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 그릇, 바로 건축이다. 서현(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의 건축은 사람과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공간으로 빚는다.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연구실의 큰 창, 들어오는 빛을 따라간 책장 한쪽에는 한 가족의 삶을 고민한 집 ‘해심헌’의 건축 모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에게 ‘건축’이 무엇인지 물었다. “건축은 인문학으로 시작해서 공학으로 끝나고, 결과물은 예술작품으로 남는 것이죠.” 그가 내린 정의다. 건축가는 건축물이 왜 그런 모습으로 자리 잡혀있는지, 사회의 가치와 건물이 구성하는 공간이 일치하는지 질문
익숙한 공간을 떠나는 것은 분명 두려운 일이다. 막연한 기대와 달리 자립에는 힘겨운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도 무엇이 그들을 밖으로 나오게 했을까. 탈시설 한 그들이 얻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장애인 탈시설 당사자 4명을 만났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그들은 ‘나와 살아 좋다’고, ‘모두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분(42·여) 이순복(38·여)“시설은 그냥 싫은 곳” 이상분 씨는 동네 동생인 이순복 씨와 함께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좋아하는 색으로 머리를 물들였다는 이상분 씨는 카페라떼를 주문했고 이순복 씨는 딸기 프라푸
2018년 기준 국내 장애인 거주시설 수는 약 1520개소, 거주 인원은 3만 명이 넘는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에게는 거주 및 의료 복지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사회와 분리된 채 대형시설 내부에서 24시간 통제를 따라야 한다. 장애인의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탈시설’ 운동. 장애계와 전문가들은 이제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권문제에서 출발한 탈시설 운동 국내 장애인 거주시설은 해방 후 설립된 전쟁고아 수용시설이 산업화 이후 장애인 시설로 전환하며 등장했다. 2020년 현재, 전체
“죄송하게도 현재 피해지원국의 업무가 과중한 상태라 다른 외부일정을 잡기 어렵습니다.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입니다. 단체가 조금 더 정비가 된 다음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요청 메일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보낸 답변이다. 인터뷰 거절 메일이야 숱하게 받아 봤지만, 이번만큼은 씁쓸한 기분을 숨길 수가 없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민간단체다. 지원요청이 들어오면 웹상에 떠도는 누군가의 불법 촬영물을 찾아 헤맨다. 유포된 플랫폼을 확인하고, 플랫폼에 다시 삭제요청을 하는 게 그
약 30조 개의 미생물과 그들의 유전정보가 이루는 생태계. ‘휴먼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은 인간의 또 다른 장기라고 불린다. 미생물은 다른 미생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동시에 그들을 둘러싼 서식처와도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미생물 군집인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그들의 유전정보를 파악해 이것이 인체와 맺는 복합적인 관계를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양을 통해 개별 미생물의 기본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그쳤던 기존 미생물 연구에서 분석 범위와 대상이 크게
휴먼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과 질병 간의 상관관계가 점차 밝혀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은 헬스케어 산업의 떠오르는 관심 분야가 됐다. 2019년 기준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811억 달러 규모다. 우리나라도 각광받는 첨단산업 분야에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중이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12월 마이크로바이옴 R&D 정책연구 추진 계획을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기반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과학기술사업을 기획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김은정 생명기초사업센터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사방을 양지로 만들겠다는 기세로 내리쬐는 햇볕에 지지 않으려는 듯, 샛노란 산수유가 곳곳에 흐드러져 폈다. 사람들의 입엔 마스크가 걸쳐 앉아 해사한 웃음을 가렸지만, 봄은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왔다. 산수유의 마을 전남 구례군은 지금 노란빛으로 물들어간다. 농사를 짓는 구례군 주민들에겐 곳곳에 터진 노란빛도 남의 일이다. “3월에 콩 심고 깨 심으려면 준비해야지, 지금은 고춧대 박고 있는겨. 상황이 그래도 농사는 지어야지.” 농부인 김수권(62·남) 씨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에게 오늘은 그저 일 년 농사를 시작하는 하루다. 오일장에
역사 서술은 역사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공공역사’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학술공간을 벗어나 수행되는 역사 서술·재현·활용 활동의 총칭으로, 학계 내에서 전문적으로 이뤄지는 역사 활동과 대비된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역사박물관과 역사기념관, 역사를 소재로 한 미디어 콘텐츠, 역사정책 등이 모두 공공역사에 포함된다. 학계 밖으로 뛰어나온 역사 공공역사의 개념은 역사 연구자만이 갖던 역사 서술의 특권에 대한 반발로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반전운동, 민권운동, 여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학문의 공공성에 대한 요
공공역사 현장에는 학계를 벗어나 각자의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을 시도하는 역사연구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연구를 쉬운 언어로 풀어쓰고, 학교 밖 강의를 통해 대중과 호흡한다. ‘역사디자인연구소’의 조미은 이사는 앞장서서 대중 모두가 역사 서술의 주체가 되도록 돕는다. - ‘디자인한다’, 어떤 의미인가“학교에서 역사를 ‘배운다’고 하죠. 남의 역사를 외운다는 느낌이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사실 우리는 모두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모든 사람이 역사에 참여하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갑니다. 이 과정
‘솔직하게, 오직 실력으로 보여주겠다.’ 제52대 서울총학생회장단 선거 기호 2번 ‘바로’ 선거운동 본부(본부장=서지현, 바로)에선 최한길(생명대 생명과학17) 씨가 정후보로, 김정하(경영대 경영17) 씨가 부후보로 출마했다. 강한 자신감으로 ‘54개의 공약 전부 실현’을 약속한 바로 후보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출마 계기는 “일 잘하는 총학생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9년의 고려대는 다사다난했다. 공동체의 신뢰가 무너졌고, 말뿐인 줄 알았던 ‘학생사회의 위기’를 직면했다. 총학생회의 존재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도 많다
22일 오후 7시 15분경 중앙광장에서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학취소’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애초 오후 7시로 계획됐던 집회는 참석자가 적어 15분 정도 미뤄졌다. 재학생과 교우만 참여할 수 있었던 이번 집회엔 3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 주최 측은 ‘조국 전 장관 자녀가 본교에 부정 입학한 증거가 명백하다’고 주장하며 학교 측이 입학취소를 조속히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주최자는 “여러 보도를 통해 조국 전 장관 자녀가 조작된 서류와 학생기록부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입학취소를 통해 실추된 학교의 명예를 회복해야
본교 스마트 캠퍼스의 분수령이 될 SK미래관이 완공돼 지난 12일 준공식이 열렸다. 이날 준공식에는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정진택 총장, 구자열 교우회장, 염재호 전 총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학내외 인사 150여 명이 참석했다. 연면적 2만7370㎡(8279평) 규모의 SK미래관은 지하 2층과 지상 5층으로 이뤄져 있다. 내부에는 ‘강의실 없는 교육공간’을 표방해 180석 규모의 멀티미디어 공간인 최종현 홀과 106개의 Lab실, 113개의 캐럴실(집중관리실)이 들어서 있다. 학내 구성원들은 ICT/IoT 기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