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선생님의 책VS책은 단순히 한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넘어 비교할만한 주제를 가진 두가지 책을 함께 분석해보는 글입니다. 표정훈 선생님의 책 선정배경 및 유기적인 책의 분석은 애독가는 물론 책을 어렵게 여기는 독자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책VS책은 사이러스 시리즈와 함게 격주로 연재 됩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의도가 원유 수송로 및 중앙아시아 패권 확보에 있었다면, 최종 결단만 남겨 놓은 이라크 침공도 안정적인 석유 자원 확보가 진짜 의도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미국이 로키 산맥 암반을 뚫어 70년 동안 쓸 수 있는 석유를 저장해 놓았다든가 하는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석유 전문가 케니스 데페이에스의 <파국적인 석유위기가 닥쳐오고 있다>(중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미국 내 원유 생산은 1970년부터 줄어들어 현재는 중동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유전 지대 텍사스 주에서 경제성 있는 유정은 더 이상 개발되지 못한다. 미국뿐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사용할 수 있는 유전 개발 기술은 모두 써버린 상태다. 석유의 보고로 기대됐던 시베리아에서는 천연가스만 발견됐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남중국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다.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은 정점에 도달한 뒤 석유 생산이 크게 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체 에너지 개발이 답이겠지만, 저자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안에 괄목할만한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책제목대로 파국적인 위기가 닥칠 것이다.  
 
인도 펀자브 지방 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와 쿠르드족간의 무장충돌. 그런데 터키, 시리아, 이라크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요르단강을 공유한다. 요컨대 종교, 종족, 국경 문제가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많은 국제 분쟁의 뒤에는 수자원이 도사리고 있다.
 
인도의 저명한 환경운동가이자 물리학자 반다나 시바는 <물 전쟁>(생각의 나무)에서 권력자들이 물 전쟁을 종족 갈등, 종교 대립으로 위장시켜왔다고 주장한다. 종족, 종교, 지역 감정을 자극하여 근본주의를 확산시키는 정치인들의 오랜 전략이라는 것.
 
지구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물 가운데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0.08%에 불과하다. 그런데 향후 20년 동안에 세계 물 사용량은 40% 증가할 것이다. 반다나 시바에 따르면 더 큰 문제는 선진국, 다국적 기업, 세계 경제 기구 등이 물을 사유화하고 상품화한다는 데 있다. 개발도상국에 차관을 제공하고 선진국 기업이 수자원을 개발하여 비싼 요금을 받고 물을 파는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는 것. 

반다나 시바는 물 부족이 선진 부국의 욕심과 물 상품화를 추구하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로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물 민주주의를 제창한다. 물은 공유재이기 때문에 최소한 식수는 무료로 공급돼야 하며, 댐을 비롯한 대규모 수자원 개발은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는 게 중요한 원칙이다.

기름과 물이 뒤섞이기 힘들 듯, 기름과 물을 둘러 싼 국가 간 분쟁의 양상은 다양해지고 골도 깊어지기만 하는 것 같다. 그럴듯한 정치적 수사(修辭)에 눈멀지 않고 세계와 사태의 진상을 정확하게 보도록 도와주는 책. 바로 위에 소개한 두 권의 책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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