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등록금책정자문위원(이하 등책위)’는 등록금 책정을 심의하고 학생 예산과 교비회계 예산 및 결산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기구다. 올해 등책위는 위원장인 학생처장과 학생위원 6명을 포함, 총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1차 회의(1월 18일)를 시작으로 인상률이 최종 결정된 지난달 11일까지 총 5차(실무회의 포함)에 걸쳐 진행됐다.

△‘책정’이 아닌 ‘자문’ 위원회

(사진 = 박지선 기자)
등책위는 본래 ‘등록금책정위원회’였다. ‘등록금책정위원회’는 학생들의 교육투쟁성과로 2003년 말에 설치됐으며 이로써 학생대표 측은 △예산요구권 △결산감시권 △의견개진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설치당시부터 ‘의결’이 아닌 심의와 자문을 전제로 한 등책위는 매년 학생위원과 학교 측의 의견갈등이 반복됐고, 사실상 학교 측의 인상률 ‘통보’로 끝났다. 결국 2007년 등책위의 명칭은 ‘등록금책정자문위원회’로 개정됐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예·결산과 관련한 모든 원리를 설명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고 시간적인 제약도 크다”며 “등책위는 학생위원 측이 인상률에 대한 근거자료를 검토한 후 본 회의에서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위원 측은 “의결권을 갖지 않은 채 등책위에 참여하는 학생위원은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다”며 “예·결산을 검토해 크게 차이나는 부분을 지적해도 학교 측은 ‘시정하겠다’, ‘알아보겠다’ 와 같은 답변일 뿐 자세한 설명과 시정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장 참석여부와 자료 공개의 투명성 … 매해 반복되는 논란들
기획예산처장의 본 회의에 참석여부는 학생위원들에 의해 자주 지적되는 문제다. 곽윤주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의존율이 70%가 넘는 본교의 경우 등록금 문제를 학교재정전반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예산 관련 총책임자인 기획예산처장이 회의에 참석해야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실상 기획예산처장보다 예·결산의 전문가인 기획예산처 예산조정팀장이 항상 참여하기 때문에 실무적인 문제는 없다”며 “등록금에 관련해서는 학생위원 입장에서도 학생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학생처장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등책위의 경우 기획예산처장은 마지막 회의인 5차 회의에 1회 참여했으며 정해천 예산조정팀장은 실무위원 자격으로 모든 회의에 참석했다.

학교 측이 검토자료로 제시한 예·결산안에 대한 문제는 이번 등책위에서도 거론됐다. 본교 등책위에서 사용되는 자료의 공개는 학교 측의 자율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정해천 팀장은 “학생 측이 제시한 등록금 사용 내역 등의 공개 요구에 공감해 특히 올해는 어느 때보다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했다”며 “회의 중에도 올해 책정된 예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위원 측은 학교 측에서 제공한 자료는 ‘금액나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 박영민 정책국장은 “2008년 본예산 총괄표를 받았으나 각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공개는 거부당했다”며 “세부내역이 공개되지 않은 예산안만 가지고는 학생위원 측이 등록금인상률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회의 중 학생 측이 외부 회계사를 선임해 전표, 원장 등의 분석을 원한다며 자료공개를 요구하자 학교 측은 “외부인에 의한 내부정보의 유출이 우려되며 이것은 법에 저촉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학생위원 측은 예산안에 비해 결산안에 대한 공개가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학생위원으로 참여했던 서미선 생명과학대 학생회장은 “가결산안을 보여주긴 했으나 이마저도 정확한 결산이 아님을 들어 회수해갔다”고 말했다. 

△등책위위원 간 전문성 격차와 시기상의 문제
등책위는 ‘전문가와 비전문가 간의 논의’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다년간 예산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학교 측 직원들에 비해 학생대표 측은 대개 12월 당선이후 등책위 참여까지 한 달 남짓한 시간이 전부다. 정수환 안암총학생회장은 “이번 등책위를 준비하면서 시간도 촉박했을 뿐더러 회계적인 지식이 상당 부분 부족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총학 측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학교 측에 ‘외부 회계 감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정보의 접근은 아무에게나 할 수 없으며 현재 안진회계 법인에 회계감사를 받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위원 측은 “학생들에게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면서 외부회계감사조차 거부한다면 등책위 내내 학생 측은 불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총장선출에 따른 처장단 교체시기와 맞물려 등책위회의가 예년보다 늦어지고 논의자체도 제한됐다는 지적이 있다. 위원장인 학생처장이 바뀔 것으로 예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회의로’ 미루는 식이었다. 전체회의가 열리기 애매한 시기적 상황 때문에 실무위원들로 구성된 ‘실무회의’가 두 차례 열렸지만 학생위원 측은 “일부 학교 측 위원들은 안건에 대해 ‘권한이 없다’, ‘책임자가 없다’등의 답변이 많아 논의가 제한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등록금책정과 관련한 모든 논의가 방학 중 이뤄져 학생사회 전반적인 여론수렴이 힘든 점도 있다. 정수환 안암총학생회장은 “학기중부터 등록금에 대한 학생여론이 꾸준하게 수렴돼야 하지만 연말에 총학생회가 바뀌는 실정상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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