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공의 낚싯바늘에 주둥이가 찢기어
바닥에 올려진 물고기가 아가미를 벌떡이고 있다
허공을 가르는 섬뜩한 자유, 지느러미에
바다의 푸른 저항이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으로 맛보는 신선한 죽음

난생 처음 취해보는 포즈
한 눈은 하늘을, 다른 하나는 바닥을 마주한 채
삶과 죽음이 하나의 망막에 새겨진다

푸드덕 퍼덕, 불현듯
물고기가 솟구쳐 요동친다
하늘을 향한 온몸의 삿대질
미지의 세계를 향해 꼬리지느러미를 흔들어대던
물살의 거센 반작용이 그립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푸른 물고기들
삶은 가끔 죽음 뒤에 얼굴을 숨기고
히말라야 꼭대기로 떠난 산악인들이 죽기 위해 오르는 것은 아닐 테지
은빛 비늘처럼 반짝이는 온몸의 세포를 깨워내
펄 떡펄떡 날것으로 살아 숨쉬기 위해
한 生을 걸고 죽음 곁으로 떠나는 것일 테지

물고기의 움직임이 잦아든다
부릅뜬 눈 허공에 풀어지고
텅 빈 눈에 맺히는 반짝이는 절규

푸드득 퍼덕 퍼덕덕
반짝이며 터져 나온 천둥의 몸부림
세포들이 소름 돋듯 깨어난다.
찰나 속으로 증발한다

칼바람에 베이며 히말라야 꼭대기에 선채로
히말라야가 된 사람,
절정(絶頂)의 섬에서
고독은 몸을 얼려 눈꽃을 피우고

문득
잡은 고기를 물속으로 던져 넣는
태공의 손길이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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