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진다. 꽃 피는 봄은 기척도 없고, 눈 오는 하늘은 어딘지 모르게 칙칙하다. 손을 호호 불어 얼굴에 대어도 온기는 이미 식어버렸다. 칼바람이 얼굴을 할퀴던 철책 근무를 애써 잊어보는 계절이다. 이 겨울에, 든든한 야전상의 한 벌 장만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이태원 군인용품점 ‘DMZ’다. 시원하게 뻗어있는 이태원로를 거닐다 이태원 시장 방면으로 난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면 다른 상점들 사이에서 국방색 위장막으로 도리어 존재감을 내뿜는 ‘DMZ’가 있다. 모형 소총과 군 피복으로 몸을 둘러싼 마네킹 경계병을 지나 입
행사의 달, 웃을 일들만 가득하길 정신없이 시험기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더위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5월이다. 3주간의 재정비 시간을 가진 고대신문도 다시 발행을 시작한다. 달력을 펼쳐보니 5월은 각종 행사들이 빼곡히 일정을 채우고 있는, 여러모로 바쁜 달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최대의 화두는 단연 대동제와 입실렌티. 초청가수 공연 라인업이 공개되고, 주류 판매와 관련해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면서 학내 커뮤니티가 벌써부터 떠들썩하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과정부터 끝나는 그 순간까지 생생한 열기를 기록
학교본부의 느닷없는 이공캠 학생식당 이전계획 발표로 학생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당장 4월 중간고사 기간을 코앞에 두고 이공계 학생들의 학습 공간이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학생 대표자들의 질문에도, 본지의 취재요청에도 학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학교본부가 시설을 정비하거나 새로 지을 수 있다고 본다. 당장 새로운 학생식당도 필요하고, 교육·학술 활동에 도움을 주는 인프라 신축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이는 학내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거쳤다는 전제 하에서다. 학생들이 늘 요구하는 ‘소통’이란
p.p1 {margin: 0.0px 0.0px 0.0px 0.0px; text-align: justify; font: 10.0px Helvetica} 날은 부쩍 따뜻해졌지만 미세먼지로 숨 쉬는 것조차 신경쓰인 한 주였다. 캠퍼스 곳곳에서는 저마다 마스크를 낀 채 종종걸음으로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수년 째 가지각색의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더 나아지지 않는걸 보면, 여러 요인들이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된다. 본지 취재부 기자들은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에 눈을
두 사람이 격한 말다툼을 벌이는 상황.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4가지로 나뉜다. 1) 한 쪽에 동참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2) 가운데에서 뜯어말리거나 3) 조용히 들어보거나 4) 그냥 고개를 돌리고 가던 길 가거나. 더욱이 여러 담론이 오가는 대학사회에서는 상이한 생각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학생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고민해볼 만한 지점이군’이라는 생각(3번)과 ‘또 시작이다’라는 피곤함(4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유형이다. 근거는 없지만 아마 대부분이 비슷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방학호와 함께 고대신문 편집국도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기사와 씨름하는 첫 마감날 기자들의 모습. 문득 지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떠오른다. 질문 하나라도 해보려고 인형까지 흔들어대며 안달복달인 기자회견 풍경은, 우리네 사회에서 언론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은 요즘 청년들이 공동체의 문제에 무관심하다지만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너무 많은 사회의 요구에 시간이 부족할 뿐.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맞닿아 있음을, 곧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임을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
강원근 교수는 2008년 교단에서 물러나며 를 출간했다. 전주교대 총장 선거에도 직접 출마했던 강 교수는 퇴임 이후 계속해서 총장 선출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그의 저서에는 △해방 이후 한국 대학총장 선출제도의 역사와 문제점 △외국 대학의 총장 선출제도에 대한 분석 △총장 선출 제도의 개선 방안 등이 담겨있다. 강원근 교수를 만나 한국의 총장 선출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 한국의 대학총장 선출제도는 어떻게 변화해 왔나“우리나라 근대 대학들은 대부분 1945년 8·15 해방 이후에 출범했어요. 우
법적으로 재단의 총장 임명권이 보장된 사립대학은 총장 직선제가 도입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올해 이화여대의 신임 총장 선출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전통의 사립대학이 학교 역사상 최초로 직선제를 채택한 보기 드문 사례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이 재단의 일방적인 총장 임명 또는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교의 총장선출제도를 바라보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또한 다양하다.‘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총추위)’ 중심으로 이뤄지는 본교 총장 선출제도는 간선제에 가깝다. 법인이 30일간 총장후보 대상자를 공개 모집한 후
정권을 몰아낸 지난 촛불시위는 ‘직접 민주주의’의 가치가 빛난 사례로 평가받지만, 사회 각 영역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시스템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민주주의의 보루로 여겨지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사회 정점에 있는 ‘총장’의 선출에 있어 직선제냐, 간선제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선출권을 어느 구성원에게까지 부여할 것인가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결국 대학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서로 양보하며, 총장 선출제도에 대한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을 용이하
누구에게나 고등학생 시절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전공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중요한 시기다. 고교현장에서 보고 배운 모든 것들은 개인의 진로 설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본교생들은 자신의 전공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 앞에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고교생 시절 제대로 된 진로, 전공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학사회의 바로 전 단계인 고교 현장의 진로 교육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전공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학생본지는 지난 9월 28일부터 16일간 본교 학생 471명
