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이 완료되고 전국이 주황색, 파란색, 노란색 등의 현수막 물결에 휩싸였다. 선거를 독려하는 외침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은 어떤 모습으로 선거를 맞이하고 있나. 대선을 앞둔 1997년 대학생과 2007년 대학생은 한결 같을까.

▲대학생이면 진보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가 각을 세워 경쟁했던 1997년은 계속되는 보수 진영의 집권에 대한 정권교체 열망이 강했다. 결국 40.3%의 득표율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적 열기는 대학생들에게서도 나타났다. 당시엔 ‘대학생이면 진보’라는 인식이 상당히 강했다. 때문에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본교 교육방송국 KUBS가 실시했던 ‘97대선 고대생 정치의식’ 설문조사에서 ‘15대 대선이 갖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 38.4%가 정권교체라 답해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지지하는 후보’에 관해서도 △김대중 19.4% △권영길 18.8%로 각각 1, 2위였다.

진보적 성향의 정권이 두 차례 집권한 뒤인 2007년, 기성세대가 대학생의 보수화를 이슈화할 정도로 상황은 달라졌다. 본지를 비롯한 7개 학보사 연합 17대 대선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본교생의 36%가 보수라고 답해 진보라 답한 32.7%보다 높았다. 당 지지도 역시 한나라당이 가장 높다.

서금영(생명대 산림자원97)씨는 “10년 전에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던 한 친구는 거의 따돌림 당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진보적 성향을 가진 대학생이 많았을 뿐더러 자신이 보수적 성향을 가졌다 하더라도 밝히길 꺼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념성향을 떠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다.

과거엔 보수 세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는 대학생들이 적었지만 현재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겐 ‘이명박 지지 대학생 연대(이하 UMB)’가 있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양준균 UMB위원장은 “정치에 수동적인 대학생을 보고 대학생이 원하는 것을 직접 표출할 수 있는 정치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 한나라당이다 보니 UMB에까지 연이 닿았다”고 말했다.

▲강한 대통령을 원해

‘경제위기 타개보다 정책결정력이 중요하다’. 제15대 대선을 앞둔 10년 전 본지가 본교생들에게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던 설문조사 결과다. 김영삼 정부 말이었던 지난 1997년 12월 3일, 우리나라는 선거를 보름 앞둔 채 외환위기로 인한 IMF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경제 위기 상황에 처했음에도 당시 대학생들의 대통령 선택 기준은 후보의 정책결정력이나 도덕성이었다. 황일한(정경대 정외97)씨는 “대통령이라면 우선 강한 지도력을 가지고 바람직한 정책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17대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재 대학생들은 강한 지도력의 대통령보단 경제성장을 이뤄줄 대통령을 원한다. 본지를 비롯한 7개 학보사 연합 17대 대선 설문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에 대한 질문에 44.1%의 학생들이 ‘경제성장’을 꼽았다. 또한 등록금 문제 해결을 비롯해 대학교육에 대한 지원을 바라기도 한다. 노정현(문과대 영문06)씨는 “대학생들이 취업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학문을 연구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방전

지난 1997년은 인터넷 보단 PC통신을 주로 이용하던 때였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여론형성 역시 PC통신을 무대로 이뤄졌다. ‘파란화면’에 비치는 ‘흰색 글자’로 대표되는 PC통신에선 첫 유권자인 20세들의 생각과 주장,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던 ‘20+21 젊은나라’라는 방이 개설됐다. 이곳에선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토론이나 유권자의 권리와 의무 등에 관한 공방이 진행되기도 했다.

최근엔 UCC 선거홍보나 댓글이 기승을 부려 이를 감시하는 ‘사이버선거부정감시단’이 생길 정도다. 사이버선거 운동의 중심엔 온라인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대학생층이 있다. 열린우리당 산하 대학생 정책자문단 활동을 하고 있는 이동학 씨는 대학생 정책자문단의 활동에 대해 “신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UCC를 제작했다”며 “이외에도 싸이월드 클럽을 통해 20대 중에 대통령을 뽑아보는 기획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해 온라인을 적극 활용해 정치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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