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로 가는 기차안에서 해리포터는 개구리 초콜릿, 강낭콩 젤리, 호박파이 등 주전부리를 잔뜩 사서 론 위즐리와 함께 나눠 먹었다. 이들을 제일 즐겁게 해 준 것은 뭐니뭐니해도 강낭콩 젤리. 이 젤리들은 온갖 맛을 다 갖고 있었다. 구운 빵, 코코넛, 딸기, 카레, 풀, 정어리 맛, 그리고 후추맛까지.

보기 좋은 떡이 맛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머글들에게 시각적인 자극은 입맛에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 파란색을 띈 음식재료가 거의 없는 것도 파란색이 대체로 입맛을 떨어 뜨리기 때문이다. 햇빛을 보더라도 적외선부터 초록색까지는 우리에게 이롭지만, 파란색부터 자외선까지는 진동수와 에너지가 너무 커서 생명체에 해를 끼친다. 이러한 파란색의 성질은 파란색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했다. 영어의 blue가 우울하다는 뜻을 가지게 된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피카소의 경우를 보더라도 ‘청색시대’라고 부르는 1901~1904년의 작품에는 대부분 창백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전체적으로 우울한 감정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1905~1906년 사이에 그려진 그림들은 감상적이고 로맨틱하다. 아마 첫 번째 애인 올리비에를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기를 피카소의 장밋빛 시대라고 부른다.

시각뿐만 아니라 냄새도 식욕과 직결되어 있다.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어류등 척추동물과 곤충류의 일부분이다. 냄새는 코 속의 뒤쪽 천장에 존재하는 약 1~2제곱센티미터 넓이의 후각상피라는 곳에서 인식된다. 사람은 대략 1만여종의 냄새성분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이처럼 많은 냄새를 인식할 수 있을까? 그것은 한 가지 수용체가 여러 가지 냄새물질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한가지 냄새물질이 여러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 생기는 수많은 조합의 결과로 1만여종이나 되는 냄새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맛은 혀로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혀뿐만 아니라 입천장, 입바닥, 뺨의 안쪽 등 입안의 모든 부분과 목까지 포함하는 넓은 부위에서 인식된다. 혀에는 4종류의 맛꼭지와 그에 분포하는 맛봉오리가 있다. 맛봉오리에는 다시 맛세포가 있고, 맛세포의 표면에는 미세융모가 있다. 이곳의 세포막에는 여러 가지 맛을 인식하는 맛 수용체가 맛물질과 결합하여 신경신호를 발생시켜 대뇌에서 맛을 인식하도록 한다. 해리포터가 호그와트행 기차에서 산 주전부리를 씹는 순간, 그 과자로부터 맛을 내는 맛물질이 녹아 나오고, 맛세포의 미세융모와 접촉하면서 발생한 전기신호가 대뇌로 보내져서 맛을 느끼는 것이다.


머글들이 강낭콩 젤리를 한 움큼 집어서 한꺼번에 입에 집어넣는다면 입속과 뱃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머글들 역시 맛에 있어서는 마법세계 못지 않은 지식을 갖고 있어서 그리 황당한 경험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베우스 해그리드가 “니들이 강낭콩 젤리 맛을 알아?”하고 묻는다면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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