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현 전문기자
주재민 전문기자
메스트로비치는 말한다. 현대인들은 마치 안전벨트처럼 ‘감정벨트’를 차고 다닌다고. 감정의 맥도날드화, 기계 숭배의 확장으로 여겨지는 탈감정 사회, 작위적인 것들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없어야 하고, 그러므로 고장 따위가 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감정벨트를 멘다.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것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고 보니 우리는 ‘감정적으로 소모하고 싶지 않아서’ 라는 말을 자주 한다. 탈감정적 유형들의 무정함과 냉철함이 감정적으로 피곤해지고 싶지 않아서 그러
“언니, 어제 아는 와이프 봤어요?” 목요일만 되면 회사 친구 영인이는 전날 밤에 방영한 드라마 얘기에 신이 난다. 요즈음 꽤나 있기 있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주인공이 은행원이란다. 그런데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너무나 현실과 닮아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명절에 신권을 안 바꿔준다며 화를 내는 손님, 절차는 생략하고 무조건 편의를 봐달라는 손님, 대기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화를 내는 손님. 현실에서는 어디 이 뿐이랴. 어느 직업이나 고충은 많겠지만 은행원이나 승무원처럼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대면해야 하는 직업은 특히나
“제정신을 갖고는 결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던, 어떤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넘으려 발버둥거리며 만 4년을 보낸 후… 그동안 겪은 이러한 부조리와 모순은 열심히 연구와 강의를 하리란 초기의 순수한 열정에서 이 사회에 대한 환멸과 더불어 애초의 희망과 비전을 접게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보따리 장사’였던 시간강사의 말이다. 한가한 신세 한탄이 아니다. 자살 직전의 절박한 심정이다. 주인공은 당시 44세의 한경선 선생님이다.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 공부를 하고 귀국, ‘전임’ 자리를 꿈꾸며 꼬박 4년을 강의만
때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보다도 마음에 와 닿는 노래 한 곡이 가장 큰 위안을 줄 때가 있다. 2017년에 발표된 의 수록곡 ‘비밀의 화원 (아이유, 이상은 작사·작곡, 강이채 편곡)’은 간결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위로한다. 아이유가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라고 밝힌 이 곡은 2003년에 발표된 이상은의 타이틀곡을 14년 만에 리메이크했다. 잔잔한 분위기의 차분함으로 가득했던 원곡과 달리 바이올린을 뜯는 연주 기법으로 편곡해 한층 더 밝고 명랑한 느낌을 준다. 통통 튀는 연주로 시작하
지난 3일, 부산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식중독 사건이 발생했다. 식자재 유통회사 풀무원푸드머스가 초‧중‧고등학교에 납품한 케이크에 살모넬라균이 검출된 것이다. 풀무원푸드머스가 신뢰받는 식품생산업체인 풀무원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세간에 충격을 안겨줬다. 당연히 식품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킨 납품업체에 일차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국에 학교급식으로 유통되는 가공식품의 식재료 점검을 꼼꼼히 하지 않은 점은 치명적인 잘못이다. 비위생적인 식품을 허술하게 품질검사한 식약처의 책임도 적지 않다.
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촌언니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일상으로 접하다보니, 커가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삶과 그 가족이 직면한 어려움에 관심 갖게 됐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약자들 중 장애인에게 보다 눈길이 갔고, 그들이 겪는 아픔에 내 일처럼 공감했다. 그렇게 '내겐 장애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고 자부해왔다. 사촌언니를 생각하면 ‘알록달록한 그림’이 떠오른다. 언니는 만날 때마다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가져와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도와주려고 크레파스를 꺼내 색칠했을 때, 자신의 맘에 들지 않
한국 정치사에서 ‘단식’은 주요 투쟁수단이었다. 1983년 야당 대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주년 기념일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23일간 ‘곡기를 끊었’다. 외신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졌고, 결국 전두환 정권의 인권유린 실태를 전세계에 고발하는 효과를 거뒀다. 모든 단식 투쟁의 귀결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로부터 약 30년 뒤인 2016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임기가 1년 반 남은(예정대로라면)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막고자 ‘7일 단식’을 시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건강보험 재정 확충을 위한 주류 건강증진 부담금 도입을 이야기했다가, 여론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되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재정확충을 위해 서민에게 밀접한 술값이 거론된 것에 대한 국민적 감정은 좋지 않다. 최근에 체감되는 물가의 오름폭이 적지 않고, 지난 정권에서 국민 건강을 내세운 담배값 인상이 흡연률은 꺾지 못한 채 담배 가격만 올려놓은 기억이 또렷해서다.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5년 기준 9.1리터로 OECD 국가의 평균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과제를 제시할 때, 개별과제와 팀플 중 어느 것을 희망하는지 묻고는 한다. 그러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개별과제를 선택한다. 팀플을 통해 협업의 가치를 깨닫기 바라는 교수의 의도는 가슴속에 맴돌 뿐이다. ‘여러 과 학생들이 한 팀이 되면 전공 시간표가 달라 시간 조율이 힘들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회의 참여가 어렵다’, ‘열심히 참여하지 않는 팀원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역량이 낮은 팀원 때문에 학점이 깎이는 것이 싫다’, 등의 이유로 학생들은 개별과제를 선호한다. 비록 학생들이 팀플을 꺼리지만, 협업의
