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더미 같은 서류를 뒤로 하고 국회에서 학교로 통학하는 학생이 있다. 늦깎이 새내기이자 통일외교통상위원장 김원웅 국회의원 보좌관 유현규(인문대 북한06)씨. 그는 37세의 나이로 지난해 서창캠퍼스 북한학과에 입학했다.
국회의사당에서 영등포역까지 택시로 20분, 영등포역에서 조치원역까지 기차로 1시간 30분. 금쪽 같은 시간임에도 주저 없이 서류가방과 책가방을 챙기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진=서애경 기자
△외교관련 업무를 하시는데 요즘 많이 바쁘겠습니다
-네 맞아요. 방학 동안 업무로 정신없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인데, 피랍사건과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업무가 정말 많았어요. 그리고 곧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요즘은 새벽 2~3시까지 종종 야근을 합니다. 덕분에 여름휴가도 못 갔죠. 방학이 방학이 아니었어요. 하하.

△그렇게 바쁘신데 이번 학기 학교는 다니나
-방금 말했지만 12월엔 국회 국정감사가 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특히 17대 국회들어 마지막 국정감사 더욱 그래요. 미뤄진 남북정상회담 준비도 계속 해야 하구요. 앞으로 보좌관 업무에 더 치중해야 하니 휴학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공부엔 집중 못할 것 같아서요. 하지만 저는 또 돌아갈겁니다. 학교에.

△북한관련 업무로 이미 상당한 지식을 쌓았을 텐데 왜 또 공부를 하나
-북한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싶었습니다. 교수님의 고견은 물론이고, 요즘 학생들은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학교밖에 없지 않나요? 국회에선 정부 산하단체에서 제출된 보고만을 주로 보는데 여기에만 갇혀있을 수 없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서라도 제 시각을 넓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북한에 대한 의견차로 논쟁이 있지 않았나
-한번은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다가 우연히 교수님을 뵌 적이 있었어요. 기차 안에서 1시간 정도 교수님과 북한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와 교수님의 성향이 다른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상반된 이야기지만 서로의 입장을 존중했었고, 교수님들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던 짧았지만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북한학을 공부한 후 느낀 것이 있다면
-대북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비판론자들은 1년에 한 열 시간이라도 북한학에 대해 공부를 하셨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여야(與野)를 막론하고요. 언젠간 통일을 해야 하기에 정책을 다루는 정치인이 북한을 이해하는데 공부하는 데 북한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북한학이 생소해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 북한학과가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개설된 학교도 얼마 안 되고요. 그래서 대부분의 북한학과 교수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 많을 겁니다. 이제 북한학이 정착이 되어 북한에 대해 포괄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적인 북한전문가가 곳곳에 포진돼 있었으면 합니다. 거기에 저도 일부분이나마 역할을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개설됐으면 하는 북한관련수업은
-탈북자, 북한 간부, 망명자 등 북한 당사자가 직접 강의를 하면 좋겠어요. 직접적으로 북한에 관련된 분들이 북한의 현실에 대해 알리고, 그분들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주는 시간이 마련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보좌관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지식과 능력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뜨거운 열정이 필요해요. 정치인 한 명으로 인해 4900만 국민의 삶을 한순간 변화시킬 수 있어요. 그를 도와주는 보좌관이 되려면 무엇보다 국민과 국가에 대한 뜨거운 가슴과 열정, 그리고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도 뜨거운 가슴을 가지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나쁜 마음을 가지지 않고 편안해 지지 않으려 자신에게 되묻곤 하죠.

△국회에서 조치원까지 통학하기가 힘들었겠다
-제가 원해서 입학했기 때문에 아직까진 힘든 줄 모르겠어요.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그렇게 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 한번은 기차를 타고 서창으로 가다 갑자기 비상회의가 있어 도중하차하는 일이 있었는데 정말 안타까웠죠. 한 명은 저쪽 가서 수업 듣고, 한명은 이쪽 가서 업무보고. 몸이 딱 2개면 좋겠는데 그럴 순 없잖아요. 사실 업무로 지난 학기에 결석을 3~4번 정도 한 것 같은데, 기차를 놓쳐서 결석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학점은 잘 나왔나
-생각보다 후하게 나온 것 같아요. 교수님들이 잘 봐주셔서 노력보다 잘 나왔던 것 같아요. 그거야 제 주관적인 생각이겠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그렇게 높은 점수는 아니겠죠. 상위점수라 할 수 없지만 결과에 만족합니다.

△두 번째 대학생인 셈인데 지금 해보고 싶은 건
-미팅요, 미팅. 소개팅. 학창시절엔 작곡에 심취했기 때문에 친구들하고 어울려 다니거나 미팅 같은 걸 못해봤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안 되죠. 아주머니들이 나오면 몰라도요. 학생봉사동아리에 가입해 활동도 해보고 싶고요.

△학생에게 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특히 정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불의와 맞설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원론적으로 들리겠지만 그게 제일 어렵고 중요한 거 같아요. 타인을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며, 나아가선 실천도 할 수 있는 그런 학창시절을 보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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