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낭만을 이야기할 때 동아리 활동은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다. 학창시절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그려본 적이 많을 것이다. 새학기를 맞은 캠퍼스가 새내기를 모집하려는 동아리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학내 여러 장소에 인상 깊은 포스터들이 경쟁적으로 게시되고 있으며 오는 12일부터 3일간 캠퍼스에선 동아리박람회가 개최된다. 동아리박람회엔 총 100여개의 교내 동아리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행사의 규모가 대단하다.

그런데 이번 동아리박람회의 기조가 꽤 의미심장하다. ‘마리오네트, 주어진 실을 끊고 한 걸음 앞으로’. 동아리연합회 측은 주어진 커리큘럼에 따라 움직이는 대학 사회를 마리오네트 인형에 비유하며 “대안적인 대학 문화를 만드는 것이 대학사회에서 동아리가 수행할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자유와 의지의 상징인 대학생들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 조종되고 있다는 진단이 씁쓸하다. 하지만 어느 하나 자신이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서툰 요즘 대학생들이 실에 의해 움직이는 인형과 다를 바 무엇이겠는가. 레포트와 학점에 치여 학창시절 가졌던 로망과 꿈을 실현하기는커녕 주어진 학사일정에 맞춰 근근이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안쓰럽다. 사회 현상에 대한 의문과 비판 없이 살아가는 젊음이 한심하다. 작은 것 하나 놓치는 것이 두려워 새로운 도전을 꿈꾸지 않는 안일주의가 아쉽다.

새해, 새 학기엔 자신을 감싸고 있던 끈들을 하나하나씩 제거해 나가자. 나도 모르게 나를 조종하던 것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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