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내의 안보우선론자와 통일우선론자 비교>

안보우선론자

통일우선론자

분단현상 유지 전제

분단현상 타파 전제

친미 반북 의식

반미 친북 의식

한미동맹 강화

한미동맹 약화

김정일 정권 불신

김정일정권 용인

북핵문제와 대북지원 연계

북핵문제와 대북지원 분리

참여정부의 임기가 아직 4개월이나 남아 있고 외교의 실상과 공과는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에 밝혀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외교에 대한 총체적 평가는 섣부른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외교 운영에 대한 이해 제고와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외교상 모색을 고려하면 현시점의 평가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취지에서 그 기조, 수행과정, 주요 사안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외교를 평가해 보고자 한다.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균형적 실용외교, 협력적 자주국방, 신뢰와 포용의 대북정책을 핵심기조로 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초 ‘자주외교, 당당한 외교, 통일토대 구축, 평화체제 구축’을 4대 외교기조로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외교기조는 1980년대 학생운동 당시 ‘자주’, ‘민족’, ‘반미’를 투쟁노선으로 표방했던 ‘급진적’ 386세대의 정신과 사고가 투영된 것이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외교기조는 한미동맹과 대미외교를 근간으로 한 한국외교 시스템의 대폭적 수정 및 새로운 외교실험 시도를 의미한다. 

엄상윤(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국제적 냉전 종식,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 역학관계의 변화, 한국의 국력신장과 민주화, 남북한간 국력격차 심화 등은 냉전시대에 구축된 한국외교 시스템의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남북한관계 개선 및 평화정착, 대중 무역과 투자의 활성화, 북핵문제와 통일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 및 중국·러시아의 동의와 지지 획득은 미국 일변도 혹은 미국 추종 외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참여정부의 새로운 외교실험은 일면 타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세계적 강대국들이 포진한 동북아에서 한국은 상대적 약소국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외교적 자율성도 여전히 커다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주변강대국들은 북핵문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고 한반도의 분단현상이 급격하게 타파되는 것도 원치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핵의 완전 폐기 및 ‘중국경계론’에 입각하여 한미공조 및 한미동맹의 지속·강화를 적극 추구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자주’, ‘통일’, ‘균형’이 강조된 참여정부의 외교기조는 주변강대국들, 특히 미국의 이해관계와 충돌될 소지도 다분히 안고 있다.

한편, 한국사회는 안보와 통일의 우선 순위를 둘러싸고 커다란 입장차이를 보이는 양대 정치세력이 뿌리 깊은 반복과 대결을 지속하고 있다. 대체로 안보우선론자들은 친미·반북의 인식, 한미동맹 강화, 김정일정권 불신, 북핵문제와 대북지원의 철저한 연계를 강조하는 반면, 통일우선론자들은 반미·친북의 인식, 한미동맹의 약화 혹은 폐기, 김정일정권 용인, 북핵문제와 대북지원의 분리를 강조하고 있다.

안보는 분단현상의 유지를, 통일은 분단현상의 타파를 전제하는 만큼, 이에 기반한 양측 간의 입장차이도 좀처럼 양립·병행·타협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통일우선론에 입각한 참여정부의 외교기조는 안보우선론자들의 도전 및 안보우선론자들과 통일우선론자들 간의 정치·사회적 갈등을 크게 촉발시킬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처럼 참여정부의 새로운 외교실험은 국제적·국내적 양 차원에서 커다란 마찰과 갈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마찰과 갈등을 줄이고 외교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외교추진과정에서 대단히 세련되고 능숙한 기술이 발휘되어야 한다.

외교수행과정에서는 상대방의 이익과 입장도 충분히 고려하고 사활이 걸린 이익이 아니면 적극 협상·타협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저자세나 양보는 물론 피해의식이나 보은의식에 기반한 외교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아가 강대국을 상대로 외교를 추진할 경우 약소국은 불필요하게 강대국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중·대일·대러 외교는 대체로 무난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북외교는 북핵실험 직후를 제외하면 북한의 입장을 특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천명한 ‘당당한 외교’가 북한에 대해서는 거의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미외교는 한미 FTA체결 협상과정을 제외하면 거의 마찰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전통적 동맹 강대국과 ‘거리두기’를 원한다면 조용한 외교와 적극적 설득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 재조정과정에서 노정된 비타협적·감정적 태도와 노무현 대통령의 ‘막말’은 미국을 크게 자극한 것은 물론 한국외교의 품위도 크게 손상시키는 것이었다. 동북아균형자론 주장은 주변강대국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했을 뿐, 분단된 약소국의 현실과 능력을 망각한 공허한 외침에 불과한 것이었다. 참여정부의 주요 외교정책은 노무현 대통령과 급진적 386세대가 포진한 청와대 비서실의 주도로 결정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정책결정구조 자체가 특별히 문제시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신속한 정책결정과 일관성 유지의 이점도 있다. 문제는 유관 부처와의 사전 조율이 미흡한 상태에서 외교정책이 결정·추진됨으로써 부처 간의 혼선과 알력을 적지 않게 노정시켰다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 전시작전권 전환, 북방한계선(NLL) 처리,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등의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의 불협화음은 이러한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외교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코드’ 인사들이 주요 외교정책결정을 좌우했기 때문에 외교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시행착오도 경험하게 되었다. 북한정치 전공 학자에게 통일·외교·안보문제 전반을 조율·결정하는 핵심역할을 수행하게 했다는 것은 상식을 초월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참여정부는 범국민적 외교정책 ‘참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참여정부, 특히 청와대는 외교정책결정 및 수행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국민에게 적극 설득하여 이해와 지지를 구하기 보다는 반대여론을 묵살하고 반대론자들과 감정적 싸움을 벌이는 독선적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정치·사회적 갈등을 크게 조장하였다.

