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유럽연합 내에서 독일은 유럽경제를 견인하는 경제적 선도역할을 넘어 유럽의 연대성과 도덕성을 대변하는 국가로 부상하였다. 전범국가의 오명을 씻고 극적인 반전을 이룬 근간으로 경제적 기적과 더불어 균형 잡힌 정치의식과 사회공동체적 시민의식이 꼽힌다. 이는 과거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자기성찰의 결과이기도 하다. 1970년대 말 아데나우어 총리의 장기집권에 맞서 자유와 진보를 요구하는 좌파 학생운동이 등장하며 독일사회는 심각한 분열과 갈등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 때 좌파와 우파의 학자들이 1976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작은
지난 10월 18일부터 26일까지 ‘2019 고려대학교 홈커밍 주간’에 많은 교우들이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러한 홈커밍 주간은 본교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행사였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열리던 교우행사를 비슷한 시기에 집중시키고, 개별교우회 차원의 행사를 총장초청으로 격을 높이면서, 관련행사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더해 교우들에 대한 모교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33만 명에 이르는 고려대 교우는 본교 발전의 든든한 지지축이다. 현재 고려대학교의 영예와 위상에서 교우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국내 최대 수준의 장학금 지원과
더 좋은 신문을 내기 위해 노력했던 고대신문의 일원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본 1885호는 고대신문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신문이었다. 고대신문의 숙제는 독자들에게 읽히는 것이다. 1885호 보도면은 학생들에게 한층 다가가려 노력한 점이 보였다. 중운위 임시회의 기사는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졌고, 조국 사태에 대한 학생들의 움직임을 기사 2개를 할애하며 ‘팔로우업’하려 했다. ‘안암 상권에 상륙한 마라 열풍’ 기사도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사였다. 하지만 마라탕 열풍의 원인은 다양하게 해석하려 노력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요즘 시대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다. SNS로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개인적 영역을 넘나들며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곤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무심결에 자신들의 생각을 필터링 없이 서술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영역에 들어갔지만 실재(實在)로서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악플러들이 악플을 쓰는 이유는 익명성에 의해 책임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자극적인 댓글을 쓰면서 남에게 관심을 받기를
학교에서 ‘현장기획취재’ 수업을 들으면서 취재원을 인터뷰할 일이 있었다. 고발적 성격이 짙을수록 취재원은 강한 언행을 이어나갔다. 화가 잔뜩 나서 요모조모 무엇이 잘못됐는지 내게 말해줬다. 나는 좋은 코멘트를 받았고, 신이 났다. 취재윤리에 따르면 인터뷰를 마치고서 반드시 취재원의 성명을 물어야 한다. “선생님 혹시 존함을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조심스레 물으니 이런 말이 돌아왔다. “아니 그건 어렵지.” 그는 30분 남짓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한 말을 모두 철회했다. 혹여나 기사가 나가면 나를 고소한다고 했다. 공적인 말하기는 어
필기부터 강의자료 확인, 인터넷 강의 수강까지, 요즘 대학생들은 펜으로 하는 공부보다 노트북으로 하는 공부가 더 익숙하다. 자연스레 노트북 열람실에 대한 수요도 늘었는데, 일반 열람실보다 노트북 열람실 수가 적어 학생들은 ‘편히 공부할 곳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인문캠에 비해 노트북 열람실이 더 부족한 이공캠 학생들은 노트북 열람실 자리를 구하기 위해 인문캠으로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학교 측도 노트북 열람실 좌석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는 입장이다. 확충했지만…여전히 부족한 노트북 열람실 본교
는 책을 공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책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는 점에서, ‘고대인의 서재’에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는 평생 문학소녀였던 지의 편집자 앤 패디먼이 4년에 걸쳐 쓴 18편 가량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에세이마다 주제가 상이하지만 대체로 독서, 작문, 그리고 그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에서 앤 패디먼은 독서뿐 아니라, 책이라는 물리적인 실체, 책을 다루는 행위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이자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높은, 작지만 강한 나라. 교환학생으로 파견되기 전에 싱가포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였습니다. 금융권에 관심이 많아 싱가포르에 있는 대학교를 한 번 살펴보던 중 싱가포르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NUS)를 보고 교환학생 파견교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NUS는 세계대학순위에서 매년 상위권을 차지하고 아시아에서는 1, 2위를 다툴 정도로 수준이 높습니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스포츠 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 시설을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단편 (1885)에는 첫사랑을 향한 한 사내의 아련한 서사가 녹아 있다. 산정에서 양을 치는 목동에게 정기적으로 식량을 가져다주는 아주머니가 휴가를 가자, 주인집 아가씨가 직접 와서 목동을 만난다는 설정이 소설의 전반부를 이룬다. 후반부에는 우연한 이유로 집에 가지 못한 그녀와 밤을 지새우며 그녀에게 별 이야기를 건네는 목동의 한없는 설렘과 감동의 순간이 나타나 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라는 소설의 마
