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요리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분자요리. 하지만 관심과 환호가 뜨거운 만큼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먼저 가격대가 너무 높아 소수만을 위한 요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고가의 주방 장비를 사용해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하는 것은 일반 요리사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과학적인 요리를 위해 실험과 연구를 할 만한 시간과 공간도 부족하다. 이러다보니 분자요리 전문점은 소수에 그치게 되고 분자요리의 가격은 높아지게 된 것이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여러 가지 부담이 분자요리의 대중화를 막고 있다”며 “분자요리가 ‘그들만의 리그 음식’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아직까지 분자요리는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일지도 모른다.

분자요리가 한국에서도 통하겠냐는 의문도 있다. 된장을 식빵에 바른다든지, 삭힌 홍어로 초밥을 한다면 소비자가 돈을 내고 먹겠냐는 것이다. 요리사 출신으로 실험실에서 8년째 한국음식을 연구하고 있는 장상근(강원관광대학 퓨전요리학) 교수는 “한국식 분자요리는 시기상조지만 분자요리법은 한국요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며 “된장과 김치 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맛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슈밍화>의 신동민 셰프는 한국식 분자요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림에 찍어먹는 김치, 체에 걸러먹는 불고기, 나무에 달린 밥까지 설명이 없었다면 어떻게 먹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신 씨는 “손맛을 강조해왔던 한국요리는 간이 강해 보편적인 음식으로 인식되긴 힘들지만 연구와 개발을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식 분자요리가 비싸도 유명세를 탄 이유는 분명 놀라운 맛 때문일 것이다. 연구와 실험 없이 한국의 흔한 음식재료에 분자요리법을 적용하거나 외국 분자요리를 따라만 해서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다. 황 씨는 “분자요리가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것인가, 아니면 신기하게 보이게 해 소비자 주머니 터는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성급한 판단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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