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무렵, 가족과 백화점 나들이를 갈 때면 완구 코너 앞에서 걸음이 느려지곤 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형형색색의 블럭, 실제 대상을 그대로 압축해 놓은 듯한 프라모델, 레일 위를 빠르게 달리는 RC카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동경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던 것은 인기 캐릭터의 거대한 모형이었다. 10살은 어린 꼬마들과 함께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장난감 구경에 빠지다 보면, “다 큰 놈이 애들하고 뭐하고 있냐”는 부모님의 핀잔을 듣고는 했다. 시간이 흘러 군복무 시절, 부대에서 단체로 지역 축제를 관람하던 때였다. 걸그룹의 화려한 무대
“회 한 접시 올리는 걸 깜빡했다야. 생전에 해산물을 겁나게 좋아하셨는디.” “느그 증조할머니는 다른 자식들 와도 너만 방에 데리고 들어가서 노셨어야. 10년 만에 낳은 자식이라고 품에서 떼어놓질 않으셨제.” 상 위에 이것저것 올리면서 당신 시할머니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는 어머니다. “10년 동안 품 안에 손주 못 안겨드렸어도, 눈치 한 번 안 주셨어야. 고생한다. 힘든데 뭣 하러 또 내려왔냐며 반갑다는 타박만 늘어놓곤 하셨지.” 종갓집이라고, 분기당 한 번 이상 모시는 제사다. 그때마다 집안에 모이는 어른들은 생전 조상님들 이야
1947년 11월 3일 ‘학생의 날’에 창간한 이후, 고대신문은 독자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72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이러한 독자들의 격려 또한 시대에 따라 변해간다. 최근 독자들이 고대신문에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고대신문 여론면 10년 치(2010년 3월 ~ 2019년 10월)를 분석해 독자의 비판과 기대를 살펴보았다. 텍스트를 분석해 도출된 불용어를 제외한 명사의 워드클라우드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사진’(249회)이었고, ‘인터뷰’(167회), ‘주제’(141회)가 뒤를 이었
친한 친구나 후배가 훈련소에 들어가면, 바깥소식 한 줄 전하고자 서랍 한 귀퉁이에 웅크리고 있는 편지지 한 장을 찾는다. 노트북이나 핸드폰이라면 순식간에 화면을 채울 수 있지만, 익숙지 않은 펜을 손에 꼭 쥐고 흰 종이 위에 한 글자씩 채워 나간다. 가끔 나오는 오탈자나 제멋대로인 글씨체에 손바닥에 배인 진땀을 닦으면서도, 종이 위에 서서히 쌓여 가는 육필(肉筆)은 소중한 사람에게 진심과 그리움을 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곤 한다. 물론 지금은 손글씨보다 노트북 타이핑이 익숙해진 시대다. 과거의 향수에 젖고 싶은 사람들, 연인
#1. 지난달 11일, 감정 프로그램 ‘진품명품’에 독립운동가 이규채 선생의 독립운동 일대기를 기록한 ‘이규채 연보’가 소개됐다. 전문가의 감정 결과, 가격 표시판에는 ‘0원’이 표시됐다.목숨을 바쳐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 ‘훈민정음 상주본’을 둘러싼 개인과 국가 간 분쟁이 치열하다. 몇 년간 이어진 소송 끝에 사법부는 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판단했다. 법적으로 훈민정음 상주본은 국가의 소유지만, 이를 보관 중인 점유자는 감정가의 10분의 1인 ‘1000억’을 훈민정음을 내주는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필요한 것 중 첫 번째는 ‘소통’일 것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잇는 통역사처럼, 수어(手語)와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농인과 청인의 눈과 귀가 돼 이들의 소통과 교류를 돕는 수어통역사가 있다. 농인과 농인 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단순한 ‘언어의 소통’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문화의 소통’을 꿈꾸는 정택진 수어통역사를 만났다. - 수어통역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수어통역은 청각 및 언어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음성언어를 수어로 변환하거나, 수어를 음성언어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어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의 농인(聾人, 청각장애인을 달리 이르는 말)과 언어장애인 등이 일상적,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바로 ‘말’이 아닌 ‘동작’을 통해 소통을 돕는 한국수어다. 한국수어는 30만 명에 이르는 사용자들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쓰인다. 6월 3일 ‘농아인의 날’을 맞이해 또 하나의 언어인 수어의 특징과 그 전망을 살펴봤다. 수어는 ‘언어’다 수어는 수화라고도 불리며, 그 공식적인 용어에 대한 논의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실시된 ‘한국표준수화 규범 제정사업’으로 거슬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LA 다저스 소속 류현진 선수의 활약이 매일 화제다. 지난 5월 13일(한국시간) 미국 ‘어머니의 날’에 보여준 그의 경기력은 그 중 압권이었다. 7회까지 안타를 한 개도 맞지 않는 압도적인 투구라니, ‘Korean Monster’의 화려한 비상이다. 그리고 맞이한 8회, 류현진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자 카메라는 관중석에 앉아있는 그의 어머니를 비췄다. 두 손을 꼭 모으고 아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모습, 안타를 맞자 가장 먼저 일어나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모습. 몇 분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지
최근 개봉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외계에서 떨어진 금속 물질’ 비브라늄이다. 가상의 물질인 비브라늄은 철보다 강하지만 그보다 가벼우며, 모든 진동을 흡수하는 특징을 가진다. 현실에서도 다른 소재와 결합해 그 기능이나 성능을 향상해 ‘마법’을 일으키는 금속 원소가 있다. 바로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이라 불리는 희토류 원소다. 흔히 사용하는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는 물론, 전기자동차 등 녹색산업을 이끄는 제품에도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희토류원소의
희토류가 가장 많이 매장된, 그리고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2018년 기준 17만 톤의 전체 희토류 생산량 중 12만 톤을 중국에서 생산했다. 전 세계 1억2000만톤 매장량 중 4400만 톤에 달하는 양이 중국에 매장돼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제전략자원연구원 김동환 원장을 만나 희토류 최대 생산 국가 중국의 희토류 교역정책, 그리고 우리나라 희토류 수급의 현황과 방향을 알아봤다. - 현재 희토류는 중국에서 그 매장량과 생산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중
서울시민의 휴식지 중 하나인 송파구 올림픽공원, 1988년 역사적 축제의 현장이었던 이 장소는 삼국시대에도 사람들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바로 풍납동 토성과 더불어 한성백제의 왕성으로 추정되는 몽촌토성을 품고 있어서다. 현재 몽촌토성 북문지 일원에서는 고대인들의 물질문화를 밝히기 위한 발굴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성백제로의 시간여행, 몽촌토성 발굴조사 현장을 담아봤다. 유기물의 흔적을 가진 ‘공동 우물’ 집수지 몽촌토성 북부, 녹색으로 펼쳐진 광활한 벌판에서는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의 여유가 느껴졌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치열한
대한민국의 수도, 인구 1000만 명의 대도시 서울의 뿌리는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은 ‘수도 서울’의 시작을 조선의 한양 천도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조선 왕실이 한양으로 천도하기 약 1400년 전부터 한강 일대는 이미 백제의 수도로 기능하고 있었다. 약 500년의 역사를 가진 ‘한성 백제’는 180여 년간의 ‘웅진사비 백제’에 비해 덜 알려져 있고, 정확한 초기 백제 도읍지의 위치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해상왕국 백제의 전성기를 함께한 백제의 왕도는 어디며,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위례성에서 한성까지 삼국사기, 삼국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