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까이에 있는 도자기처럼 편안한 만화"

신지혜 기자l승인200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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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마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고정만화가 있다. 놀라울 것 없이 평범한 스토리와 소박한 그림으로 구성된 만화는 소리 소문 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다. 일상의 어느 조각을 떼어낸 듯 익숙한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도자기 한 점. 인기에 인기를 거듭하던 이 웹툽은 완결되었고 이제 곧 책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독특한 구성의 네이버 웹툰 <도자기>를 그리는 작가는 다름 아닌 본교의 한 학생이다. ‘호연(인문대 고미사05)’이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작가를 만나보았다.   
  

   
웹툰 ‘도자기’는 말 그대로 도자기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내고 있다. 언제부터 도자기에 관심을 보이게 됐는가?
제가 고고미술학과 학생이에요. 저희 과 방병선 교수님의 ‘한국 도자사’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후 '동양 도자사’라는 수업 역시 마찬가지였죠. 수업 내용 중 특히 ‘건요자기’라는 찻잔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잔 안이 화려한 건요자기는 중국, 일본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선 비슷한 도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요. 교수님의 분석에 따르면, 군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찻잔만 보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 보며 차를 즐기기 때문에 찻잔 안이 별로 화려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있지 않나요?

도자기 자체를 설명하려하기 보다 도자기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연상을 한 점이 인상 깊은데
그렇게 되었어요. 잘 모르겠어요. 가령, 아이 아홉 있는 집에 ‘왜 아이들을 아홉 명이나 낳으셨어요?’ 물으면 ‘어쩌다 보니 되었어요.’ 라고 답하잖아요.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어느 순간 그런 형식의 만화를 그리고 있었어요.

본인에게 있어 ‘도자기’란 어떤 의미인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멋진 말로 표현 못하겠어요. 도자기는 늘 일상 가까이에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림이나 조각 같은 것을 보려 해도 전시회장에 가야 하는데 도자기는 우리가 살을 부대끼며 함께 하잖아요. 리얼하고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에요.

여러 도자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도자기가 있다면?
정말 많아요. 그 중에서도 분청사기가 가장 좋아요. 꾸밈없고 자유분방하고, 흔히 예술품이라 하는 것들은 겉멋이 들었지만 분청사기는 그런 겉멋이 없어요. 사람으로 치면 화려한 사람이 아닌 솔직한 사람.

   
웹툰에서 화자만의 독특한 철학이 묻어나보였다. 본인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막연한 질문이네요.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같아요. 기자님은 본인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굳이 말한다면 저는 동양적 철학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아요. 중학교 때부터 불교책, 도교책을 많이 읽었어요. 어릴 때부터 너무 진지한 책을 읽었죠. 지금도 불교 동아리 고불당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생명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학생들도 잔디 좀 안 밟았으면 좋겠어요. 쪼잔해 보이려나?

본명도 드러내지 않고, 얼굴도 드러내지 않았다. 신비주의 전략인가?
아니요. 신비주의면 더 유명해지잖아요. 유명해지는 건 싫어요.

왜 필명이 ‘호연’인지
기숙사 호연학사에 살고 있어요. 호연학사라는 이름이 예뻐서 그걸 따라 제 필명을 지었어요. 이름도 예쁘고 살기도 좋은 곳이잖아요. 참, 딱 하나 안 좋은 것이 있다면 음식에 고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에요. 제가 불교 사상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고기를 잘 먹지 않거든요. 그래서 좀 난감해요. 다행히 기숙사 직원 분들이 친절하셔서 따로 맨밥을 주시곤 해요.
  
만화 그리는 기법이 독특하다. 따로 배운 것인가?
만화가 어시스트로 3년 정도 활동했어요. 가수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죠. 덕분에 배경, 먹칠, 효과선과 같은 기술들을 배웠어요. 그런데 교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안 배웠어도 만화가 했을 것 같아요. 정말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이 좋았어요.

앞으로 꿈이 만화가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저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미술사학이 아닌 불교 공부 말이에요. 책을 더 많이 읽고 사람도 많이 만나는 거예요. 어떤 일을 하건 간에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 원하는 건 힘들 때 쉬는 거예요. 요즘 책 발간을 위해 준비 중인데 숨 돌릴 새도 없이 너무 힘들거든요(웃음).

웹툰 <도자기>가 단행본으로 출간한다던데
삽화 아르바이트를 맡은 적이 몇 번 있는데 사기를 본의 아니게 자주 당했어요. 완성된 그림을 출판사에 제공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출판사가 갑자기 계약을 취소해버리면 어쩔 수가 없었어요. 어떤 출판사는 답사 관련 만화를 의뢰해서 사비를 부담하면서 제작에 열중했는데, 갑자기 계약을 취소해버리더라고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잘 될 것 같아요. 웹툰 작가로 활동하면서 <도자기>를 모두 74화까지 연재했는데, 내용이 달라지는 건 없고 단지 단행본으로 나오는 것뿐이에요.

신지혜 기자  rosso@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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