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전락해버린 연탄 산업. 그러나 그 뒤편엔 연탄 없이는 하루도 겨울을 날 수 없는 소외계층이 있기에 연탄공장 사람들은 하루도 쉴 수가 없다.

경제 고도성장기 전 국민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었던 연탄. 1980년대 서울에는 총 17개의 연탄 공장이 있었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매년 전국의 연탄 공장의 수치는 계속 줄었다. 이와 함께 연탄 소비량도 줄어들다가, IMF이후 소비량이 증가추세를 타는 중이다.

서울 이문동에 자리잡고 있는 삼천리 연탄은 서울의 2개 남은 연탄 공장 중 하나이다. 삼천리 연탄은 고용직 인원 23명과 운송·배달인원 150여명이 일하며 성수기 때는 하루 30만장정도의 연탄을 생산해 노원구, 미아리 등지를 포함한 서울시 전역으로 보내는 전국최대 규모의 공장이다. 그러나 사용 부지문제로 철도청과 법정 공방까지 벌이며 올해 안까지 부지를 비워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철도청과 삼천리 연탄의 법정공방은 삼천리 연탄 공장이 자리잡고 있는 부지 재계약문제에서 시작된다. 삼천리 연탄 공장은 철도청과 건설교통부 등에서 임대한 3천여 평에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은 1967년 당시, 정부에서 20여 개의 업체를 모아 연탄단지를 조성한 지역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공장은 하나, 둘씩 문을 닫고 현재는 삼천리 연탄 공장만이 남은 상황이다. 당초 임대 계약은 2001년까지였으나 철도청은 5년 전부터 이문동 기지차량공사를 위해 2001년 계약을 끝으로 부지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반해, 삼천리 연탄은 부지반환 대신 계속적인 재계약을 원하며 지금까지 이어 온 상태다.

대한석탄협회 조정구 기획부장은 “연탄 공장을 이전하려면 새로운 공장부지를 찾아야하는데 그 지역을 찾기란 쉽지 않다”며 “뿐만 아니라 새 부지를 찾더라도 환경문제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 때까지 공장부지 임대를 연장하려고 협의 중이라는 것이다.
 

1990년대 초까지 4개의 연탄공장이 있던 인천 역시 지난 1999년 송림동 소재의 강원연탄 공장을 마지막으로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그 이후, 인천지역에 연탄을 배달하던 연탄 상인들은 타 지역의 연탄을 사와야만 했다. 인천 송림동에서 연탄 상인 일을 하고 있는 김봉덕 씨는 “IMF 이후 수요량이 약간 증가했지만 주변의 공장들은 오히려 줄어 연탄을 공급하기가 힘들다”며 “연탄을 사오는데 시간과 운송비가 더 들어 타지역보다 가격이 조금 높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연탄 공장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로 소득수준의 증가로 대부분의 가구가 청정연료를 선호하면서 수요의 증가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IMF 이후, 연탄 소비량의 급격한 감소는 사라졌지만 증가도 크지 않았다. 지난 한 해의 연탄 소비량은 1백17만5,000톤으로 1억385만톤인 석유 소비량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더욱이, 신축 건물일수록 연탄 보일러 대신 기름·가스 보일러를 설치하는 것이 현재의 난방설비 추세이다. 그리고 연탄이 기름이나 가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이용이 불편하고 연탄가스 중독의 위험이 있어 수요량이 증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연탄 공장이 도심부적격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연탄공장은 지난 1991년 5월 환경보전법상 도심 부적격 시설로 분류되었다. 이후, 전국 7개 업체, 16개의 공장이 감축대상에 올랐으며, 탄진공해로 물의를 빚거나 도심권 소재 복수공장을 우선 없애는 것을 원칙으로 감축계획이 진행됐다. 하지만 연탄공장의 도심부적격 시설 분류에 대해 공장과 정부 관계자들의 시각이 다르다. 연탄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연탄공장이 도심부적격시설일 이유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삼천리 연탄 노조위원장 박동섭 씨는 “공장마다 정화시설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공해나 환경오염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며 “연탄이라는 이미지에서 느끼는 지저분함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성화를 하는 것 같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또한, 박 씨는“1990년대 초 공해를 막기 위해 공장에 방진망을 설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반대로 정책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문동사무소의 한 담당자는 “아파트 부녀회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들어왔다”며 예전에는 지역 주민회에서 플래카드를 걸기고 하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 수는 대략 1만 가구(통계청 추산) 정도이다. 그러나 이 통계마저도 공장에서 추산하는 가구 수인 약 3만 가구와 같지 않다. 그만큼 연탄을 사용하는 소비층이 소외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연탄 사용자들은 대부분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빈민층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이다. 그들은 원해서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대략 30만원정도의 난방비가 드는 기름으로 한 달을 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까지의 연탄 한 장의 공장도 가격은 약 170∼180원, 소매가격은 약 230∼300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1일(토), 14년 만에 연탄 가격이 인상되면서 소비자들은 한 장에 300원 이상을 지불하게 됐다. 또한, 올해 삼천리 연탄 공장마저 문을 닫게 된다면 뒤이은 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삼천리 연탄의 한 관계자는“우리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공급량도 줄어들어 가격이 좀 더 오를 것”이라며 “아무런 대책없이 공장을 없애려는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현재 인상된 가격이 좀 더 오를 것이라는 소문에 소외계층들의 부담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상계 1동 노원마을 주민인 정상예 씨는 “가격이 상승해도 기름보다는 훨씬 싸기 때문에 연탄을 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같은 동의 김숙자 씨는 “연탄을 사용하는 동네가 대부분 못사는 동네라 연탄 없이는 겨울을 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전락해버린 연탄 산업. 그러나 그 뒤편엔 연탄 없이는 하루도 겨울을 날 수 없는 소외계층이 있기에 연탄공장 사람들은 하루도 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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