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김 할머니의 증언 이후 전국 생존자들이 잇따라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 세계에 알려졌다. 사람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기억하고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소녀상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기억하고 일본군의 반인륜적 범죄를 고발하는 의미는 하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길 바
나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에 십분 공감한다. 반복된 루틴에 지쳐 뉴욕 빙햄튼 대학교에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한 것도 그러한 이유다. 루틴은 내 세계를 조르는 덩굴이다. 그러나 도망친 곳은 또 다른 우물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내 세계가 넓어졌다고 느꼈다. 미국은 나무조차도 한국과 달랐다. 미국 나무는 옆으로도 거대하게 자란다. 마치 외계 생명체를 보는 기분이다. 같은 뉴욕 주안에서도 차로 3시간씩 걸리며 이동하고, 도시마다 분위기도 매우 다르다. 발음도 달랐다. 알파벳 ‘O’를 울리게 발음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이해하질 못했
요즘 정치권이며 언론이며 연일 ‘출산율’ 문제로 시끄럽다. 합계출산율이 1을 하회하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인구는 2020년 역사적 고점을 찍고 2021년부터 하락 전환됐다. 인구통계의 장기적 추세를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에 출산율이 유의미하게 반등하지 않는다면 급격한 인구절벽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에 정부는 역사상 마지막으로 70만명 이상이 태어난 1990년대 초반생에게 희망을 걸고 다양한 정책들을 내걸고 있다. 나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1990년대 초반 ‘가임기 여성’이다. 얼마 전 결혼을
고대인에게 추천할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다 보니 미궁을 헤매는 테세우스가 된 기분이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을 고른 건 이 책이 그 어떤 책보다 내 가슴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사르트르가 책의 서문에서 말했듯, 나도 “이 책을 읽어라”고 말하려 한다. 물론 이 책은 출간된 지 벌써 60여년이 흘렀고 책의 주된 내용인 탈식민화 역시 너무 옛이야기 같다. 많은 석학이 이 책을 해석하고 재해석해 이미 닳아버린 지 오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강력히 권한다.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
큰 사람일수록 실현 가능한 꿈을 가지고, 갈수록 꿈을 키우며, 못난 사람일수록 애초에 허황된 꿈을 꾸다가, 시간이 갈수록 움츠러든다. 내가 부임한 2004년 졸업반이었던 한 학생은 학자의 꿈을 키웠으나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해서 꿈을 접어야만 한다고 했다. 나는 호되게 그를 꾸짖으며 꿈을 버리지 말라고 했고 머뭇거리던 학생은 이내 MIT, 영화 오펜하이머 때문에 알려진 Los Alamos National Lab 등에서 승승장구하며 지금은 해외 명문대에서 교수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결국 그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서 이룬
국내외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각해졌다. 극심한 불평등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야기할 뿐 아니라, 국내외 분쟁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불평등과 분쟁의 관계를 연구한 월터 샤이델(Walter Scheidel, 1966~)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인류가 이렇게 심각한 불평등을 해소했던 방식은 대규모 전쟁, 급진적 혁명, 국가 실패, 치명적인 전염병 등의 폭력적인 사건이었다. 1900년대 초의 심각한 불평등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2500~5000만 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 그리고 공산 혁명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190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7조원을 넘으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교육부가 14일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2000억원 증가했다. 학생 수가 7만명가량 줄었음에도 사교육비 총액은 더 늘어난 것이다. 조사에 N수생은 포함하지 않았기에 실제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30조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교육비가 늘어난 이유로 급격히 바뀌는 입시 정책이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킬러 문항 출제 배제를 선언했다. 급격한 출제 기조 변화에 사교육 의존도가
송민제 전문기자
1992호 1면 기사는 전공의 파업 후 고려대 병원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진료를 받지 못해 생기는 환자들의 어려움과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간호사들의 고충을 담았다. 기사에 환자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의료공백 현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간호사들의 고충을 담는 것 이상으로 비상 의료대책의 허점을 메울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담았다면 심층적인 기획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사건의 원인이 된 전문의 사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생략됐다. 취재 협조에 어려움을 겪었을 거라 예상해 보지만, 안암병원 전공의들의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날까? 누구나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 봤겠지만 마음에 드는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망설임에서 시작된 물음이기에 A를 택하자니 B가 아쉽고 B를 고르자니 C가 눈에 밟히는 갈등이 내재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칫 심해지면 나한테 선택장애가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까지 든다. 이럴 때 크게 고민할 필요 없다. 옛사람들이 남긴 고전 속에 해답이 들어 있다. 소문난 식사의 기본은 맛있게 먹는 것이다. 짜장면과 짬뽕을 놓고 갈등이 생길 때 짬짜면으로 해결하듯 딱히
