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단편 (1885)에는 첫사랑을 향한 한 사내의 아련한 서사가 녹아 있다. 산정에서 양을 치는 목동에게 정기적으로 식량을 가져다주는 아주머니가 휴가를 가자, 주인집 아가씨가 직접 와서 목동을 만난다는 설정이 소설의 전반부를 이룬다. 후반부에는 우연한 이유로 집에 가지 못한 그녀와 밤을 지새우며 그녀에게 별 이야기를 건네는 목동의 한없는 설렘과 감동의 순간이 나타나 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라는 소설의 마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들은 헌법과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병역의무의 형태는 다양한데, 그중에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통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대체복무제도의 일환인 ‘전문연구요원’들이다. 올해 5월, 이들 전문연구요원에 대한 감축 논의가 불거졌다. 이에 과학기술계·산업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가경쟁력 약화와 부족한 인력수급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10월 이후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가경쟁력 위해 도입, 현재도 정당성 있어 우리
지금은 많은 이들의 일상에서 지워졌지만, 오늘날 무형문화재로 불리는 것들은 200여 년 전만 해도 삶의 일부였다. 질박한 옹기그릇에 담긴 고봉밥으로 하루를 버티고, 흥겨운 탈춤 한바탕에 꼴사나운 양반 놈들 비웃어주기도 했다. 한 많은 삶의 잔잔한 위로였고 당연한 일상이었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에겐 박물관 구경 가듯 그저 잠깐 스쳐 가는 옛날 일이 돼버렸다. 과거의 ‘우리 것’이 더 이상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 하지만 전통을 사랑하고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전통문화는 미래 세대까지 향유하는 문화가 될
선비의 고담한 정신을 상징하는 갓, 한때는 많은 이들의 격식과 자태를 더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갓의 수요가 사라진 지금은 극소수 장인들의 손으로만 이어질 뿐이다.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갓 공방에서 만난 정춘모 보유자는 평생 갓에 몸과 마음을 바쳐 침침해진 눈이지만, 빛바랜 스승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갓과 함께한 일생을 하나하나 짚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평생 통영갓 전승에 인생을 바친 선생을 통해 갓에 담긴 장인의 세월을 반추해봤다.- 통영갓의 명맥을 잇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고향은 경북 예천인데, 젊었을 적 대구로 나가
‘갓일, 낙죽장, 궁시장, 채상장, 백동연죽장…’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이지만, 이들은 모두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으로 보호받고 있는 국가무형문화재다. 문화재청에서는 1962년 이래로 무형문화재 144개 종목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지만, 30개가 넘는 종목들이 명맥을 잇기 어려울 정도로 전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종목 중 24%는 전승 취약 종목 처음 국가적 차원의 무형문화재 보호가 시작된 것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무형문화재를 보호해
한국 최초의 경영학 연구기관이 본교에 있다. 바로 창립 60년을 넘어선 기업경영연구원(원장=배종석 교수, 기연)이다. 산업계와 기업경영의 주도적 역할을 해온 기연은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더는 지식이 대학의 전유물이 아니며, 산학협동의 패러다임이 질적인 측면에서 변화돼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배종석 기업경영연구원장은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기연은 두 가지 역할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첫째로 “부분적인 것을 통합하여 현상을 평가·해석할 줄 아는 세계관과 관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짚었고, 둘째로는 “인문학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방식이 변한 현재, 고등교육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2014년 개교한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s)은 전 세계 7개 도시를 거치며 실시간 화상 수업과 기업 연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교육과정을 제시해 교육계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엔 70여 개국 2만 3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새로운 대학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6일 오후 LG-POSCO 경영관에서 열린 심포지엄 참석차 본교를 찾은 미네르바스쿨의 벤 넬슨(Ben Nelson) 총장을 경영대 학장실에서 만났다. - 미네르바식 교육의
