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보배곱창 집의 문이 열렸다. 사장 이경희(여·47) 씨가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기도 전 손님이 찾아왔다. 집에서 갓 나온 듯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남성은 야채곱창 포장을 주문했다. 곧이어 5인 가족이 가게를 찾아왔다. 연휴를 즐기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나왔다. 보배곱창은 제기동에서 12년 동안 주민들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가족들에 깨끗한 음식을 고집하는 주부들도 보배곱창의 ‘깨끗함’을 믿고 찾아온다.보배곱창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구리 보배곱창의 제기동 지점이다. 제기동 보배곱창 사장 이경희 씨는 원조가게 사장의 조카
성장중심주의 한국은 도시의 역사적 흔적을 보존하는 것보다 개발하는 것에 더 익숙했다. 서울 도심에서 옛 흔적이 남아있는 건축물은 많지 않다. 서울의 가옥 갱신주기는 서구도시보다 훨씬 짧아 30년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한국을 연구하는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2009년 저서 ‘아파트 공화국’에서 서울의 주거공간은 유동의 문화를 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의 문화는 이미 지어진 가옥의 영속성에 집착하는 축적의 문화와 달리 시간의 빠른 순환을 중시한다”고 했다. 본교와 인접한 청량리동, 정릉동에는 50년 역사를 간직한 건축
한국에서 도시정비 정책 패러다임은 전면철거 재개발 정책에서 도시재생으로 바뀌었다. 4월 18일 황교안 총리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어 신규 도시재생사업 33곳에 3100억 원을 지원할 것을 의결했다. 2000년대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쇠퇴한 구도심을 전면철거 재개발 방식으로 개발했지만, 주민 공동체를 파괴하고 골목길이나 시장 같은 도시문화 공간을 없애 도시 정체성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도시의 과거 흔적과 주민 커뮤니티를 보존하면서 ‘재생’하고자 하는 정책적 지원과 연구가 활발하다.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
눅(nook)서울은 구불구불한 후암동 골목에 있는 80년 된 일본식 목조주택이다. 서울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서울의 급성장을 지켜봤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무색하게 눅서울은 ‘낡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전자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면 100년을 바라보고 있는 나무의 짙은 향기가 나지만,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가구와 인테리어는 현대적 감각으로 꾸며져 있다. 주인 이호영 대표는 이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고, 온전히 주거기능을 하도록 복원해서 ‘재생’ 시켰다. 아늑하고 조용한 곳을 의미하는 눅(n
그저 흘러가는 날 중 하루였던 3월 31일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늘 그렇듯 지하철에서 영양가 없는 웹서핑을 하다가 한 웹툰을 읽었다. 단원고에 다닌 기억이 상처로 자리 잡은 한 아이가 낯선 이의 가방에 매달린 노란 리본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만화를 다 읽은 그 자리에서 책 와 관련된 스토리펀딩에 결제했다. 정경대 후문에 도착하자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해 서명운동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평소엔 지나쳤을 책상에 다가가 이름과 주소와 서명을 남겼다. 그날 저녁에 있던 세월호 유족 간담회
비문학 총서, 소설, 자기계발서에 밀려 판매량이 하위권에 머물렀던 시 출판계에선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초판본으로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소와다리)’가 출간 두 달 만에 판매 부수 15만 부를 돌파했다. SNS 시인들의 시집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 출판계에선 70~80년대 시 열풍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시 열풍은 특히 SNS를 타고 번지고 있다. 좋은 서정시가 SNS에서 공유되고 있고, 많은 사람이 자작시를 자신의 SNS에 올리고 있다. SNS의 속성은 현재 사람들이 시를 외면하는 시대에 긍정적인
한 사람만 지나들 수 있는 문을 열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내려가면 토끼를 따라 토끼굴에 들어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느낌이 든다. 서점을 기대하고 도착한 지하엔 꽃다발부터 보였다. 잘못 왔나 생각이 드는 순간, 시집 열 댓 권을 손에 쥐고 있던 서점 주인이 나타나 책을 정리할 테니 잠시 구경하란 말을 남겼다. 짙은 청록색 벽지가 지하 공간을 한층 어둡게 보이게 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책상과 책장 가득 시집들이 놓여있다. 서점보단 누군가의 서재란 느낌이 드는 이곳은 시집과 시와 관련된 책을 파는 ‘다시서점
