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8일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났다. 그 일이 일어난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 여파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망자 320여명, 실종자 610여명. 어제까지 보던 가족, 친구, 친지들을 다시는 볼 수 없는 너무나 슬픈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그와 함께 변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지하철 안전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전국 지하철역에서는 많은 공익요원들과 지하철 관계자들이 안전 사고에 대비하고, 몇몇은 지하철 내에 순찰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일부터 서울지하철 1∼4호선에는 전동차 내 출입문 비상개폐 손잡이 작동방법 등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형광재질로 부착되며 유리창도 깨지기 쉬운 재질로 바뀐다고 한다. 또한, 정부에서는 지하철역마다 비상대피요령이 적힌 벽보를 붙여 사고에 의한 인명 피해를 줄여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보는 사회의 시각은 곱지 않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짓’이라는 비난과 함께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힌 안전 불감증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비도 얼마가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마다 대형 사고가 이어져왔다. 그리고 항상 사고 후에는 그에 대한 대비가 언급됐다. 그나마 이런 조치로 사람들은 동일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혹시 같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물론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소를 잃고 나서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그렇지 않는 것보다 더 옳은 일일 것이다. 다시금 소를 잃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최선의 선택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이후는 다시 동일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차선의 선택일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동일한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현 시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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