 엄마의 표정을 살폈다. 올해 들려온 두 번째 상이었다. 떠나신 분은 한창 시절을
원문의 불완전성에 의문 던져야잘 살린 표현으로 논리 구조 담아내 필립 로스(Philip Roth), 존 업다이크(John Updike),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현대 영미 문학의 대가들은 그를 통해 한국 독자를 만났다. 햇수로 30년 차, 여전히 번역을 고민한다는 영한 번역의 권위자 정영목(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를 만나 그의 번역 철학을 엿봤다. - 고려해야 할 전제가 있나요“기본적으로 번역이란 원문(source text)과 번역문(target text)의 동의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섬
인간과 교감하는 서비스형 로봇인 ‘소셜 로봇’이 인간의 일상적 사회관계 깊숙이 들어올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공감적 대화나 감정표현으로 인간과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로봇이 미래 상용화된다면, 기존 감정의 상호작용과 교감의 양상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인간과 인공감정 사이 새로운 관계의 바람직한 상호작용에 대한 고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공 반려물’로서의 소셜 로봇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천현득(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만나, 가까운 미래 인간과 인공감정의 교감 형태, 그리고 이 새로운 소통의 양상에서 인간이 주
십수 년 전,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는 적의에 가득 차 인간세계를 정복하는 ‘반란’을 꿈꾸던 기계로봇이었다. 현실적 상상에 로봇이 단골로 등장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인간이 그리는 로봇과의 관계 양상은 많이 변한 듯하다. 로봇들은 때로는 마시멜로 같은 몸으로 나를 위로해주고 포근히 안아주는 친구로 (영화 ), 때로는 공허한 일상에 나타난 사랑하는 나의 그녀로 (영화 ) 다가온다. 2019년 현재, 인공감정의 현주소는 어디며, 이것이 나아갈 방향은 어느 쪽일까. 인공물에 감정을 요구하다 인공물에 ‘지능’을
대체단백질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며 국내에서도 정부기관, 학계, 산업계가 앞다퉈 대체식품 기술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푸드테크(food-tech)기업 지구인컴퍼니는 지난 10월 단백질성형압출 방식을 활용한 자체기술로 만든 식물성 대체단백질 ‘언리미트(Unlimeat)’를 시장에 내놓으며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한식 불고기의 형태에서 시작해, 이름처럼 끝없는 변화를 꾀할 ‘언리미트’로 국내외 식품시장을 겨냥하는 지구인컴퍼니 민금채 대표를 만나 대체단백질 식품의 미래를 엿봤다. - 식물성 대체단백질 ‘언리미트’는 어떻게 개
2015년, ‘인조 패티’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식품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는 구글의 3억 달러 인수제안을 거절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월엔 식물성 대체단백질을 제조하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된 ‘비욘드미트(Beyond Meat)’가 거래 첫날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이에 뒤따라 켈로그, 네슬레 등 초국적 식품 대기업도 대체단백질 개발에 뛰어들며, 대체단백질 산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신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첨단기술을
“외할아버지께 전화 좀 드려라. 종일 얼마나 적적하시겠니.” 언젠가부터 빠지지 않는 엄마의 당부다. 어린 시절 뛰놀던 외가댁 모래 놀이터가 최신식으로 바뀌어 가는 동안, 정정하셨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누군가의 살뜰한 관심이 필요한 나이에 접어드셨다. 평일 내내 고등학생 동생에게 모든 힘을 쏟은 엄마지만, 주말에는 부모님만 남은 허전한 집에 부산스러움을 만들러 간다. 생활반경이 제한되며 부쩍 우울해하시는 어머니의 기분과, 매번 달라지는 아버지의 기억력을 살핀다. 생전 살가운 적 없었던 아빠도 큰아들은 알아보는 당신 어머니의 한 끼
사랑 노래를 듣는다. 가슴 밑바닥에 뒤섞여버린 감정이 명료한 언어로 표현될 때 느끼는 쾌감 때문일까.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영원을 약속하거나 회의하고, 이별의 순간에도 이른다. 나의 파편인듯한 일상의 말들로, 혹은 커다랗게 뭉텅이진 비유와 상징이 사랑을 그린다. 연인들의 시시콜콜한 사랑 노래가 생경할 때도 있다. ‘지금 사랑하고 있지 않은데 무슨 사랑 타령이야, 이별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종종 사랑인 듯 아름다운 느낌은, 비록 찰나일지라도, 우리를 찾아오곤 한다. 울먹이려던 아기가 안기며 방긋 웃을 때, 정성스레 보살
과학적 우수성과 체계성을 널리 인정받는 한글은 조형적으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예술적 측면에서도 많은 의의를 가진다. 국립한글박물관의 세 번째 한글실험프로젝트인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은 한글 창제 원리가 가진 조형적 특성 중 ‘조합’과 ‘모듈’ 개념을 중심으로 한글에 내재한 고유의 질서와 기하학적 형태를 재해석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글이 어디 있나’ 의아하지만, 금세 낯선 환경에 놓인 한글을 새로운 방식으로 찾게 된다. 9월 9일부터 개최된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한글은 제품,
숙련된 서체디자이너의 지난한 인고와 고민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한글 서체 한 벌. 최은규 박윤정앤타이포랩 이사는 20년이 넘게 서체 디자인에 매진하며 널리 사랑받는 본문용 서체와 전용 서체를 개발해 왔다. 장인의 공을 들여 만드는 1만 1172자, 그 과정이 특별해 서체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다는 최은규 이사를 만나 서체 개발의 현장을 엿봤다. - 서체디자이너로서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모든 서체디자이너와 사용자가 생각하는 서체 디자인의 목표는 각기 다르겠지만, 본문용 서체디자이너로서 개인적인 지향점은 ‘사용자가 편리한 서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