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교육부의 반(半)강제적인 학부제 시행 이후 대학사회의 많은 것이 무너져 내렸다. 그 중 가장 빠르고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이 학내 구성원들간의 소통과 유대감이다. 신입생의 학과 소속이 없어지면서 학과행사는 사라졌고 각 학과마다 활발하던 학회는 명맥마저 남지 않았다. 후배-선배-교수의 연결고리는 끊겼다. 끈끈한 인간관계로 유명한 본교 또한 이러한 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이로써 학과 선배는 후배에게 '경쟁자'로만 남았고, 교수는 학생에게 단지 '지식 전달자'의 위치를 가지게 됐다.

학부제의 폐단을 보완하고자 그간 여러 단위의 학생단체들이 노력했다. 그러나, 별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구조적인 변화에 기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제도적으로 나서야 되는 것이다. 이런 때 학교가 제시한 '전공지도교수 학점제'는 시의적절하다.

전공지도교수 학점제는 '교수와 학생을 강제로라도 소통시키겠다'라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2008학년도부터 본교생은 졸업할 때까지 매 학기 '전공지도'를 수강해야 한다. '전공지도' 수업에선 강의가 아닌, 교수의 재량으로 모임의 시간을 갖는다. 학교당국은 이 과정에서 구성원 간의 단절된 소통이 자연스럽게 복원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남는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에게는 '전공지도' 수강을 강제하지만, 정작 수업을 이끌 교수의 책임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몇 번 모이고, 몇 시간 이상 만나는 지 모두 교수 재량에 달린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억지스런 제도가 생겼겠는가? 교수의 적극성과 학생의 참여로 기대효과를 거두는 제도로 정착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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