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변석개(朝變夕改)’는 한 정권에서 교육부 장관이 7번 교체되고 걸핏하면 바뀌는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시사하는 말이다. 올해 초 교육부가 발표한 ‘국민의 정부 교육개혁 성과와 반성’은 이처럼 뚜렷한 기준이 없는 교육정책의 현 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참여 정부가 공약으로 내놓은 ‘행정수도 이전’계획이 논의되는 가운데 교육정책이 어떻게 가닥을 잡을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행정수도가 이전하면 새로운 인구 유입으로 교육열은 높아져 자연스런 교육시설의 이동을 가져와‘교육수도 이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행정수도 후보지로 꼽히는 충남 아산 신도시에 대학들의 부지 확보를 위한 노력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2년전 아산시가 부지공급협약안을 들고 대학 유치를 위해 벌였던 노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택관리공사의 아산신도시 개발팀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이 제기된 후에 대학들의 관심이 높아져 부지확보를 위해 7개의 대학이 경쟁한 적이 있다”며 아산 지역의 열기를 전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편리한 행정환경과 학생 유치 등을 이유로 대학의 이전 시도가 계속 된다면 앞으로 대학들이 충청권에 대거 이전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에 대해 교육계는 우려와 호응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호응을 보내는 교육계 한 편에서는 행정에 따른 교육의 이전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 대학 발전의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본교 신현석(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울에 과포화 된 시설을 행정수도로 옮겨 지방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새로운 대학타운을 형성해 지역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 충청권의 제 2캠퍼스가 행정수도 이전을 계기로 독자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반해 우려하는 측면에서는 그동안 행정에 따라 급변해온 교육이 또 행정수도 이전을 뒤따라가면서 뼈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박성익(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행정수도 이전으로 대학들이 부동산 투기하듯 한곳에 몰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필요 이상으로 대학이 밀집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학의 행정에 대해 사범대의 한 교수는 “교육은 변화를 맞이할 때 적절한 기준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며 교육 정책의 방향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행정수도 이전 계획 속에 교육 관련 계획은 미비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충청권의 발전에 대해 지방대학 육성책만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교육 정책이 변하는 것은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과 교육문제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이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예상되는 교육 변화의 측면이 계획조차 없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 해주는 셈이다. 

이처럼 교육이 행정에 우선하지 못하는 상황은 과거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자격기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교육부는 5년 간 외국에서 살다온 것을 기준으로 하자고 주장했으나 경제 부처가 완화할 것을 주장해 결국 3년으로 정한 바 있다. 또한 아산 신도시가 2년 전부터 추진해왔던 대학교육시설 유치 계획에서도 아산 신도시가 행정수도 후보지로 거론된 이후 부지사용 계획을 재검토함에 따라 다시 한번 행정에 발묶이는 교육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교육시설 유치 등의 장기적인 계획이 행정에 따라 언제든지 영향을 받아 변할 수 있으며 교육이 행정에 우선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에 대해 참교육 학부모회 박경양 회장은 “행정수도 이전에 있어서 행정부처 기능만 이전할 것이 아니라 교육·사회·문화 인프라 역시 함께 이동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지방대학 육성책 역시 돈만 투자하면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근본적인 입시제도 개혁 및 지방 대학생 취업보장 등의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교육수도 이전의 조건을 지적했다. 

충청권에 밀집된 제 2캠퍼스들과 신설될 각종 교육기관들이 행정수도 이전 차원을 넘어선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교육 대안 없이 단순히 행정시설을 옮기는 차원으로 그친다면 교육문제는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장기 계획 없이 이뤄지는 교육 시설 지원 및 규제로 또 한번 교육이 행정예속화가 나타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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