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코끝 시린 겨울, 난 네가 생각난다. 옆 반 학생이었다는 것 외에는 너와 인연이 없지만, 이맘때 즈음 나는 널 떠올린다. 너는 하늘에서 뭘 하고 있을까. 꽃을 좋아했던 너는 너무 춥다며 봄 사월을 고대하고 있을까. 고3 수능을 앞두고 넌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넌 힘들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높은 아파트 창문에서 몸을 실어 날렸다고 했다. 너를 잃은 다음 날. 학교방송을 통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눈물을 떨궜다. 넌 여리고 착했다. 힘들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던 넌 전날 학교에 결석했다. 유난
국민은 무지몽매한 허수아비의 지배 속에서 4년을 지내왔다. 조악한 것일수록 당당한 외양을 드러낸다고 최순실은 일체 부끄러움이 없었다. 오히려 준비를 마친 후에, 당당히 검찰소환에 등장했다.비상식적인 상황에 민중은 분노했고, 거리로 나섰다. 글로 정치를 비판했고,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난 글솜씨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다. 대신 나는 SNS 정치 비판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한다. 학교에 붙은 대자보 앞에 발길을 멈춰 한참 동안 주시하고 생각을 한다. 사람들의 글에 공감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2013년 12월.월간 에서 소설가 이제하, 정찬, 서정인 소설 연재 중단사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유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함.“하나. 우리의 연극은 ‘지금 여기’ 인간다운 삶의 진실을 담는다.”국립극단 선언문 첫두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하지만 검열된 연극에서는 인간의 삶을 진실대로 볼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 곤봉 대신 돈줄을 쥐고, 군복 대신 넥타이를 맨 ‘검열’의 시대다. 교언영색으로 뒤덮인 구조에 갇힌 연극과 영화는 생각을 멈췄고, 노래와 시는 사고를 닫았다.2014년 11월.다큐 영화 대형 멀티플렉
감독판으로 재개봉하면서 지난해 관객 900만을 기록한 영화 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 후보에 도전하는 유력 정치인과 그를 후원하는 재벌총수, 정경유착의 연결고리인 언론인 간의 끈적한 관계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영화였다. 이 영화 속의 설정이 영화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것을 다시금 일깨운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서다.최근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은 영화 속에서 대중을 ‘개돼지’라 표현했던 이강희 논설위원의 말이 연상된다. 얼마 전 국내 대기업 회장의 사건 또한 충격이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영상에는
지난 4월 국내 건전한 성문화를 위한 성담론 전문 포털 ‘속삭닷컴’이 오픈했다. 이 외에도 마녀사냥 TV프로그램, 섹스 토크 콘서트, 공모전 등 다양한 성에 대한 정보 제공, 대화, 논쟁 등이 온오프라인에서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개방적이고 자율적으로 변하고 있는 성인식과 성문화에 대해 짚어봤다. 자유롭고 개방된 성을 만들다현대인들은 성과 섹스에 대해 SNS나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이야기, 경험을 공론화시키며 공감을 하고 의견을 나누곤 한다. B(여‧22) 씨는 “SNS에서 성에 대해 얘기할 수
2011년, 대학에서 ‘성의 이해’라는 수업을 수강하던 한 여대생은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다. 수업에서 ‘성폭력은 남성에게 내재하고 있는 고유한 본능’이라는 남성 중심적 사고로 성을 묘사하고, 교수가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된 논란은 수업을 폐강에 이르게 했다. 당차던 여대생은 현재 섹스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섹스토이샵을 운영하며 칼럼을 쓰는 은하선 작가를 만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섹스칼럼니스트로서의 역할은“현재 여성 섹스칼럼니스트는 많
