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승무’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운 춤사위가 아니라 조지훈의 시다. 공연보다 시로 더욱 친숙한 승무. 승무만 그런 것일까. 유명한 무형문화재여도 공연을 직접 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디지털기술 덕분에 무형문화재를 디지털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보호재단은 지난 2005년부터 작년 11월까지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처용무 △진주검무 △승전무 등 중요무형문화재 6종목을 디지털로 재현했다. 무형문화재는 복원이 가능한 유형문화재와 달리 정밀한 기록이 없으면 후대에 그 모습이 사라질 수도 있다.

춤사위의 디지털재현에 사용된 기법은 ‘모션캡쳐(motion capture)’다. 흔히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쓰이는 이 기법은 움직이는 물체의 각 부분에 센서를 붙여 그 움직임을 그대로 컴퓨터의 좌표공간에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몸을 꽉 조이는 타이즈를 입고 45개의 센서를 관절, 손과 발의 끝에 붙인 뒤 사방에 설치된 30대의 광학카메라 앞에서 춤을 춘다. 이렇게 제작된 영상은 후계자 양성의 기본 텍스트와 교육, 문화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예능보유자 김용(남·75)씨는 “무형문화재는 기예뿐만 아니라 사상적인 계승도 필요해 전수가 쉽지 않고 희망자도 많지 않다”며 “디지털 작업은 무형문화재 보존을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참여 동기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기록으론 전통예술의 혼과 얼을 담아낼 수 없을 것이라 지적한다. 이런 비판과 관련해 김 씨는 “책을 본다고 작가의 생각과 고뇌를 전부 느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면서 “현재 디지털기술론 생동감을 살리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지만 이 작업을 통해 객관적인 기록이 남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승무 재현작업에 참여했던 백정호(남·40)씨는 “여러 우려 때문에 실제 공연비디오를 첨부했다”며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보여 지지 않으면 그만이기에 이제는 대중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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