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이하 화성남자 금성여자)>는 국내에 1993년 번역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20쇄, 지난해만 30만 부가 팔리는 등 10년 가까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화성남자 금성여자〉는 남자는 본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인이므로 둘 사이의 언어와 사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남녀간 차이를 보여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화성남자와 금성여자〉를 비롯한 실용서들은 공통적으로 성별에 따른 언어 및 행동양식의 차이로 인한 남녀간의 마찰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서로에 대해 알아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용서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책이 인기가 있을까? 존 그레이를 비롯한 이같은 책들의 저자들은 출간 배경을 통해 급증하는 이혼율과 남녀간의 인스턴트식 만남이 만연한 사회가 이러한 책들을 부른 것이라 입을 모은다.

본교 오경자(여성학과) 강사는 이와같은 책들의 탄생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녀세대는 부모세대와는 다른 결혼관과 이성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결혼에 있어서 개인적인 욕구보다는 가족에 대한 책임을 우선 시 했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오늘의 남녀는 사랑과 낭만, 개인적 욕구의 충족을 더 많이 원하고 있다. 즉, 생존과 보호를 위해서가 아닌 사랑과 낭만의 감정적 충족을 위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이다.”

또한 오 강사는 과거에는 부부간 마찰이 생겨도 가족 간의 유대를 중시하기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해 결혼 관계를 유지해 나갔지만 현재는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보다는 개인적 욕구에 따라 이혼하는 것을 강조해 오히려 책이 현 상황을 반증해 준다고 본다.

<화성남자, 금성여자> 속에서 저자는“사회가 경제적인 성장 등을 통해 발전하면서 남녀간의 역할 분담이 희미해지고 상대적으로 낮았던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고 말해 권위와 순종의 질서 속에서 유지되던 남녀관계가 사랑과 신뢰의 수평적인 관계로 이동한 것 뿐 만 아니라 여성 권익이 신장된 것도 또 다른 중요한 이 책의 출간 배경으로 밝히고 있다.

〈그 남자가 원하는 여자, 그 여자가 원하는 남자〉의 김성묵 저자는 “이혼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며 남녀의 차이를 수용하고 평화롭게 극복해 나갈 현실적인 방법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기술은 남녀의 언어 및 대화방식, 성격 등을 중심으로 기술되기도 한다.

<남자를 토라지게 하는 말, 여자를 화나게 하는 말> 은 남성과 여성의 언어와 대화방식에 초점을 맞춰 사랑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인 언어학자 데보라 테넌 박사는 남녀는 각기 다른 성(性)방언을 쓰고 있으므로 남녀의 대화가 어긋난다고 해석한다. 예를 들어 남편의 심한 잠버릇에 대해 부인은 남편이 평소에도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려 하기에 잠잘 때도 잠버릇이 나쁘다고 비난하고 남편은 단순히 잠버릇이 심하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부인에 대해 억울해한다. 남자는 그 말 자체를, 여자는 말에 담긴 속뜻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로의 성(性)방언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남자, 눈물을 흘리는 여자>는 서로를 다루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자주 하는 거짓말 목록은 물론 거짓말 퇴치법에서 나아가 상대방의 말을 깊게 읽는 방법도 알려준다. 또한 남자들에게 있어 여자의 눈물은 일종의 정서적 협박과 같다며 정서적 협박자를 다루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러나 모든 임상적 사례가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김종엽(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상적으로 볼 때 책 속에 표현된 화성남자는 강박증 남성을, 금성여자는 히스테리 여성을 나타낸다”며 “모든 남성과 여성이 그런 유형은 아니며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서로간의 갈등을 회피하는 테크닉을 제시할 뿐 남녀간의 인격적 화해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의 저자 앨런ㆍ바버라 피즈 부부는 “서로의 생물학적 차이를 무시하고 자기 고집만 내세우면 남녀관계가 위태로워진다.”고 말한다.

결국 남녀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행동 양식을 이해한다. 또한 이를 단순히 서로간의 갈등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서로의 인격적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 21세기의 진정한 사랑의 기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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