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의 전체강의 중 영어강의의 비중은 37%로 전국 대학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영어강의 중 상당수가 순수 영어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문과대 장 모 씨는 “영어강의 답지 않은 영어강의를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사실 본교엔 영어강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외국어강의에 관한 규정’에 ‘영어강의란 강의자가 담당 교과목의 강의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강의’라 명시돼 있을 뿐이다. 따라서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 △수업 10분 전에 한국어로 요약해주는 경우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하는 경우 등 영어강의라 이름 붙었지만 담당 강의자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지난 학기 정경대학에 개설된 한 교수는 학기 중반부터는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 수업을 수강한 강 모 씨는 “개인적으로 강의가 한국어로 이뤄지자 부담이 덜했다”며 “하지만 그럴 바엔 처음부터 한국어 강의로 개설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번 학기 생명과학대학에 개설된 한 영강은 처음부터 한국어로만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학기 영어강의라 명시된 교양수업을 듣는 한 외국인 학부생은 “영어강의라서 신청했는데 교수님이 수업 대부분을 한국어로 진행했다”며 “다행히 한국어를 알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매우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있음에도 본교엔 학기 중 영어강의 실태파악을 위한 시스템이 없다. 학기말에 실시하는 강의평가엔 어느 정도의 영어강의가 이뤄졌는지를 묻는 항목이 존재하지만, 학기 중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학적수업지원팀의 유신열 과장은 “3000개가 넘는 영어강의를 모두 모니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으나 아직까진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본교는 영강을 맡은 교원에게 시간당 수강료를 5만2천2백 원 더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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