우리 주변엔 수많은 예술가들이 살아간다. 장애예술인도 예술가로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 작가, 댄서, 성악가, 피아니스트로서 살아가는 장애예술인 4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약사에서 작가로 나아가다 임현주(여·57) 씨는 2005년 장애인 창작스튜디오에 우연히 갔다가 입주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로 2009년부터 ‘미완성’, ‘마음으로 그린 그림’, ‘외치다’ 등 본격적으로 전시회를 열었다.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게 좋았다. 3살 때 교통사고로 척수장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붉은 벽돌건물이 보인다. 올해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이음’센터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가 진행된다. 다섯 번째를 맞는 장애예술인과 장애인들의 문화가 있는 날, 공연이 열리는 ‘이음’센터를 찾았다. 이음센터는 장애인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창작, 발표, 교류를 위한 공간이다. “방명록 적고 이거 받아가세요.” ‘STAFF’라고 쓰인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여성이 시선을 약간 아래로 둔 채 말을 걸었다. 자연스럽게 관람객들에게 작가의 명함과 흰 양
기획자 5인을 만나대학축제의 방향성을 묻다 5월이면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저마다 축제가 열린다. 대학 캠퍼스에 펼쳐진 축제의 장에서 학생들이 즐기는 모습 뒤엔 축제 기획자들의 노고가 있다. 대학축제를 기획하는 기획자들은 대학축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13년 안암캠퍼스 남글로나 축제준비위원장(축준위장), 2014년에 처음으로 인권문화제를 기획했던 신홍규(문과대 사회13) 씨, 2015년 세종캠퍼스 조현준 축준위장, 2016년 안암캠퍼스 최지수 축준위장, 2016년 세종캠퍼스 피승원 축준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개별
출퇴근하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잠들기 전 잠깐의 시간 동안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가볍게 즐기는 스낵컬처(Snack Culture)가 성장했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10∼15분 내외로 간편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이말은 2007년 5월 미국 IT 잡지인 ‘WIERD’에서 패션 SPA브랜드, 패스트푸드 외식 문화 등과 관련하여 쉽고 빠르게 소비되는 유행현상으로 처음 소개됐다. 박지혜 산업연구원(KIET) 서비스산업연구실 연구원은 “패션계에서 SPA브랜드의 인기는 간편함을 추구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점심시간을 자신만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일명 ‘런치 투어족(Lunch Tour 族)’이라 불리는 이들은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거나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기계발, 취미활동 등으로 활용한다. 2011년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1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2%가 런치투어족으로 조사됐다.점심시간이 런치투어족에게는 ‘식사 시간’보단, ‘자투리 시간’으로 더 크게 다가온다. 그들은 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은행 업무를 보거나, 낮잠을 취한다. 이현서(아
‘피키캐스트의 약빤 영상의 대가, 그렇지만 우리 약하지 않아요’로 자신을 설명하는 피키픽처스’ 피키캐스트는 작년 1월 조직된 피키캐스트의 자체 영상 제작팀이다. 피키픽처스는 2016년 5월 기준 어플 이용자,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 구독자를 포함해 총 4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피키픽처스가 이토록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피키픽처스를 소개해달라“콘텐츠 크리에이션의 정점에 있는 것이 영상이라고 생각했고, 직접 기획한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피키픽처스 멤버가 꾸려졌다. 초반에
“다들 나눠드린 안대를 써주세요.” 지난 주에 워크숍을 취재하던 중 졸지에 나도 안대를 썼다. “저를 따라 한 명씩 차례로 밖으로 데려다줄 거예요. 여러분은 밖의 모습을 그대로 종이에 그리시면 돼요.”순식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세계로 들어섰다.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살갗에 스치는 바람. 문이 열릴 때마다 귓속으로 들려오는 소리. 모든 게 낯설었다. 나는 언제쯤 밖으로 나갈까. 기다리는 동안 혼자 걸어가 볼까 했지만, 그냥 제자리에 서 있기로 했다.그때 누군가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 순식간에 돋는 소름. “자, 천천히
