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지해선 기자)
지하철 광나루역에서 나와 약도를 따라나섰다. 쉽게 찾을 것 같았던 '재한몽골학교'는 주택가를 20여 분 헤매고서야 광장중학교 후문 골목 끄트머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입구 옆 컨테이너 건물 앞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인다. 처음 보는 기자에게 거리낌 없이 인사를 건네더니 이내 몽골어로 떠들어댄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한 아이가 한국말로 대답한다. "아저씨가 우리보고 계속 웃기만해서요, 이상한 사람 같다고요"

재한몽골학교는 90 여명의 몽골어린이들이 초·중등 교육을 받는 곳으로 몽골과 한국, 두 나라의 교육이 모두 이뤄진다. 이강애 교감(여· 45세)은 "본국에 돌아갔을 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몽골어는 학년별, 한국어는 수준별로 나눠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몽골어와 한국어 둘 다 능숙하다.

재한몽골학교는 지난 2005년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외국인학교로 인가받았다. 대부분의 외국인학교는 부유한 국가가 자력으로 설립해 한국 정부의 재정적 도움이 필요 없다. 재한몽골학교도 이전 외국인학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몽골의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은 탓에 학교의 재정·행정적인 어려움이 매우 크다. 이곳의 교육여건은 한눈에 봐도 열악하다. 입구에서 보았던 컨테이너건물은 자세히 보니 교실이었고 조그만 운동장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재한몽골학교엔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이 많다. 아즈딜렉(여·11세)양도 그 중 하나다. 아즈딜렉 뿐만 아니

(사진 = 지해선 기자)
라 이곳 아이들의 절반가량이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부모들이 대부분 지방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지만 언제 부모가 본국으로 송환될지 몰라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머물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즈딜렉양은 한국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래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야기를 끝내고 일어나던 아즈딜렉양이 인사와 함께 짧은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이 불법체류자들 나가라고 그랬어요? 큰일났다. 엄마 잡히면 우리도 가야 하잖아요" 

△ 돌아가야 할 아이들
지난 2006년 4월 아동이 다니던 학교 위치를 파악한 출입국관리소가 자녀를 데리러 온 불법체류자 학부형을 단속해 본국으로 추방한 일이 있었다. 이에 아동의 교육권 침해라는 반발 여론이 일자 정부는 자녀가 있는 불법체류자 가족에게 한시적으로 특별체류를 허가했다. 2006년 12월에 주어진 이 특별체류허가기간은 올해 2월 29일자로 만료됐다. 잠시나마 체류허가를 받았던 불법체류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에 남더라도 언제 본국으로 송환될지 모른 채 불법체류자로 지내야 한다. 

'체류허가기간을 연장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정부는 법질서와 정책일관성을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체류정책팀 최남일 계장은 "특별체류를 허가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인도적 조치였다"며 "불법체류자 자녀 역시 기본권을 보장받고 있으며 특별체류허가기간이 지나도 기본권은 보장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 = 지해선 기자)
실제로 우리나라엔 이주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도 있다. 안산의 시화초등학교가 그 예다. 이 학교는 이주아동 특별학급을 운영, △수준별 학습 △일반 학생과의 멘토링 △다문화교육 등 이주아동의 학습과 한국적응을 함께 도모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특별학급을 담당하는 유영준선생님은 "아이들이 큰 어려움 없이 한국생활을 잘 하고 있다"며 "양질의 교육을 받아 본국에 가면 고국의 큰 인적자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사회분위기의 변화 필요해
시민단체들은 이주아동교육과 관련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2006년 교육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취학연령대 불법체류자 자녀 2500여 명 중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148명뿐이다. 이들은 교육과정을 마치더라도 졸업장이 아닌 수료증을 받는다. 안산이주민센터의 한 관계자는 "부모의 안정적인 보살핌 없이 어떻게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겠느냐"며 "부모의 체류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 아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스스로 교육과 진로, 국적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06년 이주아동 20여 명은 한

(사진 = 지해선 기자)
국아동단체협의회가 개최한 <제3회 대한민국아동총회>에 참가해 한국정부에 요구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영주권과 의료혜택보장 그리고 교육받을 권리에 관한 것이었다. 아동단체협의회 이혜진 과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이주아동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교육과 의료, 진로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UN협의문에 동의했다"며 "인권 차원에서 이들에게 성인이 된 후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사회분위기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재한몽골학교 이강애 교감은 "일반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이곳으로 오는 아이들이 많다"며 "많은 사람들이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단체협의회 이혜진 과장 역시 "'아동이 살기 좋은 세상은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말이 있다"며 "사회 내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인식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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