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시각 장애인들이 피사체가 아닌 사진의 주체가 되어 예술 활동에 참여 할 수 있는 기회와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소통의 기회를 마련 해 주고자 기획 되었다.

- 전시 소개 中 -

찌드는 무더위를 피해 까페에 들어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화문 일민미술관 1층, 그들 사이를 지나면 건물 한 켠에 작은 전시장 하나가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지난 8월 3일부터 19일까지 17일간, 이곳 일민미술관 제 1전시실에서 사진전 ‘마음으로 보는 세상. Seeing with the heart’가 열렸다.
사진전에 참가한 작가가 시각장애인이란 사실에 전시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보이는 것을 카메라에 담는 기존 ‘사진’에 대한 생각을 깨고 시각장애인이 마음으로만 보았던 세상을 사진에 담은 이 공간은 제목 그대로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다.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예술, 사진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전의 당선작 중 하나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평소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시각장애인 10명과 상명대학교 영상학부 학생들이 함께 만든 사진전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관람 온 시각장애인을 위해 전시장 둘레는 노란색 유도블록이 설치돼 있고, 모든 사진 설명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점자가 덧붙여져 있다. 일반인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도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빛 하늘 그리고 자유

작품들은 4~5개가 하나의 주제를 만든다. 노란색 블록을 따라 걷고 있으면 주제가 △Light △Another view △Up,Down △Touchable Photograph △Creature △Light painting의 순서로 바뀌고, 마지막 주제를 지나면 어느새 전시장 끝자락에 이른다.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와~’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시각장애인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를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각장애인인 사진작가들의 전시회다.

시각장애인 작가들의 사진은 유독 빛과 하늘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들이 많다. 숲 사이로 새어오는 빛, 붉은 노을 그리고 수족관을 밝히는 빛까지. 자연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그들이 보고 느끼는 빛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높이 있는 피사체를 찍으려다 살짝 앵글이 비껴나간 듯, 피사체가 프레임에서 밀린 자리를 파란 하늘이 사진의 남은 부분을 메운 사진은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사진 한 켠에 날고 있는 기러기와 남은 부분을 가득메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올려다본 옥상 뒤편에 찍힌 하늘은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는 하늘보다 더 맑아보인다.

아무리 자유로운 구도를 구사하는 포토그래퍼일지라도 결국은 배우고 보고 익힌 구도를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진의 구도에 익숙치 않은 그들의 사진은 독특하며 제각각이다. 거꾸로 찍은 사진, 어두운 사진, 비스듬히 찍은 사진, 흐리게 찍은 사진 등. 두 눈을 대신해 세상을 담을 사진기를 들고 마음껏 찍고 즐겼을 작가들의 자유로움이 묻어난다.

보이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전시관람이 막바지에 이르면 때 쯤, 사진작가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사진과 함께 걸어놓은 작품 10점을 만날 수 있다.  색소폰, 민들레, 주름까지 선명한 두 손, 어느 남자의 뒷 모습, 맹인견,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아기 등 사진 속에 담겨있는 피사체는 제각각이다.
사진 속에 있는 피사체들은 사진전에 참가한 사진작가들이 보지 못하지만  그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존재다. 맞잡은 두손을 흑백사진으로 표현한 이상현 씨는 사진 설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부터 보고 싶었던 당신 둘의 두 손... 못난 당신들의 아들이지만 이제 당신들의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 날 사진전을 방문한 어지현(성균관대 아동학과06) 씨는 “인터넷을 통해 전시회 소식을 보고 찾아왔다”며 “이 들은 비록 빛을 볼 수는 없지만 빛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라며 전시회를 본 감상을 말했다.
‘마음으로 본다’는 말은 마냥 피상적이지만 이 곳 전시장에서는 그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시장 첫 마디에 새겨져 있는 전시 소개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알게 해준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촬영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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