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대 총장으로 어윤대 교수가 취임했다. 교수·학생·직원·재단·교우 등 학내외 구성원들의 신임 총장에 대한 기대는 당연하다. 그러나, 어 총장의 취임으로 본교에 산적한 과제들은 신임 총장에게만 떠맡겨진 것이 아니라 본교 구성원 모두에게 나눠진 것이다.

지난해 총장선출을 둘러싼 내홍을 겪은 후 재단·교수협·교우회는 오랜 협의 끝에 12월이 돼서야 간접선거방식의 총장선출안을 마련했다. 이 같은 선출안에 따라 총장후보자로 추천된 어윤대 교수가 법인이사회에서 총장에 선임된 것이다. 어 총장의 선출 결과에 대해 또는 총장선출방식의 합리성에 대해 일각에서 이견도 있지만, 이 같은 문제제기는 총장선출안의 개정당시에 해결했어야 했다. 총장선출안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는 총장선거가 시작되면서 이미 무의미해졌고,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이제 지난 한 해 동안 흩어졌던 본교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기이다. 본교의 미래와 비전을 창출하기 위해서 먼저 학내 구성원들이 새로운 총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본교 발전을 위해 구성원 전부에게 나눠진 책임과 역할을 이행하는 도리(道理)가 될 것이다.

신임 어 총장은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CEO총장’을 표방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대학총장은 학자와 경영자로서의 면모 뿐만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국제적인 감각이 필요함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본교가 98년의 역사속에 이 땅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데는 단지 사회적응력이 뛰어난 산업역군을 양성했거나 학문적 성취가 높은 지식인을 배출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 신망(信望)의 이유는 불의에 거침없이 일어나고 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강한 열정을 내뿜는 지사(志士)적인 본교만의 학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회의 드러난 곳의 대들보와 서까래만이 아니라 숨겨진 곳의 주춧돌과 쐐기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고대인의 자세가 오늘의 ‘민족고대’를 만든 것이다.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할 때마다 홀연히 나타나 위기를 수습해 새 시대를 개척했고, 최고의 지성과 학문으로 인류의 장래를 선도했다’는 신임 총장의 첫 일성(一聲)대로 본교는 세계속에서도 그 지성과 야성이 퇴색해서는 안된다. 본교가 ‘세계고대’로 나아갈 때에 지사(志士)적인 정신이 이어지도록 신임 총장은 국제화감각을 갖춘 지사(志士)적인 총장이 되어야 한다.
본교의 연구·교육·근무 여건이 최근에 많이 개선됐다지만 본교가 목표하는 세계 1백대 대학으로 가는 데는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옛 시구(詩句)중에 ‘사람이 지사(志士)를 사랑하는 것은 마치 호랑이가죽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는 구절이 있다. 사람들이 호랑이가 살아있을 땐 죽이기를 바라고 죽은 후엔 그 가죽을 좋아하듯 손익에 따라 표변하는 세태를 빗대는 말이다. 신임 총장은 본교 발전을 위한 정책을 펴나가는 데 있어서 일부 구성원들의 인기에 연연(戀戀)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교수·학생·직원·재단·교우 등 본교 구성원들은 합의로 선출된 총장에게 먼저 과감한 성원을 보내야 한다. 향후 4년이 지났을 때 오늘을 지켜봤던 이들이 이 기간이 고대 1백년사에 큰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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