입학금 폐지 문제로 대학사회가 떠들썩하다. 입학금을 두고 학생들과 시민단체는 줄곧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대학 측은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교육부의 주도로 입학금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이 지난 2일, 9일 두 차례에 걸쳐 마련됐지만, 합의가 결렬되며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폐지 요구하는 학생·시민단체 vs 난색 표하는 대학들지금까지 대학들은 신입생 입학 과정에 필요한 실소요비용 충당을 이유로 입학금을 받아왔다.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전국 사립대학 185곳(전문대학 포함)의 입학금은
대학들이 저마다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여러 규제를 가하고, 한 푼이라도 아까운 대학들은 재정지원을 따내기 위해 정부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금 수입은 줄어들고 있고, 법인의 지원도 시원찮은 상황이다. 대학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젠 국가가 나서서 대학의 재정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재정압박 호소하는 대학들대학 재정위기에 대한 논의는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사립대학이 책임지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출발한다. 압축적인 경제 성
대학등록금 문제가 범사회적인 이슈가 된지 수년이 지났지만, 해결은 여전히 난망하다. 지난 정부는 선별적 복지의 기조 아래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 문제의 꼬인 실타래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등록금 부담완화 정책은 함께 진행된 대학구조개혁과 엇박자를 내며 대학사회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국가장학금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대학등록금 정책 플랜을 다시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값등록금’과 ‘대학구조개혁’ 함께 밀어붙인 정부높은 대학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가 정부 정책으로 구체화되기까지는
도쿄 신주쿠의 밤거리를 밝히는 술집들은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다같이 왁자지껄 ‘부어라’, ‘죽어라’ 마시는 한국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다. 우리도 때로는 혼자서 가볍게, 조용히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성북경찰서에서 삼선동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쭉 걸어올라가 어두운 골목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면, ‘延891’이라는 이름을 단 작은 바 하나가 눈에 띈다. 재즈음악과 미국 동부 힙합을 들으며 시원한 맥주로 하루를 소소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혼술남녀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가게를 들어서면 꽃이 담긴 와인 병들,
2017 대학구조개혁 리포트 : 대학의 위기를 논하다(2) 대학구조개혁 6년을 돌아보다 위기의 세종캠, 모두가 힘 모아 재도약 준비본교 세종캠도 대학사회를 휩쓴 구조개혁의 파고를 직접 맞닥뜨려야 했다. 2015년 1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세종캠은 D+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충격적인 결과였지만,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세종캠은 곧바로 중장기 플랜을 세우며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세종캠의 지난 2년은 뼈를 깎는 수준의 개혁이 이어진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실망스러웠던 1주기 평가 결과박근혜 정부의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앞두고
대학의 위기를 논하다 : 2017 대학구조개혁 리포트(2) 대학구조개혁 6년을 돌아보다정부가 대학구조개혁의 칼을 빼든지 6년, 대학사회는 빠른 속도로 구조개혁 체제에 맞춰 변화했다. 본교 세종캠을 비롯해 다수의 대학들이 교육부 대학평가의 직격탄을 맞았고, 잇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결정하고, 대학이 따라가는’ 획일적인 구조개혁 정책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대학구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방식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대에게 불리한 ‘대학 줄세우
“고대신문에서 김성수 친일 행적에 대해 쓰신다구요? 그거 잘 쓰셔야 할 텐데... 하하” 인촌의 친일 행적과 관련해 취재하던 모 선배 기자가 학교 관계자로부터 들은 답변이다. 인촌을 기사로 다루려고 하면 유독 학교가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자들도 인촌이라는 주제의 무게감을 가볍게 여기지 못한다. ‘잠들지 않는 진실의 공간’을 자임하는 고대신문도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학교의 ‘성역(聖域)’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도대체 성역이란 뭔가? 성역이 생성되고, 깨져서 소멸되는 과정은 힘의 교체와 궤를 같이한다. 실낱같은 생명력을 간간히
지원자의 출신 학교를 지우는 블라인드 선발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된 가운데, 대학 입시에서도 블라인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면접 단계에서만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입장이나, 점차 입시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장에선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대입에서 수시 학생부위주전형의 비중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블라인드 선발 방식은 교육계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장 올해 입시에서 학생부위주전형 비중은 전체의 86.4%(22만3712명)를 차지해 최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두고 대학가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선 관련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학생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도입 반대 측은 블라인드 채용이 역차별이라는 입장이며 찬성 측은 능력 중심 채용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찬반 엇갈리는 블라인드 채용블라인드 채용 정책엔 ‘능력 중심 사회’로 나아가려는 현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다. 지난 6월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
작년 12월 출범한 제49대 서울총학생회 ‘이음줄’(회장=이승준, 서울총학)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해 총학생회장 탄핵, 미래대학 논쟁, 본관점거까지 이어진 본교 학생사회의 혼란 속에서 이음줄은 ‘기본을 지키는 총학생회’를 기치로 걸고 24.9%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본지는 5월 25일부터 9일간 ‘총학생회 중간평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단과대와 학년, 성별 비율을 고려해 서울캠퍼스 632명을 표본으로 설정했다. 학생들은 서울총학에 ‘62.2점’의 평가를 내리며 남은 임기에 등록금, 주거, 교육권 운동처럼 실질적인 도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