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에서 미화원과 경비원 등에 종사하는 시설관리 직원을 정규 직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이하 노동자)로 충당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당시 IMF로 대학의 재정사정이 악화되면서 많은 수의 대학들이 시설관리 직원들을 정리 해고하는 인원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 이후 대학들은 인력 용역업체를 통해 경비원, 미화원 등을 고용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현재 대학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은 정규 직원일 때와 비교하면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학교라는 고정된 계약주가 있던 과거와는 달리 노동자들은 학교와 1년 단기계약을 맺은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용 계약주가 매년 바뀌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재고용을 보장받기도 어렵고 갑작스런 해고를 당해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월급의 인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학교측은 노동자들의 계약주가 아니므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와 관련 김지현 전국여성노조 선전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에 맞게 학교나 건물주 등 실 사용자가 그들을 보호하게 하는 법적 조치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대학의 대부분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조합이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권리를 찾고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은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용역 회사에 그들의 불만이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본교도 다른 대학처럼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없어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불안정 노동철폐를 주도해 나갈꺼야’(집행위원장=황동하·사범대 역교02 이하 불철주야)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경비직 평균 월급은 55만원, 미화원은 평균 월급은 47만 5천원으로 나타났다. 상여금과 △야간근로수당 △연장근로수당 △월차수당 △연차수당은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철주야 집행위원장 황동하 씨는 “2003년 현재는 설문조사를 할 때보다는 근로조건이 나아진 편이지만 아직도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은 열악한 상태”라며 “근로조건 향상과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노조가 결성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 설립에 대해 서울대 비정규직 시설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설립되면 임금을 제외하고 정규직 노동자와 거의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노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반면, 지난 2000년 1월, 비정규직 시설관리 노동조합이 결성된 서울대의 경우, 경비직 평균 한달 월급이 87만원, 미화원 평균 한달 월급이 67만원 정도로 타 대학에 비해 높은 편이다. 또한, 상여금과 수당, 퇴직금 등도 보장되는 등 다른 대학에 비해 좀 더 나은 수준이다.
 
신행범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교와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단기계약으로 이뤄져 매년 새로운 업체와 재 협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이 힘들지만 노조의 결성으로 근로조건의 향상이 이뤄져 노조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 우리나라는 IMF 위기를 가장 빠르고 슬기롭게 극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뒤편에는 신자유주의의 정책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 고용불안, 부당한 차등 대우, 사회보험에서의 제외 등의 어려움을 겪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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