자동차, 노트북, 스마트폰, 회색 건물, 아스팔트 도로. 가로수를 제외하면 도심은 초록빛 자연과는 한없이 동떨어진 회색이다. 아직 더운 날씨에, 그런 풍경에만 둘러싸여 있으면 문득 형형색색의 꽃에 갈증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땐 꽃이 사시사철 피어있는 카페로 가보는 건 어떨까. 익선동 한옥마을을 거닐다 보면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한옥 외부에 각종 꽃을 가득 장식한 플라워카페 ‘마당’이다.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전신을 감싸는 서늘한 공기가 더위에 지친 마음을 풀어준다. ‘마당’은 한옥 내부에 플라워카페의 개념을
1# 정말 오랜만에 고대신문을 펼쳤다. 반가운 학교 소식 사이로 곧 문을 닫는 홍보관 얘기가 있다. 홍보관은 학생들의 공간이 많았던 곳이다. 홍보관이 무너질 때쯤 홍보관이 품은 추억들이 고대신문 지면에 담기면 좋겠다. 2# 1856호 1면은 ‘주말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고통받는 학생들’에 대한 것이다. 연구실은 40도 넘는 찜통인데 학교는 “중앙냉방이라 일부 학생 때문에 건물 통째로 에어컨을 틀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한다. 낭비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주말 냉방은 어렵다는 게 얼핏 납득되는 데 이른다. 이렇게 되면 내년 여름은 그
라면 속 환상의 짝꿍 대파와 콩나물 자취생의 영원한 소울 푸드, 라면. 라면에 넣어먹으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내주는 대파와 콩나물의 보관방법을 알아보자. 대파는 한 단의 양이 많아 무조건 남는 재료인데, 뿌리와 줄기 끝을 제거한 후 먹을 분량을 반으로 잘라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넣고 냉동보관을 하면 여러 번 쓸 수 있다. 아예 송송 썰어 보관하면 조리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콩나물을 손질하지 않은 채로 빛을 받지 않게 신문지에 감싸 냉장보관해야 한다. 밀폐용기에 물을 담고 콩나물을 넣어두면 더 싱싱하게 유지할 수 있다. 가끔은 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지는 동백처럼일순간에 저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돌아보라 사람아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두려운가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피딱지처럼 엉켜서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낫지 않고 싶어라이대로 한 열
산산한 바람이 이불자락으로 스며와 아침을 깨우는 계절이다. 왠지 모를 헛헛한 마음을 붙잡고 지나간 것들을 떠올려본다. 부드러운 선율을 타고 밀려오는 아쉬움과 더해가는 그리움. 그 사이로 가을 내음이 훅하고 다가온다. 우리는 그렇게 가을로 또 가을밤으로... 지난여름이 얼마나 지독했는지는 이 문턱을 넘으며 잊기로 한다. 조은비 기자 juliett@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쓰는 이유는, 모두가 인생에서 토로하고픈 무언가가 있어서다. 그런데 연결 관계를 맺고 게시물을 올리도록 하는 인터페이스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어떤 단면을 토로할지 각각 SNS의 개성이 생겨난다. 페이스북이 지인과 친근하게 소식 주고받는 느낌을 준다면, 인스타그램은 잘 사는 자신을 표현하는 느낌이 크고, 트위터는 뭔가 잘못되고 망쳐버린 것을 열변하는 분위기다. 그런 트위터인데도, 무슨 신랄한 일침을 날리는 것이 아닌, 그저 마음이 훈훈해지는 만화가 유행했다. ‘시무룩 고양이’라는 제목으로. (큐라이스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린 요즘, 운동선수들의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포털사이트는 ‘금메달 말고 은메달 따라’는 댓글로 도배됐고, 지난 1일 치러진 일본과의 야구 결승전 중계 창에는 일본을 응원하는 댓글도 심심찮게 보였다. ‘일본에는 가위바위보조차도 지면 안 된다’고 말하던 우리 국민들이 보인 반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국위 선양’을 위해 도입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후진국’ 이미지가 강했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그 이미지를 씻어내고자 했다. 그땐 이 제도의 필요성이
최근 성황리에 치러진 아시안게임에서 제일의 화두는 선수들의 병역특례였을 것이다. 남자축구는 금메달로 전 국민의 축하를 받으며 선수들이 병역특례를 받았지만, 야구와 농구 등의 종목에서는 병역특례 악용 의혹이 불거지며 병역특례 폐지 논란이 일었다. 운동선수의 병역특례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요구되었다. 먼저 국위 선양, 국가에 공헌한 자에 대한 포상 차원에서 병역을 면제시켜주어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사기진작과 동기부여를 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또한, 운동선수라는 직업의 특수성이 있다. 대부분 스포츠가 40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중증발달장애인이 노동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자신의 적성을 알고, 실제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전국의 특수학교에서 제조업 위주의 직업 교육을 제공하는 가운데, 최근 발달장애인들의 맞춤형 취업 지원을 위한 ‘발달장애인 훈련센터’가 전국에 유치되고 있다. 하지만 훈련센터의 직업교육 역시 관련 직종의 취업을 담보하지는 못해 다양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조업 위주로 이뤄지는 교육발달장애 학생들의 직업교육은 직업에 대한 인식교육에서 시작해 다양한 직업체험, 그리고 구체적인 업무의 기술습득으로 이어진다.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