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고대신문의 석탑만평에 아프간 인질 석방을 위해 노력한 정부를 비판하는 만평이 실렸다. 만평에 나타난 비판을 보면 정부는 어리석게도 4천만 국민의 안전, 국가위신 및 378억원 보다 인질석방을 더 중하게 여기는 정책을 시행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말 고대신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가? 고대신문은 19명의 생명보다 378억원(또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 18억원)의 돈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가? 탈레반과 협상하게 되면 앞으로 증가하게 될지도 모를 4천만 한국인의 인질 위협 가능성 때문에 19명의 인질을 포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국가의 위신이 추락되므로 19명의 생명을 포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탈리아는 2007년 3월에 피랍된 자국 기자의 석방을 위해 아프간 정부에 압력을 넣어 탈레반 반군포로 5명을 석방하도록 했고, 더불어 수백만 달러의 돈을 탈레반에게 지불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탈리아가 국제사회의 왕따가 되었다거나, 이탈리아 국민이 유난히 탈레반에게 인질로 잡히고 있다는 소식은 과문한 탓인지 들은 바가 없다. 한국인 인질을 석방한 후에 탈레반이 스스로 말했듯이 그들은 앞으로도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을 납치할 것이다. 그들과 협상한 한국과 이탈리아 등의 국민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탈레반이 아무리 여러 가지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최소한 이번 사건에 관한 한 탈레반은 인질강도요, 살인강도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를 죽이겠다고 총을 겨누고 싸우던 적도 포로도 잡히고 대항할 능력이 없으면 죽이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규칙이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인질을 살해하는 탈레반은 말 그대로 인질범, 살인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살인강도 탈레반의 손에서 인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종교가 다르고, 신념이 다르고,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생명까지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정규언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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