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신문에서는 2007 고연전 MVP로 김준 선수(사범대 체교04)를 선정했다. 농구의 하재필, 럭비의 박완용 선수도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9이닝 완투라는 투혼을 발휘하며 3년 만에 팀의 고연전 승리를 이끈 김준 선수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투구수 143개, 9이닝 6안타 2실점(1자책) 삼진 8개 완투승. 2007 고연전 야구를 승리로 이끈 김준 선수의 기록이다. 김준 선수는 손톱이 깨지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투혼을 보여줬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첫 완투승으로 장식한 김준 선수를 만나봤다.

▲ 사진=김진석 기자
Q. 선발 등판은 예상하고 있었나

- 감독님께서 한 달 전쯤에 나랑 김수형 선수 둘 중에 한명이 선발로 나갈 거라고 얘기해 주셨다. 준비를 하라는 말이었다. 선발로 확정된 것은 3일전이었다. 선발이 확정되고 나니 너무 긴장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4시간도 못잔 것 같다.

Q. 추계리그에서 4강에 올라 정기전에 대비한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을텐데
- 감독님께선 항상 실전 연습이 가장 좋은 훈련이라고 말씀하신다. 추계리그에서 4강에 오르면서 경기 경험도 많아졌고, 선수들의 자신감도 높아졌다. 정기전을 대비해 좋은 훈련이 된 것 같다.

Q. 정기전 합숙은 어땠나
- 사실 많이 힘들었다. 지난해 정기전에서 연세대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고 이상한 가발을 쓰고 웃고 떠드는 모습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힘들 때 마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코치님께서도 그 때 얘기를 자주 꺼내시면서 선수들을 자극시키셨다.(웃음)

Q. 그동안 고연전에선 주로 마무리로 등판했다. 고연전 첫 선발 등판이었는데
- 마무리보다는 선발 등판이 아무래도 편하다. 마무리로 경기에 나서면 긴장감이 더하다. 팀의 리드를 지켜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하지만 선발로 등판하면 뒤에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어 든든하다.

Q. 1회말 흔들렸다. 무슨 생각이 들었나
- 사실 너무 긴장했었다. 첫 직구를 던졌는데 134km이 나왔다. 연세대 4번 나성용에게 2루타를 맞았을 때 아 오늘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회를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갔을 때 코치님께서 정기전 처음 나오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긴장하냐며 긴장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확 들었다. 팀원 모두가 이렇게 나를 믿고 있는데 내가 긴장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힘을 얻어 2회부터는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Q. 직구 제구는 괜찮았지만 변화구 제구가 잘 안됐다
- 직구와 체인지업은 좋았다. 직구는 144km까지 나왔다. 하지만 커브가 많이 안좋았다. 커브만 좋았으면 더 좋은 피칭을 했을텐데 아쉽다.

Q. 7회말 투구수가 100개를 넘었다. 힘들지 않았나
- 3회와 7회에 감독님께서 마운드에 올라오셨다. 7회에 감독님께서 올라오셨을 때는 내심 바꿔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감독님께서 힘들면 바꿔줄게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더 던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 사진=김진석 기자
Q. 결국 완투를 했다
- 야구를 시작하고 난생 처음으로 완투를 했다. 내가 시작해서 내가 끝을 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 주체할 수 없었다. 9회에도 직구가 142km까지 나오는 걸 보고 내 자신이 깜짝 놀랐다. 기록지를 보니 143개나 던졌다. 원래 공을 많이 던지면 어깨를 풀어주기 위해 아이싱을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정신없어 어깨를 풀어주진 못했다. 그래도 아프진 않다. 대신 정신을 차리고 손을 보니 손톱이 많이 깨져있었다.

Q. 마지막 공은 어떤 공이었나
- 체인지업이었다. 경기 내내 체인지업이 좋아서 결정구로 사용했다.

Q. 경기 중 몸싸움이 있었는데
- 연세대 1학년 윤종현 선수가 홍순민의 2루 땅볼 때 2루로 슬라이딩을 하면서 우리 유격수 홍재호의 발목을 향해 스파이크를 높이 들었다. 정기전에서 이런 일이 종종 있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으로 선수들이 뛰쳐나온 적이 있다. 코치님들도 나와서 먼저 흥분하면 지는 거라고 말리셨다.

1루에서도 몸싸움이 일어날 뻔 했다. 연세대 1루 주자 김우석 선수가 우리 1루수 김남석 선수에게 자극적인 욕을 했다. 투구를 하기 위해 1루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둘이 싸울 태세였다. 둘 다 1학년이었고 정기전 분위기에 긴장했던 것 같다. 내가 남석이한테 다가가서 흥분하지 말라고 다독여줬다.