새 학기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출근 시간 지옥철을 타고, 등교하고, 교양·전공 수업을 들으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항상 웃는 얼굴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곳이 있다. 바로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대학로 카페 ‘메리그린’이다. 고려대 정문에서 273번 버스를 타고 혜화역에 내려 조금 걷다 보면 금방 ‘A MERRY GRIN’이라고 적혀 있는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혜화에는 2층에 위치한 카페들이 많은데, 메리그린도 그중 하나다. 열심히 계단을 올라가면 메리그린의 상징이 그려진 포스
보직인사 (3월 5일자) △노동대학원장 김진영(정경대 경제학과)△대학원혁신본부장 송문정(대학원·융합생명공학과)△크림슨창업지원단장 이병천(대학원·융합생명공학과)△인권·성평등센터장 윤조원(문과대 영어영문학과)△중앙실험동물센터장 김형기(대학원·융합생명공학과)△민족문화연구원장 허은(문과대 한국사학과)△국제개발협력연구원장 최재욱(의과대 의학과)
나성수(공과대 기계공학부) 교수 등 4명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 감염과 변이 발생 여부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바이러스 진단 방법인 *등온 핵산 증폭법(RCA)은 음성을 양성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팀은 해당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증폭 기술인 DI-RCA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DI-RCA를 사용해 코로나19 초기 변이가 염기 서열 2만9000여개 중 2만3063번째 염기의 변이(아데닌·타이민)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동시 검출·진단 기술은 해당 단일 염기 변이의 존재 여부
지난 4일 2024학년도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시작됐다. 고려대는 올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기존의 학생회관, 애기능생활관 식당에서 안암학사 구내식당까지 확대했다. 1000원 학식은 학기 중 평일에 운영한다. 교내 학생식당은 인원 제한이 없으며 안암학사 구내식당은 선착순 200명까지 제공한다. 고려대 학부생·대학원생 모두 학생증 태그 후 키오스크에서 식권을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5일 학생회관 식당을 찾은 김동원 총장은 “아침밥을 먹는 학생들을 보니 흐뭇하다”며 “고물가 시대에 학생들이 아침 식사만큼은 든든히 하도록 지
‘교육연구단장 및 행정실무자 협의회와 ECR(Early Career Researcher) 혁신 포럼’이 지난달 20일 LG-POSCO경영관 안영일홀에서 열렸다. 고려대 대학원혁신본부(본부장=이미혜)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4단계 BK21 혁신인재양성사업의 성과평가를 대비하고, 신진 연구자의 연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협의회에서는 교내 연구단 소속 담당자 70여명이 참석해 성과를 발표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진 포럼에서는 연구자들이 관심 분야별로 모여 해당 분야와 연계한 연구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외국인 연구인력도 참여
노후화 시설 모두 정비돼운동기구 41종 새로 마련회원권 이틀 만에 매진 고려대 세종캠퍼스 아이파크 휘트니스센터가 개선을 마치고 지난 3일 재개장했다. 겨울방학 동안 진행한 인테리어 공사로 내부 시설이 정비됐고 운동기구는 전면 교체됐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7시~오전 10시, 정오~오후 10시로 이전보다 1시간 길어졌다. 일요일엔 오후 4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학부·대학원생 기준 학기 종일권은 12만원, 학기 아침권은 3만원이다. 아이파크 휘트니스센터 노후화는 꾸준히 지적됐다. 재개장 전엔 바벨 봉이 녹슬고 케이블 머신의
정후보 김서영·부후보 김한범직전 선거와 선본 구성 동일해자연캠 투표구 1개로 축소 지난 6일 제54대 서울총학생회장단 재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마감됐다. 선거운동본부 ‘나날(정후보=김서영)’이 단독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예비후보는 13일까지 재학생·휴학생 600명 이상에게 후보자 추천을 받은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김**, 중선관위)의 심사를 통과하면 본후보가 된다. 선거 운동 기간은 14일부터 24일까지며, 투표는 25일부터 27일까지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된다. 개표는 투표 마감 2시간 후 시작한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병상 가동률 50% 내외수술 연기, 응급 수술도 어려워간호사가 인턴 업무 대신해 정성훈(남·48) 씨의 어머니는 지난달 26일 오전 심한 두통을 느꼈다. 정 씨의 누나는 어머니를 길음동 서울척병원으로 모셨다. 어머니의 병명은 뇌출혈이었고 병증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척병원 측은 정 씨에게 응급 수술을 권고하고 주변 종합병원 응급실을 알아봤다.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차로 12분 거리 떨어진 고려대 안암병원이었다. 정성훈 씨는 의사로부터 ‘안암병원은 전공의 파업 때문에 수술을 받아줄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즉시 수
올해 3월 김용주(공과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공학관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아직 물건이 덜 들어와서 휑한데, 곧 3D 프린터도 들어올 거에요.” 연구실에 들어서면 커다란 모니터가 반겨준다. “저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소재를 디자인합니다. 실제 실험보다는 컴퓨터 안에서 가상 실험을 주로 하고 있죠.” 연성 소재 이론 및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온 그는 교수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과거를 회상했다. 학자가 되고자 유학길에 오르다 학부 2학년, 병역 문제를 고민하던 그는 돌연 유학을 결심한다. “저는 중간에 공부를
‘우림과 둠밈’은 출애굽기에 나오는 표현으로 ‘빛과 완전함’으로 번역된다. 조둠밈(경영대 경영학과) 교수의 이름이 그렇게 지어진 건 우연이 아니다. 조경근(불어불문학과 76학번) 교우의 첫째 딸 이름이 ‘우림’임을 들은 교회 목사는 “우림과 둠밈이 구약성서에 함께 나오니 찾아보라”고 지나가듯 말했다. 성경을 펼친 조 교우 부부는 둘째가 태어난다면 딸이 됐든 아들이 됐든 ‘둠밈’이란 이름을 붙이겠다고 결심했다. 한번 사는 인생, 특별하게 보내자 “가끔 부산 사투리가 나올 수 있어요. 부산·경남 출신 학생이 찾아오면 그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