덴마크는 어떻게 녹색·복지 사회가 될 수 있었을까. ‘외교관의 눈에 비친 덴마크 녹색·복지 사회의 비결’을 주제로 최재철 전 덴마크대사의 강연이 24일 오후 5시 국제관 219호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은 본교 노르딕-베네룩스 센터(센터장=이재승 교수)가 주최한 정기사업의 일환으로, 최재철 전 대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학생 30여 명이 모였다. 11년의 논의 끝에 만들어진 녹색 국가 최재철 전 대사는 덴마크의 녹색 사회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덴마크는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를 기점으로 에너지 대체 계획을
27일 KU 메이커스페이스가 오픈 1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나스퀘어 잔디밭과 창의관에서 체험 부스와 사진전이 열렸다. 행사 전반을 담당한 N15 메이커콘텐츠 조준희 팀장은 “메이커스페이스 위치상 공과대 학생들 외에는 이용하기 어렵다”며 “1주년 기념으로 많은 학생에게 메이커스페이스를 알리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오후 5시에는 메이커 시상식이 진행돼 정진택 총장과 김중훈 공과대학장을 포함해 40여 명이 참석했다. 창의관 130호에 있는 메이커스페이스는 학생과 교직원이 자신이 원하
본교 의료원(원장=이기형 교수)이 24일 오후 3시 강남구 도산대로에서 고려대의료원 청담캠퍼스(청담캠퍼스) 기공식을 열었다. 청담캠퍼스 부지는 2007년 4월 익명 독지가의 기부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기부자와 김재호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정진택 총장, 이기형 의무부총장을 비롯한 50여 명의 교내외 인사들이 참석했다. 공사는 2021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된다. 청담캠퍼스는 융합교육 서비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가 가능한 미래 융복합 디지털 헬스케어 시설로 마련될 계획이다. 들어서는 주요 설비로는 최첨단 특화 진료 센터,
세종캠 하반기 전체 학생대표자회의(의장=이비환, 전학대회)가 22일 농심 국제관 106호에서 열렸다. 논의안건으로 △세종총학생회칙 개정 △학생회관 이용수칙 제6조 2항의 해석 △‘언네임드’, ‘코리아 스탠다즈’의 학생회관 공간사용 제적에 관한 건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인준 등이 다뤄졌다. 또 기타안건으로 상정된 ‘본·분교 지위 해소의 필요성’을 두고 대의원들이 견해를 나눴다. 전학대회는 세종총학생회칙의 모호한 표현을 수정하고 부정확한 자구를 손봤다. 세종총학을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감사 위원회 규정도 신설했다. 학생회관 이용수
‘서탈/면탈’, ‘면까몰’. ‘서류 탈락/면접 탈락’, ‘면접은 까보기 전까지 아무도 몰라’를 뜻하는 이 은어들은 졸업을 앞두거나 갓 졸업한 ‘취준생’은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9월부터 시작되는 2019 하반기 기업 공채모집을 앞둔 취준생들은 면접 스터디, 자소서 스터디 등에 참여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취업을 준비한다. 본교생도 예외는 아니다.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본교생을 위해 경력개발센터는 ‘모의역량면접 서비스’, ‘자기소개서 첨삭’부터 대규모 취업특강까지 다양한 유형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세심한 피드백 가능한 소규모
“따따따 따-따- 따 따따따!” 영화 의 관객들을 빵 터지게 한 구조 신호다. 재난 현장에서 탈출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질주는 관객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여타 영화들과는 다르게, 는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재난 영화로, 실제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의 준비 단계부터 상영을 마치기까지, 강혜정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는 시나리오 선정, 주인공 캐스팅, 영화 촬영, 영화관 상영 등 하나부터 열까지 세
여행가방최승호 자궁에서 나올 때부터 눈썹이 유난히 희었다는 노자(老子)는 여백에서 왔다가 여백으로 돌아간 여백의 백성이다. 그는 긴 여행 중에 가방을 하나 분실했는데, 그것이 바로 후세에 전해진 이다. 종착지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떠나게 된다는 점에서, 여행과 사람의 일생은 유사점을 갖는 듯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작든 작지 않든 그들 여정 중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자신들이 남긴 흔적과 함께 타인의 기억 속에 남게 되기를 소망하는 것 같다. 근래에는 덜 하지만, 유명 관광지에서