Q. 유병조 홈런은 어떤 공이었나, 2000년 이후 첫 홈런이라는데
- 유병조 선수가 좋아하는 높은 코스의 밋밋한 직구였다. 덕아웃에서 유병조 선수 타격을 지켜보고 있었다. 배트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다. 나무배트로 바뀐 뒤 첫 홈런이었고, 지금 두산에서 뛰고 있는 안경현 선수 이후 거의 15년 만에 나온 정기전 홈런이란 얘길 들었다.

Q. 여건욱, 신정락, 박성호가 몸을 풀었다. 신정락 빼고 정기전 경험이 없는데
- 후배들에게 기회를 줬어야 했는데 많이 미안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후배들이 먼저 다가와서 잘 했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비록 정기전 경험은 없지만 워낙 실력있는 선수들이라 내년에도 승리할 거라고 생각한다.

Q. 경기가 끝나고 임창민 선수하고 통화했나
- 통화는 못했다. 대신 미니홈피에 들어가 수고했다는 글을 남겼다. 임창민 선수도 잘 던졌다. 하지만 컨디션이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원래 직구 스피드가 140km 초반정도 나오는 선수지만 그 날은 130km 중후반에 머물렀다. 그래도 워낙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난 선수라 안타에 비해 실점이 적었다.

Q. 당초 연세대 선발로 강명수 선수를 예상했다. 그런데 임동규 선수가 선발로 나왔다
- 우리도 그럴 거라 예상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강명수 선수는 정기전을 앞두고 사정이 생겨 팀에서 이탈했다고 한다. 연세대 쪽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임동규 선수를 선발로 올린 것 같다. 임동규 선수가 3~4회까지 잘 막았으면 우리도 힘든 경기를 했을 것 같다.

Q. 연세대 선수중 가장 까다로웠던 선수는
- 연세대 1번 타자 박진영 선수였다. 2학년 때 추계리그에서 연세대와 만난 적이 있었다. 0대 0, 주자 2, 3루인 상황에서 내가 마무리로 등판했다. 당시 타석에는 박진영 선수가 들어왔고, 안타를 맞았다. 2점을 내줬고 결국 우리가 2대 0으로 졌다. 대학 내내 날 괴롭혔던 선수다.(웃음) 대표생활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타격에 재능이 있는 친구다. 경기 전 길홍규 코치님도 박진영이 살아나가면 어렵다고 꼭 잡아야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직구, 체인지업, 커브가 다 안타로 연결됐다.(웃음)

▲ 사진=김진석 기자

Q.  프로야구 스카우터들의 평가로는 김준 선수가 1, 2학년 때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 1학년 때 공이 가장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6km까지 나왔었다. 2학년 때 SK에서 억대 연봉을 제시하기도 했다. 졸업장 때문에 결국 학교에 남았다. 최근에는 특별히 아프진 않았지만 컨디션이 계속 안 좋았다. 공이 좋을 때 많이 던진 것이 화근이었다. 마음대로 안되니까 내색은 안해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드래프트에서 밀린 것도 작년이랑 올해 부진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정기전 승리로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Q. 아버지가 유명 프로야구 선수(MBC 청룡 김인식 선수)인데
- 주위에서 생각하는 만큼 아버지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아버지께선 항상 내 의견을 존중해주신다. 간섭하거나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이번 시합 중에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계셨다. 많은 힘이 됐다.

Q. 양승호 감독님에 대해서
- 양승호 감독님은 참 편한 분이시다. 선수들을 믿고 맡겨주신다. 마음에 안들어도 직설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편이다. 감독님이 부임하신 이후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 험악했던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

Q. 김준 선수가 졸업하면 팀에 마땅한 왼손투수가 없는데
- 올해 신입생인 우익수 이천웅 선수가 투수로 전향한다. 이천웅 선수는 고등학교 때 투수로도 활약했다. 올 동계훈련 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수수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또 2학년에 김혁 선수가 있다. 1학년 때는 등판기회도 많았고 잘 던져줬지만 부상으로 올해는 활약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너무 많이 던져서 아픈데가 많지만 꾸준히 몸을 만들면 내년에는 등판기회를 잡을 것 같다.

Q. 앞으로의 계획은
- 아직 SK와의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힘을 쓰고 계신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11일부터는 송추에서 나오기 때문에 계약이 마무리 되는대로 조만간 SK에 합류할 것 같다. SK 김성근 감독님이 훈련을 힘들게 시키신다는 말을 들어 내심 걱정되기도 하지만 프로에 가서도 잘 할 자신이 있다.

▲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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