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지난 대구지하철의 참사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이 되고 있다. 먼저 비명에 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고는 항상 지적돼 온 우리나라의 시스템 부재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경찰과 언론 등에서 밝혀진 사건의 진상과 전개, 그리고 그 후속 과정들은 책임회피와 진실 은폐, 졸속조치로 이어져있다.
지하철 화재시 초동조치가 미흡했던 지하철 기관사와 사령실, 그리고  그 이후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한 대구지하철공사. 저가 수주에 맞춰 화재에  취약한 지하철을 만들어 낸 제조업체와 환기가 되지 않는 지하도를  만든 시공업체. 사고의 현장보존에  소홀한 경찰과 검찰. 사후수습에 소극적인 대구시. 심지어는 현장을 훼손하고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은 언론 매체까지 자신의 본분과 책임을 다하려는 곳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대형 인명사고를 낸 사건이 여러 번 있었지만, 좀처럼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개선되지 않은 이유는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근본적인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외형에 휩싸여 내실을 기하는 데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한 지 잊었고, 이러한 보이지 않는 가치를 업신여기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지 몇 사람의  안전불감증과 도덕불감증을 탓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불감증으로도 돌아갈 수 있는 이  부실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마침 새로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개혁을 지향하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내실이 갖춰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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