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인기 검색어가 되고 여타 방송들은 무한도전 포맷을 따라한다.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이 프로그램 제작 한 가운데 있는 사람은 바로 김태호(신방과 94) PD. 요즘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을 대부분 거절한다는 그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인데 자신만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를 만나봤다.

학교 다닐 때 무한도전 멤버들을 능가하는 특이한 사람이었다는데
아, 싸이코였냐고? 싸이코는 아니고… 그냥 친구들이 외계인이 와서 쟤 언젠간 데려가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대. 엉뚱하진 않고 조용했어. 뭐 옷은 좀 튀게 입고 다녔지만… 1994년에  쫄티를 우리나라에서 안 팔 때였는데 그걸 입고 학교에 갔어. 보고 선배들이 누나 옷 입고 왔냐고 막 뭐라고 했었지. 그런데 그 후에 박진영이 입고 나오더라고?

학교 다니면서 몰두했던 일은
대학 때 도서관에 있는 어떤 여학생을 짝사랑했어. 그 여자애 때문에 매일 공부하다가 MBC에도 입사하게 된 것 같아. (고백하셨어요?) 아니. 원래 그런 말 잘 못해. 그냥 지켜보다가… 더 멋있고 좋은 남자한테 가더라고.

대학 다닐 땐 광고 쪽 관심이 많았어. 광고 PR 학회도 했고 해외 광고도 많이 보러 다녔어. 과활동도 열심히 했고. 지금도 아쉬운 게 있다면 친구들하고 여행 많이 못 다닌 것.

프로그램에서 PD의 역할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PD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난 무서운 것보단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더 좋은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현장에서 큰소리 안내고 융합해 가려고 노력해. 내가 그리려고 하는 큰 그림은 내 머릿속에 있고, 그걸 색칠하는 건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거든. 연기자들이 제안하는 걸 많이 받아들이는 것도 본인들에 맞는 것을 해야 자신 있게 웃길 수 있으니까. 가끔 PD들 보면 연예인이랑 타협안하고 고집부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예전에야 피디가 왕이었지만 지금은 결국 동업자야. 나도 이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이 사람들도 나한테 배울 점이 있을 거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본인만의 소신은
예능인이 주인이 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자. 예전엔 매주 게스트가 주인공이었잖아. 다 그 사람한테만 몰입이 되고 매주 나오는 패널들은 바보고 질문만 하다 끝나고 일주일 내내 게스트 섭외하다 끝나고. 그럴 시간에 차라리 예능인들만 모여도 재밌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충분히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시작한 게 무한도전이야. 그게 초심이지, 구르고 넘어진다고 초심이 아니거든. 거기엔 변함이 없고. 자꾸 인터넷기사들이 초심을 잃었다고 하는 건 몸개그가 없다고 그러는 거야. 몸개그는 어른들이나 애들이나 좋아하긴 해. 근데 그것만 하면 프로그램 오래 못가. 나름 우리도 강약을 조절하는 거고.

언론에서 무한도전 방송으로 여러 기사를 만들어낸다. 무한도전 과잉소비에 대한 생각은
계획성 있게 만든다기보다 그냥 재밌어서 만드는 건데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 계산해서 하는 것처럼 여기더라고. 물론 전체적인 방향은 잡아놓지만… 아무튼 그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니까 가끔 얄미워. 예전에 어떤 여기자는 아침 7시부터 전화를 계속 하는 데 난 그때 막 집에 들어와서 잘 시간이라, ‘이건 좀 너무하는 거 아니냐. 나도 좀 쉬는 시간인데’ 라고 했더니 그걸 기사화 한 거야, 기자들한테 뭐라고 했다는 식으로. 그래서 무조건 난 전화 오면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그래. 그러면 또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쓰지. 그래서 꺼려. 어떤 기자는 기사를 너무 못 써서 <언론문장연습> 책을 사다 보내준 적도 있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한 시간 나가는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어차피 광고는 똑같이 하는데 예산은 드라마가 3~4배가 많아. 그건 좀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예능프로그램에 한계가 생기거든. 3~4000만원으로 만들면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이야. 뭘 하겠어, 결국 스튜디오에서 노닥거리다 끝나. 그러니까 오히려 더 좋은 프로그램을 위해선 제작비에도 여유가 있어야 하고 시간적인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인생에 전환점을 맞는다면 하고 싶은 일은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건 내년부터 몇 년간 영화공부나 디자인 공부를 하는 것. 뉴욕 같은데 가서 지금까지 모아둔 돈 다 쓰더라도 2년 정도 공부를 하고 싶은데, 여건이 될지 모르겠어. 그걸 하고 그쪽으로 나가겠다는 게 아니라 공부하고 와서 그걸 프로그램에 접목시켜 보고 싶어서. 어느 분야에 전문가 못지않은 수준으로 접근해서 영화처럼 공들여 찍고 싶어.

무한도전에서 제일 친한 멤버는
형돈이랑 제일 개인적인 얘기 많이 해. 멤버들보다 나랑 제일 친한 것 같아. 집안 고민얘기도 같이 하고 일 생기면 제일 먼저 전화하고. 뭐, 멤버들이랑 다 친해. 지지난주는 4~5일 봤어. 지난주 주말엔 홍철이 집에서 다 모여서 저녁 시켜먹고 앞으로 뭐할까 고민도 하고 놀고. 하하 이번에 앨범 내는 것도 같이 고민하고, 홍철이 다른 프로그램 빠질까 말까 이런 것도 같이 고민하고… 뭐 전반적인 얘기를 다 같이 해.

PD 준비를 얼마나 했나. PD가 되려면
그냥 4학년 때. 그때도 제대로 많이 안했어. 스터디 하면 항상 꼴찌하고 그랬거든. 그런데 어찌하다보니 붙었어. 운이 큰 거 같아. 어둡고, 공부만 하고, 답답하고, MBC에선 그런 거 싫어해. 예능국에 피디가 50명인데 또 똑같은 사람 뽑을 바에야 안 뽑는 게 낫지. 개성이나 씀씀이, 아니면 ‘얘’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를 봐. 그러니 후배들은 아이덴티티를 갖추기 위해서 노력했으면 좋겠어.

후배들에게 한마디
언제 봤다고 내가 한마디를 하겠어.(웃음) 물론 취업도 힘들고 사는 것도 힘들지만 정말 대학교 4년이 너무 좋은 시간이거든. 4학년 때 대학교가 6년제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라고. 그 좋은 시간 고민하는데 쓰지 말고, 좀 더 발전적인데 썼으면 좋겠어. 1학년 때 취업 고민하든 2학년 때 취업 고민하든 별 소용없거든. 될 사람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 되고 그래. 그러니까 오히려, 난 그때 더 풍부한 인생경험을 쌓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과외 말고 백화점 가서 과일 장사도 해보고, 친구들하고 강원도 같은데 여행도 많이 다녔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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