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앞에 유명 산지의 와인이 종류별로 놓여져 있다. 환한 대낮에 신성한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와인을 홀짝이고 있다.

이는 본교 ‘포도주 개론’ 수업 장면이다. 수강생들은 포도 품종과 포도주 종류, 포도주 감정법 및 제조법 등 포도주에 대해 전반적으로 배운다. 포도주 개론 강의를 개설한 박원목(생명과학대 생명과학부)교수는 “시중에 포도주 관련 서적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를 전부 다 아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생활 교양정도의 지식만 있어도 충분히 와인을 즐길 수 있다”고 강의 개설 동기를 밝혔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과 수업내용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강의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강의의 주제가 생활과 문화 등 실용적 영역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미용·패션 등 스타일과 관련된 강의로는 △생활과 패션(고려대) △화장품과 피부(숙명여대) 등이 개설돼 있으며 음식 관련으로는 △포도주개론(고려대)△술과 주조공장견학(연세대)△와인과 칵테일(숙명여대) 등이 있다. 운동과 다이어트는 △한강변 100km 나누어 걷기(연세대) △요가와 자아탐구(한양대)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디지털 사진촬영(연세대) △해리포터 마술학교(연세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강의가 개설되고 있다.

학생 중심으로 강의가 변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 박노형 교무처장은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강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실용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가 늘고 있으며 이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교수들과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본교 학생들은 ‘대학에서 실용 강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71%(355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전문화 △취업대비 △수업의 다양성 등이 있었다. 실용 강의의 인기도 높아 숙명여대에서 2001년 3월에 개설된 ‘화장품과 피부’ 강의는 첫 수강신청 때 1380여명의 학생들이 몰렸다. 강좌가 개설 된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타 대학의 남학생들도 수업을 들을 만큼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김은애(숙명여대 경영학 04)씨는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고를 줄 알게 되고 특히 4학년 학생들은 면접에 필요한 메이크업을 배워 바로 쓸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월)부터 3일간 본교 교수 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에서 실용 강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64.5%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대학은 학문 위주로 가르쳐야 하므로 △대학 이외의 기관에서도 공부할 기회가 있어서 △전문대의 영역으로 보기 때문 등이 있었다.

 실용강의는 앞으로 가벼운 교양수업에 국한되지 않고 기초 학문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문과대에서는 이번 학기부터 향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에 도움이 되는 교과과정으로 구성한 연계전공 ‘인문학과 법’을 개설했다. ‘인문학과 법’ 연계전공 주임 문희경(문과대 영문학과)교수는 “인문학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와 폭넓은 교양을 기반으로 한 지적 훈련은 법조인이 갖춰야할 소양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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