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야흐로 입학의 계절이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신입생들의 모습으로 활기에 넘친다.

그러나 입학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즐겁고 기쁜 일만은 아닌 듯하다.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과학고나 예능고, 외국어고등학교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합격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다니는 중학교의 우열이 가려지는 경쟁터에 들어온 것이고 고등학교 역시 SKY대학으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보내느냐에 따라 명문고로 남느냐가 결정되는 입시지옥에 들어온 것이다.

요사이 아파트 구석구석을 다니는 학원버스마다 무슨무슨 특목고와 대학에 누구누구가 합격하였다는 플래카드를 줄줄이 달고 다니고, 전국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담에는 큰 글씨로 그런 합격자들의 명단이 쓰인 현수막이 자랑스럽게 휘날리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은 대학입시를 위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사교육비 역시 대학교 입시를 위한 돈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일이 이렇다 보니 교육열이 오히려 나라를 망친다는 교육망국론이 나오고 급기야 대학입시 열풍의 주범인 SKY대학이 없어져야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모양이다.

SKY대학에는 왜 들어가려고 할까?

교육 환경이 좋고 뛰어난 교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인맥형성(학연)이 잘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출세하려면 실력 못지 않게 지연, 학연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 못할 현실이다. 회사의 신입사원을 시험으로 뽑는다고는 하나 합격자 명단에 SKY대학 출신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지역과 학연은 입사때 보다는 오히려 입사후에 위력을 발휘한다. 이왕이면 내 고향출신, 내 대학후배를 끌어주겠다는 패거리의식은 비단 회사내에서 뿐만 아니라 각종 선거때마다 살아 숨쉬고 있지 않는가.

이런 일은 공무원 사회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무슨 부처의 장관이 바뀌면 학연과 지연에 따른 인사에 노른자위에는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자기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당위론까지 득세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하자면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잘못 보여서 좋을 일은 없다.

그래서 해당부처의 공무원이 바뀌면 기업에서는 해당되는 직원을 가급적 그 공무원과 학연, 지연이 있는 사람으로 쓰려고 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을 위하여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정치인을 상대하는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부처의 공무원은 직급에 관계없이 그 권한이 막강하다. 이런 중앙부처의 공무원은 행정고시를 통하여 선발하는데 이 행정고시라는 것도 시험의 일종인지라 시험이라면 한 수 위인 SKY대학 출신들에게 유리할 것이다. 흔히들 시험과 실력은 상관이 없다고 하면서도 모든 것을 시험성적으로만 판단하는 우리나라의 풍토에서는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여러 종류의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살아 남기위해 SKY대학 출신을 뽑는다고하지만 행정고시는 꼭 유능한 행정능력을 가진 공무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앙부처의 공무원 대부분을 행정고시로만 선발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의 대부분이 SKY대학 출신이고 장차관이 SKY대학 출신이라면 자연히 대기업은 SKY대학 출신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는 SKY대학을 없애는 것보다는 행정고시나 사법고시와 같은 시험위주의 공무원 선발방법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우수한 행정공무원의 채용방법을 분야별로 다양화하고 기술공무원의 수를 늘려서 시험보다는 실무 능력과 다양한 경력에 의해 선발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교육에 대한 파급효과가 클 것 같다.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는데도 교육에 관한 책임을 SKY대학에게 돌리는 듯한 요즈음의 분위기가 안타까워서 해본 소리이다.

김형규(의과대 교수·신장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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