❸ 전공영역에 심취했다고 느낄 때!

Q3. 전공영역에 심취했다고 느낄 때
1위 넌 ~과니까 …해봐 라는 주위의 시선이 느껴질 때(62명)
2위 내 전공 폄하발언에 발끈할 때(59명)
3위 다른 사람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전공어휘의 생활화(52명)
4위 우리말보다 외국어 단어가 먼저 튀어나올 때(23명)
5위 삼라만상이 전부 전공 실험대상물로 보일 때(20명)


처음 전공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생소하기만 했던 전공용어들이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술술 나올 때, 마치 득도한 것만 같은 뿌듯함이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외계어를 접한 듯 이상한 눈초리로 당신을 바라본다. 그 순간 이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전공내용을 읊어준다면, 당신은 진정 멋쟁이!

“길가다 새똥을 맞으면 다른 사람들은 그냥 재수 없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이공계는 새똥이 산성이라 색이 바래질 테니까 얼른 가서 닦으라고 얘기하거든요. 공부를 많이 해서 피곤할 때도 뇌를 많이 써서 당이 부족한가보다 이러면서 초코렛 더 먹고 그래요” 익명요구(여 · 생명대 환경생태공학03)
“우리끼리는 무슨 말만 하면 무차별해서 미치겠다고 표현하면서 웃어요. 무차별곡선을 모른다면 절대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죠” 노은정(여 · 정경대 경제04)
“평상시에도 전공용어가 마구 튀어나와요. 고등학교 때는 그냥 효소라고만 얘기했는데 지금은 ‘엔자임’이라고 말하고, 물만 해도 ‘H2O’가 먼저 떠오르죠.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Na를 나트륨으로 알았는데 대학 오니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소듐이라고 부르고 있더라고요” 배윤성(남 · 생명대 생명과학05)

▲ 일러스트=홍성윤

두꺼운 전공교재를 베개 삼아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몇날 며칠 이어지면서 ‘배우는 기쁨’에 조금씩 빠져들 무렵, 이쯤 되면 주변에서 접하게 되는 삼라만상이 모두 전공분야의 분석과 실험대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어떤 사실관계를 보면 모두 다 법으로 생각하게 돼요. 출교를 당했다, 누구를 감금했다 이러면 이거 몇 년짜리구나란 생각이 들고, 한화그룹 회장 사건 때도 협박에 특수폭행죄가 성립되겠단 생각부터 떠오르죠” 안병은(남 · 법과대 법학01)
“저희는 건물투시도 그리는 과제를 매주 해야 해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하나스퀘어만 가도 인테리어나 배니싱포인트(소실점) 같은 것이 다 보여요” 유일현(남 · 생명대 환경생태공학05)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다보니까 핸드폰을 만질 때도 나도 모르게 마우스처럼 움직이게 돼요. 컴퓨터를 켜면 필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전공 관련 프로그램을 제일 먼저 실행시키죠” 홍유진 (여 · 정경대 통계03)

이렇듯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이들에게 전공 폄하발언을 내뱉는 것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격. 그 자리에서 곧장 ‘너희가 우리전공을 알아?’라며 발끈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경영학과 보면서 겉만 번지르르하다고 말하거나, 우리들이 극단적인 개인주의 집단이란 얘기를 듣기도 해요. 고대 속 연대라는 얘기도 들었고요. 이럴 때면 당연히 화나죠” 정현(남 · 경영대 경영06)
“우리보고 ‘한적산공(산업공학과의 FM명칭은 최적산공)’이라고 말들 하는데 우리 전공공부가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서 하는 얘기들이에요” 신미진(여 · 공과대 기계정보경영공학07)

전공분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때로는 ‘넌~과니까…해봐’란 주위의 강권에도 왠지 모를 책임감을 일으키게 한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간에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영역이라면 일단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게 되는 것이다. 단, 모든 상황에 있어 전공자에 대한 과잉기대는 금물이다.

“제가 아는 기계과 선배는 뭐든 뚝딱 만들어내요. 남들이 넌 기계과니까 이것저것 해보라 그러면 리어카도 만들고 창문에 구멍도 뚫고 그래요. 뭔가 필요하다 싶으면 어느 샌가 그 선배가 만들고 있더라고요” 이주선(여 · 문과대 언어05)
“대학에 붙자마자, 수업은 아직 한 시간도 안 들었는데 전공이 전기전파전자공학부라는 이유로 집에서 배선할 때 전선 좀 깔아보라고 하더라고요. 아는 건 없었지만 저도 모르게 순간 움찔했어요” 오승찬(남 · 공과대 전기전파전자공학07)
“지난해 초 기숙사 점호 때 갑자기 어떤 여학생이 갑자기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사람들 모두 너무 당황해서 무작정 의대 애들을 찾게 되더라고요. 사실 그때가 입학한지 사흘밖에 안됐던 때라 의대로 입학한 애들도 전혀 의학지식이 없는 상태였거든요.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되게 웃겼어요” 정안나(여 · 사범대 수교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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