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임용의 문이 넓어졌지만 타교출신이나 여성에 대한 전근대적이고 폐쇄적인 인식이 교수 지원자에게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재 대학 내 여교수 비율은 국,공립 대학의 경우 전체 교수 중 9.1%를 차지, 한자리 숫자에 그치고 있다. 또한, 14.5%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인 사립대의 여교수 임용 비율 역시 여교수 임용률이 50%가 넘는 여대나 특수학과(간호대 등)를 제외한다면 두 자리 수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교육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대학 내 여교수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은 원인에 대해서 교육부 한 관계자는 "여교수가 남자 교수에 비해 학문적으로 기여도가 낮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교수 임용을 준비하는 한 여성 지원자는 "학문 외적인 요소들이 더 중요시하게 평가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교수 사회에서 어울리기 좋은 남성들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성이 발붙일 자리가 좁다는 것이다. 

이처럼 교수 임용에 있어서 남녀평등으로 가기 위한 길은 아직도 험난하다. 여교수 채용 비율은 평균적으로 국공립대 13.3%, 사립대 21.8%로 기존 여교수 비율보다 높아졌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대학 내 여교수의 증가율 역시 미미해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국립대의 경우 지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겨우 1%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의 비율이 지난 1985년부터 2001년까지 9.8%에서 23.8%로 늘어난 것에 비해 여성 고급인력이 수급 불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여성 전문가는 '상위직,전문직 분야에 여성비율이 낮은 불공평한 사회구조는 암암리에 여성의 능력에 대한 평가절하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불공평한 교수 수급에 반발해 여교수 증원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대 여교수회(회장=김영중 서울대 약학과)는 지난 2001년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의 회장 역임 당시부터 학내 여교수 비율을 5년 내에 10%로 늘리기 위한 여교수 임용목표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의 가시적인 효과는 아직 없는 상태이고 대학 내 여교수 확보를 위한 정부 방안 역시 시행되지 않고 있어  단시일 내에 여교수 증원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여성 쿼터제에 대해 최근 임용된 여교수 한 명은 "내가 자격이 있어 어떤 지위에 올랐는데도 '여자라서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역효과를 지적, 성별에 상관없이 전문성에 따라 채용이 이뤄지는 체계가 더 절실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교수 임용에 있어서 또 하나의 차별을 낳는 문제는 각 학교 선발 위원들의 모교 출신 선호 경향이다. 최근 H대학의 한 교수는 학내 교수들과의 문제로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에 상담을 신청했는데 임용 이후에도 학파가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학내 교수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등의 불이익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교수노조〉 사무국장 김제남 씨는 "신규임용 때부터 학내 교수들이 미리 뽑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었을 경우 고의적으로 따돌리는 현상이 발생 한다"며 "학교의 학파 등을 이유로 학문적 성향에 맞지 않는 교수를 이단취급 해 재임용에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 소속 설훈 의원이 발표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전국대학교수 임용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2002년 9월 1일까지 모두 20개 모집단위(4개 대학원 포함)에서 임용한 133명 가운데 모교출신이 67.5%인 90명을 차지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교수공정임용을 위한 모임〉의 장정현 간사는 "모교출신 교수 임용이 압도적인 이유는 모교에서 실력 있는 인재를 배출하기 때문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이는 타 대학간의 학문적 교류가 차단된 폐쇄적 구조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임용이 거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수를 지원하는 학위소지자들 중 고려대 출신은 연세대에 지원하는 것을 꺼리며, 연세대 출신 역시 같은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본교의 교수 신규임용을 살펴보면 올해 3월 1일자 신규 임용된 총 47명의 72%인 34명이 본교 출신 지원자이다. 타교 출신 지원자 수가 1.7배 많았지만 본교출신의 임용이 3배 가량 높은 결과이다.

본교의 한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동등한 조건이면 모교 출신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인성 평가 등의 부분에서는 본교 출신 교수들이 우수한 점수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내 교수사회에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은 임용하기를 꺼린다"고 밝혔다.

 

이 밖의 문제로 올해부터 사립대에서 실시 가능해진 계약직 교수제도를 들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나 〈교수노조〉측은 고용불안의 폐해를 들어 방법상 문제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대학사회의 폐쇄적인 현실은 배우는 학생들의 학문 향상을 막아 피해를 줄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학문교류 등이 불가능한데서 오는 폐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교수 임용에 있어서 저변에 깔린 잘못된 인식이 사라질 때 학문 교류의 활성화가 이뤄지고 동시에 학교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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