학교본부가 새로운 수강신청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다. 관련 학내부서에서 TF를 구성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 대표자까지 참여해 의견을 취합중이라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2월부터 새로운 수강신청 시스템이 시행된다면, 20년만의 전면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학교당국에서 수강신청에 대한 학생들의 어려움과 불만의 목소리를 파악해, 최근의 모바일 위주의 사용 경향을 반영하여 제도 변화를 꾀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의 수강신청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여행가방최승호 자궁에서 나올 때부터 눈썹이 유난히 희었다는 노자(老子)는 여백에서 왔다가 여백으로 돌아간 여백의 백성이다. 그는 긴 여행 중에 가방을 하나 분실했는데, 그것이 바로 후세에 전해진 이다. 종착지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떠나게 된다는 점에서, 여행과 사람의 일생은 유사점을 갖는 듯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작든 작지 않든 그들 여정 중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자신들이 남긴 흔적과 함께 타인의 기억 속에 남게 되기를 소망하는 것 같다. 근래에는 덜 하지만, 유명 관광지에서
작년 말 내가 속했던 한 예능 프로그램인 에선 출연자들을 약간 바보스럽게 묘사한다. 그들은 퀴즈를 할 때마다 무언가를 잘 모르고 어리숙한 느낌으로 포장한다. 그래서 일부는 방송이라서 그렇지 실제로는 아닐 거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 촬영본을 본 나는 그들이 진짜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한 출연자는 진심으로 당당하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서. 신서유기의 촬영장에서 ‘그걸 내가 왜 알아야 해?’라고 말하는 태도는 너무나 당당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그에게 산 정상의 온도나 시사용어는 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학(大學)은 학교의 규모나 교육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분명히 고등교육의 마당이다. 고등교육은 초·중등교육에 비해, 말 그대로 ‘고등(高等)’ 수준의 학업을 이수한다. 그만큼 높은 차원의 지성을 구가할 때, 고등교육은 자신의 본분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낼 수 있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그런 상식이 일그러진 고등교육과 그 교육을 받은 자들의 저급한 활동이 나를 슬프게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존재들은 통상 한 사회의 지도급 인사로 기여해 왔고, 지금도 그런 경향은 뚜렷하다. 돈과 권력,
시대마다 시대정신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진왜란 때는 의병을 일으켜 침략한 왜구를 격퇴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다. 일제시대에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이 시대정신이었다. 1950년 6·25전쟁 때는 남침한 북한 공산군을 격퇴하고 짓밟힌 국토를 회복하여 무너진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다. 서양사회의 경우, 중세시대에는 장원에서 영주의 통제하에 살던 농노들이 영주의 절대권역으로부터 탈출하여 도시에서 근대적인 자유로운 시민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다. 한편 서양 중세 말기 혼란기를 틈타 대두한 마키아벨리즘(
‘조국 사태’가 입시제도를 흔들고 있다. 지난 26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입시제도에 대한 기자 브리핑을 갖고, 학생부종합전형 개선과 13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세부계획을 밝혔다. 실태조사 대상인 13개 대학에는 고려대를 포함한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대학이 망라되어 있다. 조사 계획에는 현재 대학입시 일정 속에 있는 대학과 수험생의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고려대를 포함해 서울대, 연세대, 부산대 등 조국 자녀의 입시 경유지였던 여러 대학들이 ‘조국 사태’를 지나며 여론에 휩쓸려 말도
촛불집회와 총학생회 탄핵. 기시감이 느껴졌다. 취재부장으로 활동했던, 2016년 가을 고대신문과 닮아 있는 호였다. 그렇기에 지금 편집국이 얼마나 정신없을지 이해가 간다. 이럴 때일수록 현 데스크가 중심을 잘 잡아주길, 그 당시 휘둘리기만 했던 부장으로서 응원할 뿐이다. 보도면은 상황을 잘 따라가고 있다. 서울총학 탄핵 기사는 탄핵준비위의 주장과 이에 대한 총학의 반박을 항목별로 잘 정리했다. 다만, 따라가기만 해서 생기는 아쉬움도 있다. 두 집단에 소속돼 있지 않은 학생들의 입장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목소리 내는 사람의 말만 받아
삭발정국이 문을 열었다. 아니, 삭발공연이 시작되었다. 조국(祖國)의 운명을 걱정하며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저지하기 위한 애국자(愛國者)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정의와 애국은 무엇인가? 교훈은 없으나 재미만 있는 킬링타임을 위한 공연에서 우리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들이 말하는 민부론에서의 민은,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조국과 나의 조국은 다른 것인가. 그럼에도 나름 폭발적인 흥행을 하고 있는 이번 공연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롭다. 혹시 공연을 보며 어딘가 불
삭발. 흘러간 옛 대중가요인 ‘DOC와 춤을’에서는 “머리를 빡빡”밀었더니 “너 사회에 불만 있냐?”라는 말을 듣게 한다고 말한다. 삭발은 주로 사회적 약자들의 투쟁방식이다. 물론 이렇게 정의된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그렇게 이용되곤 한다. 주로 노동조합이나 학생운동의 산물로 인식되는 이 삭발을 사회적 대담으로 다시 불러온 집단이 참 아이러니하게도 자유한국당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보수정당이 본인이 지닌 머리를 밀어 삭발이라는 좌파적인 투쟁을 한다는 사실이 참 묘하다. 서구 유럽국가에서의 집회에서 삭발식을 보기 힘들다는 점은 대한민
중학교 때 친구들을 통해 들은 한국 드라마를 본 후부터 저는 한국어와 문화, 미디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에 한국어를 독학하기 시작했고, 한국 문화를 직접 느끼면서 살고 싶어 한국으로 유학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가족들은 말 한마디 안 통하는 나라로 유학 가려는 것을 의아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열정이 있다면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한국으로 짐을 싸서 온 것입니다. 여러 대학 중에서 고려대가 비교적 학생들 사이가 끈끈하고 친화적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고려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
올해 8월 말 출시된 블리자드 사의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이하 ‘와우 클래식’)은 사실 15년 전에 이미 출시되어 선풍적 인기를 끈 버전 그대로를 다시 매만져 낸 작품이다. 그래픽 모델링 정도만 일부 개선이 있었을 뿐, 게임의 기본 시스템은 조금의 변화도 없이 15년 전의 시스템 그대로를 유지한 채로 출시되는 바람에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있었다. 15년 전의 불편함이 그대로라 요즘 사람들이 플레이하기 힘들 거라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정작 서비스 출시가 이루어진 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