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문부과학성은 6일, 아시아계 외국인 학교 졸업생들에 대해 현행처럼 대학 입학 자격을 부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반면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고교 출신자는 고졸 자격을 인정받아 앞으로는 별도의 대입검정시험을 치르지 않고 일본의 국립대에 응시할 수 있게 됐다. 즉, 한국인학교, 조총련계 조선인학교, 중국인 학교 졸업생들은 계속해서 대입검정시험을 치러야 하는 <차별대우>를 받게 된 셈이다.
 

 지난해 4월 일본 정부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대입자격제한을 철폐해 외국인고교 졸업생은 물론 대안학교 출신, 고교 중퇴자에게도 대입자격을 주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들이 지적하듯이 일본인 납치문제, 뒤이어 터진 북한의 핵문제로 인해 극도로 악화된 대북여론이 태도의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은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고교들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최근 이라크 정세는 무력행사에 대한 미국의 강한 의지로 인해 전쟁에 점점 다가서고 있는 분위기이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 사찰활동의 연기를 주장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해결책에 제동을 걸고는 있지만 미국은 단독으로라도 군사적 행동을 강행할 태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일본정부는 전쟁찬반에 대한 입장표명을 지속적으로 요구받았다. 그리고 국회 내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공산당과 사민당 의원들이 고이즈미 수상을 향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대한 찬반을 면전에서 요구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라크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받을 때마다 고이즈미 수상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대응해 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처음부터 견지해 왔다. 애매한 입장이라는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수상은 이러한 발언을 되풀이해 왔다. 거기에는 프랑스가 결국 미국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국제사회의 여론이 미국을 중심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동하고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프랑스가 미국과의 정책적 대립을 분명히하는 사태가 오자, 결국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에 있어서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통해 미국에 대한 지지를 간접적으로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정부가 처음부터 고려했던 것은 미국의 군사적 해결책의 적합성이 아니라 순조로운 미국지지의 표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일본정부의 대외정책의 기본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북한을 불신의 한쪽 끝에 위치시키고, 미국을 신뢰의 한쪽 끝에 위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놓여져 있을 다른 나라들에 대한 위치부여라고 할 수 있다. 일본정부는 이라크 문제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을 주시했던 것에 비해, 북한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소홀히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북한문제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인정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역할이란 미국에 종속되어 있다는 인식의 표현으로 보인다. 결국 일본정부에게 한국은 북한과 같은 <조선인>의 국가이고, 미국의 영향력 하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나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의 두 가지 국제적 사안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이라는 것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발신의 부재가 한국의 대미종속성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던 간에 일본사회가 끊임없이 이라크와 북한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비해, 아직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주체적 입장>에 대한 요구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연말이 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한 뒤 북한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적대감이 커지자 총련계 학교 출신에게는 대입자격을 부여하지 못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계 고교들도 덤터기를 썼다.

다고 일본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문부성은 그러나 외국인 학교 가운데 `인터내셔널 스쿨'에 대해서는 미국과 영국의 민간 평가기관의 인증을 받은 경우에는 졸업생들에게 대입 자격을 주기로 했다.

 

 현재 일본정부는 인터내셔널 스쿨 등 외국인 학교를 대부분 정규학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학교의 졸업생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대입 검정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문부성은 당초 조선, 한국 학교 등 민족학교 졸업생 등에 대해 대입 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왔다. 그러나 문부성이 자격 부여 `불가'로 선회한 것은 최근의 북한 정세 등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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