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의 사인이나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사망시각을 밝히는 것이다. 사망시각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방법들이 활용되지만, ‘정확히’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인간의 사후 현상으로 △체온하강 △사후강직 △시반 △부패가 있다. 하지만 체온하강, 사후강직, 시반현상을 겪은 후 시체가 부패하기 시작하면 사망시각이나 사인을 알아내기 어렵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법곤충학이 할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10분이내에 파리가 모여들어 상처 부위 등에 알을 낳는다. 시체가 완전히 부패 후 뼈만 남아있을 땐 딱정벌레류의 곤충이 침입한다. 이외에도 시간경과에 따라 시체에 접근하는 곤충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사망시각을 추정할 수 있다.

파리를 연구하는 곤충학자 조태호 박사에 의하면 시체를 먹는 파리는 약 38종이다. 현재 본교 법의학연구소 연구원들은 이중 두 종류 파리의 서식환경을 다르게해 키우고 있다. 이를 토대로 파리의 구더기에서 유전자 코드를 알아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망시각을 밝히기위해 부패한 시체에 있는 구더기를 성충이 될 때까지 기르는데 열흘이 걸린다. 이 방법으론 사망시각을 알아내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린다. 구더기 상태일 때 유전자를 추출해 성충이 된 파리의 종류를 파악한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황적준 교수가 실험실의 파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지해선 기자
황적준 교수가 맡고 있는 법의학연구소는 지난 1971년 문국진 의과대 명예교수의 주도 아래 국내 최초로 세워졌다. 한국 법의학 역사를 주도하는 법의학연구소는 향후 10년간의 과제로 ‘법곤충학’을 내걸었다.
법곤충학의 개척자 역할을 자처한 황 교수는 “곤충학자 중에 시체 먹는 곤충에 관심을 갖는 학자가 없어서 시작했다”며 “경제적 보상이 적은 탓인지 전문적인 곤충학자가 별로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계기로 법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듯 법곤충학도 언젠가는 반드시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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