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로 살면 편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선배가 아껴둔 육아휴직 카드를 뽑아 들며 남긴 말이다. 자기 일이 아니면 할 수 있어도 못 한다며 칼 같이 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는 호구라서요. 이렇게 하나하나 해주다 보면 제 일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치자면 나 또한 호구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급 회장이며, 전교 학생회며, 멘토링에 축제 진행까지 담당했다. 대학에선 다들 뜯어말리는 ‘뻔대’를 하고 싶다고 자원했다. 한때 몸담은 동아리에서조차 영상의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몇 번 해봤다’는 이유로 떠맡았고, 그렇게 80
마스크에 가로막혀 꽃향기를 맡을 순 없지만 따사로운 햇살과 만개한 꽃들이 봄의 시작을 실감하게 한다. 교정을 밟지 못한 독자들에게, 지면 너머로나마 봄 내음이 물씬 나는 캠퍼스의 전경을 전한다. 박소정·서현주·정채린 기자 press@
“서류 합격했다!” 적막하던 사무실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돌아보니 입사 20년 차 PD의 목소리였다. 새 프로그램 런칭을 위한 기획서 공모전의 1차 합격 소식이었다. 조만간 PT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이어졌다. 축하를 전하고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취직만 하면 끝나는 것 아니었나..?’ 취업을 슬슬 걱정해야 할 때. 인턴 지원을 위해 이력서 총알 난사를 했다. 합격 메일을 확인하려 메일함을 들락날락하길 수십 번. 서류 통과가 너무 힘들어. 지겹다고 말하길 수백 번.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도 덥석덥석 받았다. 취직만 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봄. ‘여행이 일상이던 이 시절이 이토록 그리워질 줄 알았다면 좀 더 즐기다 올걸.’ 이제는 의미 없는 후회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다시 여행이 시작되지 않을까. 버석했던 마음이 기대감으로 젖어 든다.박소정 기자 chocop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