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부분 언론에는 월드컵 관련 뉴스가 ‘그득’하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은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하다. 그러나 그 화려함이 단지 표면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는 것은 뒤에서 무던히 애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은 결코 빼놓을 수 없다.

31일(금)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을 만나기 위해 개막식이 열리는 상암경기장(이하, 「상암」)을 방문하기 앞서 들른 곳은 ‘남산한옥마을(이하 「남산」)’. 「남산」은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총 5가구를 복구해 일반인들에게도 이를 개방하고 있다. 전문 지식을 습득한 자원봉사자들은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적어도 십여 명을 웃도는 많은 봉사자들을 기대하고 온 기자의 눈에는 단 두 명의 자원봉사자만이 보였다. “접수부터 배치 장소를 선택하기까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성이 요구되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다 보니, 이렇게 자원봉사자들이 나오지 않네요” 기자의 표정에서 당황한 기색을 잡아낸 통역봉사자 김명진(한성대 영문과)양의 말이다. 실제로 하고 싶은 이들은 무척이나 많지만, 실제로 활동하려고 하면 많은 이들이 무단 결근(?)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상암 전에 들른 남산한옥마을에 자원봉사자는 단 2명뿐.
강제성 없어 결근하는 봉사자도 발생…
 

한결같은 웃음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기자는 본격적으로 월드컵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보기 위해 「상암」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역안에 비치돼 있는 ‘외국어 서비스’라는 푯말이 먼저 눈에 띈다. 바로 통역 도우미 3∼4명으로 구성된 은평구 자체의 자원봉사자들. “이곳에서 외국인들의 간단한 질문에 답하고, 내국인들에게 예절을 홍보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자원봉사자의 설명이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열의를 다하는 그네들의 모습에서 지난 88올림픽의 기적 같은 성공이 떠올랐다.

월드컵이 지구촌의 축제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경기장에는 다국적 축구 팬들로 붐볐다. 경기장 주변에 자리한 「종합안내소」. 이 곳에는 「새서울」과 「조직위」의 봉사자들이 각각 지역정보와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질문으로 무척이나 바빴음에도, 자원봉사자들은 즐겁게 외국인 방문객들을 맞고, 농담까지도 간간이 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봉사자들 적게 뽑았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방문객 몰려
바쁜 와중에서도 즐겁게 손님 맞는 자원봉사자들

「종합안내소」가 본부라면, 「조직위」의 ‘간이안내소’와 경기장 외곽 「새서울」의 ‘안내소’는 지부로 이해할 수 있다. 영어교육과 차원에서 60여명이 단체로 이번 월드컵 자원봉사자로 등록했다는 ‘간이안내소’자원봉사자 한국보(인덕대 영어교육과) 군은 “너무 사람이 많아서 안내하는 것이 벅차요. 외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들을 「조직위」가 조금 적게 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라고 털어놓는다. 사실 「조직위」에서는 모집인원(1천5백3명)의 1백72%, 즉 2천5백92명을 선발했다. 이는 분야별 선발현황에서 압도적인 숫자. 그러나 ‘벅차다’는 한 군의 투정 아닌 투정은 개막식 당일 엄청나게 몰렸던 방문객들의 숫자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방문객을 맞아줬던 이들이 바로 통역 자원봉사자들이다. 월드컵 자원봉사는 기존의 언어실력을 발휘하는 기회이자, 좀더 깊이 있게 공부하려는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어 제 2외국어를 구사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무래도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돼 자기 개발에 좋아요” 바쁘게 일본인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하던 「새서울」자원봉사자 김원희(동덕여대 일문과) 양의 귀띔이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최대 약점인 교통대란을 해결해줄  ‘교통질서’관련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교통 관련 자원봉사자들은 대개 △짝홀제 실시 등 교통위반 △주차관리 자원봉사 △보행자 보호 등을 위해 힘쓰고 있다. “노선이 많고, 짝홀제가 대체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어서인지, 그렇게 혼잡하지는 않아요”라는 윤응주 주부의 말에서 다행히 교통질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었다.

방문객들의 '잊지 못할 정도로 즐거운 하루',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으로 엮어진 것

저녁 7시 40분. 이쯤 되면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니, 자원봉사자들에게 쉬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경기장 주변의 모습을 보고나서 기자는 이러한 생각을 거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고, 자원봉사자들은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개막식의 행사나 경기의 승패여부는 그다지 중요치 않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네들은 단지 즐기고, 축제 분위기의 오늘을 만끽하고 싶었을 뿐. 그러나 혹시 그 사람들은 알까. 그들의 ‘잊지 못할 정도로 즐거운 하루’, 그 하루가 묵묵하게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어린 한땀 한땀으로 엮어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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