이처럼 참여정부의 외교수행과정은 아마추어리즘과 독선적 오기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아마추어리즘과 독선적 오기가 참여정부의 외교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부정적 평가를 크게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수행한 주요 외교사안은 한미동맹 재조정, 북핵 해결과 6자회담, 남북한관계 개선과 남북정상회담, 한미 FTA 체결과 관련된 것이다.

한미동맹 재조정은 반테러리즘 및 중국경계론에 입각한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주한미군의 기지 이전과 단계적 감축, 한국군의 역할 확대, 한국의 비용분담 증대 등을 한국측에 요청하였다. 한미동맹의 위기와 한미관계 악화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한국이 이러한 요청을 묵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이러한 요구 수용은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라크 파병 및 파병 연장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한편, 전시작전권 전환은 참여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미 양측은 2012년 주한미군 기지 이전의 완료에 맞추어 전시작전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전쟁의 재발 가능성 희박, 한국군의 작전능력 신장, 한국군의 역할과 비중 증대, 미국의 한미동맹 지속 필요성,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새로운 한미군사협력체제 수립 등의 면을 고려할 때, 안보우선론자들의 주장처럼 전시작전권 전환이 곧 한미동맹의 해체나 대북 억지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의 헌법절차에 따른 한국군의 해외파병 결정, 협력안보의 필요성과 현실적 의미를 고려할 때, 원치 않는 해외 전쟁, 예컨대 중국과 대만의 전쟁에 한국군이 연루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이 주권의 상징이라는 참여정부의 주장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와 전시작전권 전환에 따른 한국군 현대화 및 구조 개혁, 그리고 이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조달에 대한 구체적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이 성급하게 추진된 것은 커다란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한민족의 이익과 운명을 생각하면, 북한의 핵보유도 북핵 제거를 위한 군사적 공격도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의 핵심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기 때문에 한국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여 9.19공동성명과 2.13합의 도출에 기여한 것은 상당한 외교적 성과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남북회담에서는 의도적으로 북핵문제 논의를 회피하는 양상을 보여주었고, 남북한관계 개선 및 대북지원의 효과를 북핵문제 해결과 효율적으로 연계시키지도 못했다. 북핵 포기를 의도한 대북 송전제의는 북한의 핵개발 목적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6자회담 합의 이행에 따른 한국의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미진했고, 북한의 의무사항 이행에 앞선 조급한 대북지원도 대북압박의 효과를 반감시켰다.

남북한관계 개선은 참여정부가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가장 심혈을 기울인 외교 분야이다. 개성공단, 남북한 철도 및 도로 연결,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이산가족 상봉 등의 추진은 남북한관계 개선 및 통일기반 구축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7년만에 재개된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합의문도 대체로 남북한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촉진시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대북지원은 4조원 이상이 소요되었지만 그 절반이 소요된 국민의 정부만큼의 효율성을 갖지 못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과 같은 인도적 차원의 사안에 대해서는 문제제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규정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제1항은 한반도 통일문제의 본질에 대한 초보적 이해조차 박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중대 성과로 홍보하고 있는 서해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설정,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논의는 유엔사 및 미·중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 없이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국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경협 및 대북지원의 대대적 확충에 소요될 막대한 비용마련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한미 FTA 체결은 세계 최대시장의 안정적 확보, 대미 수출 증대와 경쟁력 강화, 한국 경제·사회 시스템의 선진화, 외국인 투자 증대와 일자리 창출, 국민의 삶의 질 개선, 정치·안보적 부수 효과 등의 면에서 한국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 체결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개혁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대미 경제종속을 심화시킬 수도 있고,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충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국내적 갈등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체결은 참여정부가 일구어낸 최대의 외교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는 기존의 한국외교 시스템을 대폭 수정해 보려는 야심을 가지고 새로운 외교실험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 실험은 기조, 수행과정, 결과, 그 어느 면에서도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외교수행과정에서 나타난 아마추어리즘과 오기로 뭉쳐진 독선적 태도는 적극 지양될 필요가 있다. 여하튼, 참여정부의 새로운 외교실험과 그 공과는 차기 정부의 외교 운영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엄상윤(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