누구나 한 번쯤 영화 같은, 꿈같은 일상을 떠올려보곤 한다. 행복한 상상도 잠시, 이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현실과 마주한다. 일탈을 바라며 살지만,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 우리에겐 더 익숙하다. 새롭게 변화해보겠다고 무엇인가 열심히 다짐하지만, 어제와 똑같은 오늘의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렇지만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도, 흘러가버린 듯한 시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완벽하진 않아도, 우리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일상 속에서 나를 파고드는 권태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9와 숫자들’의 을 들어보자. 은
작년 말 내가 속했던 한 예능 프로그램인 에선 출연자들을 약간 바보스럽게 묘사한다. 그들은 퀴즈를 할 때마다 무언가를 잘 모르고 어리숙한 느낌으로 포장한다. 그래서 일부는 방송이라서 그렇지 실제로는 아닐 거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 촬영본을 본 나는 그들이 진짜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한 출연자는 진심으로 당당하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서. 신서유기의 촬영장에서 ‘그걸 내가 왜 알아야 해?’라고 말하는 태도는 너무나 당당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그에게 산 정상의 온도나 시사용어는 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학(大學)은 학교의 규모나 교육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분명히 고등교육의 마당이다. 고등교육은 초·중등교육에 비해, 말 그대로 ‘고등(高等)’ 수준의 학업을 이수한다. 그만큼 높은 차원의 지성을 구가할 때, 고등교육은 자신의 본분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낼 수 있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그런 상식이 일그러진 고등교육과 그 교육을 받은 자들의 저급한 활동이 나를 슬프게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존재들은 통상 한 사회의 지도급 인사로 기여해 왔고, 지금도 그런 경향은 뚜렷하다. 돈과 권력,
시대마다 시대정신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진왜란 때는 의병을 일으켜 침략한 왜구를 격퇴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다. 일제시대에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이 시대정신이었다. 1950년 6·25전쟁 때는 남침한 북한 공산군을 격퇴하고 짓밟힌 국토를 회복하여 무너진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다. 서양사회의 경우, 중세시대에는 장원에서 영주의 통제하에 살던 농노들이 영주의 절대권역으로부터 탈출하여 도시에서 근대적인 자유로운 시민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다. 한편 서양 중세 말기 혼란기를 틈타 대두한 마키아벨리즘(
친한 친구나 후배가 훈련소에 들어가면, 바깥소식 한 줄 전하고자 서랍 한 귀퉁이에 웅크리고 있는 편지지 한 장을 찾는다. 노트북이나 핸드폰이라면 순식간에 화면을 채울 수 있지만, 익숙지 않은 펜을 손에 꼭 쥐고 흰 종이 위에 한 글자씩 채워 나간다. 가끔 나오는 오탈자나 제멋대로인 글씨체에 손바닥에 배인 진땀을 닦으면서도, 종이 위에 서서히 쌓여 가는 육필(肉筆)은 소중한 사람에게 진심과 그리움을 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곤 한다. 물론 지금은 손글씨보다 노트북 타이핑이 익숙해진 시대다. 과거의 향수에 젖고 싶은 사람들, 연인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30여 년 만에 특정됐다. 1994년 처제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50대 이모 씨다. 영화 의 진범이 그 수감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언론들은 일제히 용의자의 신상을 줄줄이 보도하고 있다. 용의자인 이모 씨는 화성사건 당시 사건 발생 일대에 거주했고, 용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처제 살인 당시의 범행 수법이 화성 사건만큼이나 치밀하고 잔혹했다. 이에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일 수 있지만, 이모 씨는 아직 수사 단계의 용의자다. 경찰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