카페에서 버려진 커피찌꺼기가 섬세한 손길을 거쳐 텀블러로 악세사리로 탈바꿈했다. 낭비되는 폐자원에 새로운 쓰임새를 주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은 버려진 현수막을 에코백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소재를 비슷한 용도로 재사용하는 것이 아닌 다른 용도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리사이클링(recycling)과 차이가 있다. 가방, 인형과 같은 소품부터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와 패션사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KUD) 배민지 매니저는 “업사이클은 어느 한 곳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우리 조상들은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집에서 빚는 술인 가양주를 대접했다고 한다. 전통주는 재료와 제조방법에 따라 1000여 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고, 깊은 역사와 함께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전통주는 과거의 가양주문화와 그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부족과 국내 주세법 상 면허취득조건 제한, 수입주류업체가 중심이 되는 시장구조 등 제도적인 면 때문이다. 전반적인 전통주 시장의 현황과 제도를 알아보고 전통주 시장 성장을 위한 대안을 짚어봤다.늘어나는 수입주류 규모
생소했던 한국 술에 관심전통주 배우려는 움직임도한국 전통주 부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끊어진 전통주의 맥을 복원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전통주 교육기관, 전통주 갤러리, 홍보기관에 그치지 않고, 청년도 홍보와 전통주 시장을 살리기 위해 나섰다. 전통주 교육기관, 연구부터 문화사업까지전통주를 배우고 연구하는 교육 공간이 생겨나면서 전통주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졌다. 2015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김대근)은 전문인력 양성기관 5곳, 교
같은 사람의 다른 얼굴들. 사진을 찍는 데 있어서 피사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구도로 어떻게 빛을 비추는지에 따라 한 사람은 카멜레온처럼 다른 사람이 됐다. 고대신문은 정경대 후문 ‘스튜디오 짱’에서 한 인물의 여러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내 보았다. 조명은 인물사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스튜디오짱 박후규 작가는 “조명은 사진을 찍는 데 필수적인 것”이라며 “조명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사진은 천차만별의 분위기를 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증명사진으로 주로 쓰이는 순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유명하지 않은 인물에 존재감을 부여한 사진을 사랑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랑한 사진작가, 허브 릿츠(Herb Ritts, 1952-2002)의 사진전이 국내 최초로 열리고 있다. ‘마돈나를 춤추게 한 허브 릿츠’ 전시는 ‘할리우드’, ‘패션’, ‘누드’ 섹션으로 구성되며 허브 릿츠가 찍은 사진 100여 점과 뮤직비디오, 잡지 등을 선보인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이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에서 2월 5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린다. 사진으로 할리
3월이다.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1학기 개강이 겨울방학을 밀어내고 찾아왔다. 비어있던 게시판은 며칠 만에 각종 홍보 팜플렛으로 가득 찼고 중광잔디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로 알록달록 물들었다.따뜻한 봄바람에 이끌려 중광잔디를 찾았다. 고학년에 접어든 친구는 “엊그제까지 새내기였는데! 벌써 사망년이라니”라며 장난 섞인 절규를 내질렀다. 그런 친구를 보며 잠시 옛 추억에 잠겼다. 여긴 어디고 강의실은 어디인가, 수강신청은 어떻게 하는 건가, 사소한 것에 설레고 기뻐하던 나였다. “선배님, 선배님”하던 그 똥강아지는 어느새 선배란
세종캠퍼스 학생회관 공간 사용에 대한 규칙을 제정하자는 요구가 계속 제기되지만, 규칙 제정 필요성만 확산될 뿐 여전히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또한 세종캠 중앙동아리 선정과정에서 동아리마다 기준이 다르게 적용돼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학관사용규칙 1년째 “만들겠다”현재 세종캠퍼스 학생회관 공간 사용의 권한은 총학생회칙, 동아리연합회칙 어느 곳에도 명시돼있지 않다. 세종 동아리연합회(동연)는 1학기 중앙운영위원회의에서 규칙 제정을 위해 운영위원들의 동의를 얻었으나 1년 가량 지난 지금도 학관사용규칙은 마련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