에스닉 푸드(ethnic food)란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고, 특정 민족을 상징하고 대표할 수 있는 민족음식을 의미한다. 근본적으로 각 나라의 고유한 민족적 음식을 뜻하지만, 그 중에서도 주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서아시아 등과 같은 제3세계 음식을 가리킨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족을 뜻하는 ‘에스닉’의 뜻 그대로, 동서양 구분 없이 특정 나라의 민족음식을 파는 곳을 에스닉 레스토랑으로 인식하는 추세다.안암동에도 에스닉 레스토랑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에스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은 한국인도 있지만, 타국으로
한국에서 에스닉 레스토랑을 찾는 건 과거에 비해 쉬워졌다. 2013년도 통계청 도소매업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음식점, 인도 음식점 등이 포함된 항목인 국내 기타 외국식 음식점업은 2013년 1588개로, 2007년 537개에 비해 약 3배 늘었다.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유명한 이태원과 안산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시작한 에스닉 푸드 레스토랑은 지금 홍대, 신촌, 강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2010년대 들어 에스닉 푸드 음식점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소비자들을 낯선 음식의 길로 이끌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맛보지 못하는 독특한 음식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6년 외식산업 트렌드 키워드로 ‘미식 유목민(Gastro-nomad)’을 제시했다. 이들은 일상 속 행복을 ‘맛’으로부터 발견해 맛있는 것을 찾아 유랑한다.그런데 맛을 찾아 떠나는 유랑을 취미생활로 두지 않고 직업으로 삼아버린 사람도 있다. 음식 웹툰 의 조경규(남·42) 작가다. 은 조경규 작가의 가족이 ‘먹고’ 사는 이야기에 여러 가지 요리와 음식들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유래와 진화과정 그리고 앞날까지 짚어보는 내용을 곁들인 만화다.“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본교 자연박물관 건립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이 3일 하나스퀘어에서 열렸다. 고려대학교 자연박물관 건립준비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최광식(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 이항(서울대 수의과) 교수, 이의형 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 연사로 나섰다. 남상오 한국자연박물관협회장은 축사에서 “자연박물관은 인간과 자연이 변화한 모습을 밝히고, 이를 전시를 포함한 교육과 연구를 통해 우리 삶에 활용하는 기관”이라며 “고려대에 자연박물관이 성공적으로 건립,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최광식 교수는 ‘고려대학교 자연박물관 건립 방향’을 주제로 2
고려인 한·러 전래동화 번역단체 카란다쉬(회장=심형보)가 주최한 강연 ‘고려사람 이야기’가 3일 우당교양관에서 열렸다. 고려인지원센터 ‘너머’의 김영숙 사무국장이 연사로 나서 한국에서 고려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강연했다.김영숙 사무국장은 고려인 동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안산 ‘땟골(선부동)’에서 4년간 고려인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돕고 있다. 국내 체류 고려인들은 안산 등 공단지역에 집단으로 거주하며 일용 파견노동자로 살고 있다. 이들은 법적 지위가 외국인이어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로 인
2016학년도 새로운 교육제도 도입으로 학기가 유연해지고, 토론 수업도 활성화된다. 25일 인촌기념관에서 있었던 전체교수회의에서 박만섭 교무처장이 △유연학기제 △튜토리얼(tutorial) 교육제도 △교육운영체계 개선안을 설명했다. 유연학기제와 튜토리얼 교육제도는 2016학년도 1학기부터 시범 시행되며, 교육운영체계 개선안은 교수들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예정이다. 단기 집중 수강으로 학기 유연해져2016학년도 1학기부터 집중강의제와 튜토리얼 제도가 일부 교과목에서 시범 시행된다. 집중강의제는 유연학기제의 일
