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6시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2007 고연전 아이스하키 경기가 심판 선정 문제로 양교가 대립하다 결국 취소됐다.

지난달 13일(화) 양교 체육지원부와 5개부 감독은 심판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본교 아이스하키 측은 그동안의 편파판정에 대한 의혹을 불식하고자 정기 고연전에 한해 주심 2명, 부심 2명의 4심제를 요구했다. 주심은 양교가 동등하게 1명씩 선임하자는 요구도 덧붙였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채택 중인 4심제는 기존의 3심제에 비해 주심 한명을 더 배치해 3심제보다 공정한 판정이 가능하다. 

본교 체육지원부 변병석 부장은 “지난해 양교의 합의에 의해 구성된 심판이 있었지만 경기 5분전 연세대 측의 일방적인 심판진 교체가 있었다. 교체된 심판진에 의해 우리 측이 부당한 마이너(반칙)를 18개나 부여받았다”며 “우리 측에서 비디오로 경기를 분석한 결과 오심으로 판명 났고, 당시 심판이 우리 측에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며 공정한 심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하지만 연세대 측은 4심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연세대 측의 거부 이유는 4심제가 한국에선 이뤄지지 않아 국내 심판진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광환 총감독은 “국제 심판 자격증이 있는 심판들이 4심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소견을 밝혔다. 한편 연세대는 심판 문제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측에 일임하자고 제안했지만 본교는 이를 거절했다. 그 이유는 협회에 대한 본교의 뿌리깊은 불신 때문이다. 본교는 6일 새벽 올린 경기 취소 관련 공식 입장에서 "아이스하키는 연세대가 협회를 장악하고 있으며 연세대가 이러한 우위를 이용하여 모든 경기일정과 심판배정 등을 파행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 밝혔다.

해결을 꼭 해야 하는 문제였지만 지난 1일 최종협상테이블 격인  감독자 회의에 연세대 이재현 총감독은 불참했다. 경기당일 오후 4시부터 열린 2차 회의에서도 이재현 총감독은 회의에 잠시 참석한 후 회의장을 빠져 나왔다. 이재현 총감독은 이후 논의 과정에서도 불참해 회의 진행을 어렵게 했다.

본교는 경기가 계속 지연되자 4심제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3심제와 주심 본교 선임, 부심 연세대 선임’라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주심 선임을 양 교가 번갈아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연세대 측은 거절 의사를 밝히며 3심제와 심판 추첨을 계속 요구해 양 측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심판 추첨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김광환 총감독은 "후보에 오른 주심과 선심 중 1~2명을 제외하고 모두 연세대 파벌인 것을 아는 사람은 다안다"며 "결국 추첨으로 가자는 얘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기 팀에 유리한 심판을 선임하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오후 7시 21분이 되자 경기 지연을 이유로 심판들이 모두 돌아갔고, 결국 경기가 취소됐다.

경기가 취소된 뒤 연세대 홍복기 체육위원장은 본교 김기형 체육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경기를 재개하자는 제안을 뒤늦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세대 측이 본교에 보낸 공문에는 “모든 경기는 일정에 따라 정시에 진행함을 원칙으로 하고 양교 응원제 또는 방송제 등으로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 있으나, 양교가 다른 이유로 경기시간을 늦출 경우 각 협회 경기규정을 적용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오후 6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는 돌연 6시 45분으로 미뤄지기도 했다. 이는 연세대가 이유없이 경기장 대관시간을 6시 45분으로 늦췄기 때문이다.

경기시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연세대 측은 본교 측과 아무런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일을 진행했으며,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양교 응원단에게도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김광환 총감독은 “응원을 위해 경기장을 찾은 학생들과 피 땀흘려 경기를 준비한 선수들에겐 미안했지만 매년 계속되는 연세대의 횡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이번 만큼은 절대 물러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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