‘Language Festival’ 강연이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문과대 서관에서 열렸다. 문과대 EMCS(Education, Math, Computer, Speech) 연구실에서 주최한 이번 강연은 언어학을 뇌공학, 컴퓨팅과 융합한 학문적 성과를 주제로 했다. 신지영(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임희석(정보대 컴퓨터학과) 교수를 포함한 8명의 강연자가 나서 언어의 과학적 가치를 강의했다.이번 강연 시리즈는 인문사회학과 자연공학의 융합 가능성을 인문사회계 학생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이를 기획한 남호성(문과대 영어영문학과
2016학년도부터 본교가 SW(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정보대(학장=유혁)가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이 교육은 정보대 전공생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실습 확대와 비전공생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초교양 프로그램 확충을 골자로 한다. SW중심대학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교육 사업으로, 소프트웨어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대학교육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W중심대학으로 선정된 본교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최대 6년 간 매년 약 20억 원씩 지원받는다.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지원으로 정보대
본교에서 일반 동아리가 중앙동아리로 인정받는 건 쉽지 않다. 동아리 중에서 특정 분야에 전문성과 대표성을 띄어야 하고, 이를 인정받는 과정이 까다롭다. 중앙동아리가 점유할 공간이 한정된 것도 중앙동아리의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많은 동아리가 중앙동아리 가입을 원한다. 중앙동아리가 되면 △다양한 학과생 모집에 유리하고 △동아리박람회 등을 통한 홍보가 쉬우며 △동아리방이란 자치공간을 갖고 △학생지원부에서 지원금을 받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회칙에선 진입 장벽 높아중앙동아리가 되려면
이번 학기 중간고사에서 무감독 시험이 일부 과목에서 시행됐다. 무감독 시험은 염재호 총장이 도입한 3무정책의 일환으로 학생 스스로가 양심을 지키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3무정책은 출석확인과 감독 시험, 상대평가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없앤 것으로 시행 여부는 교수 재량에 달려있다. 무감독 시험을 시행한 ‘현대미술론’ 과목의 김현진(본교·디자인조형학부) 강사는 “학생 스스로 해나갈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자율성을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무감독 시험을 통해 암기를 요구하는 시험이 아닌 논술형 시험을
1996년생이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한 2015년이 저물어 간다. 15학번이 고대생이 될 동안 96년도에 개업한 정경대 후문 앞 ‘25시 당구장’과 당구장 주인 김비룡(남·53) 씨도 이 자리에서 세월을 보냈다. 요즘 보기 힘든 뚱뚱한 브라운관 모니터는 20년 동안 데스크에서 요금을 계산하고 있다. 이 당구장에서 가장 어린, 1살 된 강아지 ‘초크’는 손님이 오면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왕왕 짖어 반긴다. 당구공이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는 20년 동안 정대 후문 앞을 울렸다.김비룡 씨는 파란 천으로 쌓인 당구대를 매일 닦는다. 요즘처럼
본교가 2018학년도 입시부터 학교장 추천 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의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고교추천전형으로 신입생의 50%를 선발하고, 논술전형은 폐지하며 특기자 및 정시전형은 축소한다. 10월 28일 이남호 교육부총장은 본관에서 열린 입시제도 개편안 발표 기자 간담회에서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입시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학생부 비중 커져이번 입시제도 개편의 핵심은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2017학년도까지 모집인원의 16.7%를 차지하는 고교추천전형(학교장추천전
유니버시티 플러스의 두 번째 강의 ‘질탕한 유람에서 문학을 만나다’가 10월 29일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심경호(문과대 한문학과) 교수가 문학적 성취가 높은 여행 기록물을 쓴 다섯 인물을 소개하는 것을 주제로 한 이번 강연엔 50여 명의 청중이 참여했다.심경호 교수는 여행을 ‘자기 존재의 기반을 떠나는 행위’라 정의했다. 그는 “자기가 살던 생활 기반을 떠난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며 “여행자는 고통을 감수하고 자신을 낯선 공간에 놓는 결단을 내린 사람”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타지의 낯선 풍경과 풍속을 친숙하게 느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